집으로 가던 20대 여성을 성폭행할 목적으로 무차별 폭행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 이아무개씨가 한 방송사 피디에게 편지를 보내 “우리 가족이 방송을 보고 마음 아픈 것은 생각하지 않느냐”고 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5일 유튜브 채널 ‘그것이 알고싶다’에는 지난해 4월 에스비에스(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해당 사건 관련 방송을 제작했던 김재환 피디(PD)가 나와 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씨로부터 받은 편지를 공개했다.
이씨는 2022년 5월22일 부산 진구 서면에서 새벽에 홀로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성폭행할 목적으로 10여분간 쫓아간 뒤 오피스텔 공동 현관에서 발로 차며 무차별 폭행했다. 이씨는 강간 살인 미수 혐의(성폭력처벌법 위반)로 징역 20년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이씨는 전 여자친구에게 협박 편지를 보내고, 피해자에게 보복 협박 발언을 한 혐의로 또다시 재판을 받고 있다.
공개된 자필 편지를 보면, 이씨는 “방송 다 봤습니다. 아이고~내 하나로 돈 버니 좋겠네요. 수고하시고 평생 잘 먹고 잘 사세요”라며 김 피디에 대한 원망을 드러냈다. 이씨는 “마음으로 해주니까 내가 우스워 보였나 보다”라고 쓰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김 피디는 “‘(내가) 교도소 접견 왔을 때 자기는 진심으로 말했는데’ 이런 의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씨는 “피디님도 가족이 있을 것 아니냐”며 “우리 가족은 그거(방송) 보고 뭐라 생각하고 마음 아파할지 생각이란 걸 안 하냐”고도 했다. 편지 어디에도 피해자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는 없었다.
김 피디는 편지에 대한 전문가 자문 결과도 밝혔다. 김 피디는 “얼핏 보면 잘 쓴 것처럼, 명필처럼 보이는데 가독성이 떨어진다. 이것 자체가 이 사람의 이기적인 특성이 드러난다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었다”며 “누군가가 봐서 이해해라, 이런 느낌이 아니라 본인한테만 예쁘게 쓰고 가독성은 떨어지게 쓰는 것만 봐도 가해자의 특성이 드러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영상에는 사건의 피해자인 김진주(필명)씨도 함께 출연했다. 김씨는 범죄 피해자들이 겪는 어려움, 피해자들을 위한 지원 제도의 한계 등을 담은 ‘싸울게요, 안 죽었으니까’라는 제목의 책을 최근 펴냈다.
‘앞으로의 계획과 최종 목표’를 묻자 김씨는 “범죄 피해자가 숨어살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거기서 제일 첫 번째로 하고 싶은 것은 ‘범죄 피해자 온라인 교육 플랫폼’이다. 많은 피해자들이 타인을 만나는 것을 굉장히 어려워하고 그렇다보니 심리 관련 치료도 어려워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씨는 또 다른 범죄 피해자들을 향해 이런 말을 남겼다.
“그냥 뭘 해도 괜찮아요. 대신 뒤돌아보지 않는 선택을 하세요. 공론화를 해도, 하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본인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가지고 귀하게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한겨레/이유진 기자 / webmaster@huffingtonpost.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