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을 “불량품” “매국노” 등으로 비하했던 더불어민주당 양문석(경기 안산갑) 후보를 두고 민주당 내부 균열이 심화하고 있다. 양 후보의 과거 발언이 막말을 넘어 ‘해당 행위’와 다를 바 없다며 공천을 취소해야 한다는 원로들의 주장까지 나오지만, 이재명 대표는 “표현의 자유”라는 논리로 양 후보를 두둔하고 있다. 양 후보는 강성 친명(親이재명)계 원외 인사로, 이번 경선에서 현역 전해철 의원을 꺾고 공천을 받았다.
양 후보는 16일 X(옛 트위터)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사과 글을 올렸다. 그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저의 글들에 실망하고 상처받은 유가족과 노 전 대통령을 존경하는 많은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정치 현장에서 제가 겪었던 수많은 좌절의 순간마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 역정으로부터 위로 받아왔다”고 적었다.
앞서 양 후보는 지난 2007년과 2008년 언론연대 사무총장 시절 언론에 기고한 칼럼에서 “노무현씨에 대해 참으로 역겨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 지지자들은)기억상실증 환자” 등의 주장을 했다. 또 “국민 60~70%가 반대한 한미 FTA를 밀어붙인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불량품”이라고 했다. 이런 글이 뒤늦게 알려지자 “수많은 반성과 사죄의 시간을 가져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에선 공천을 취소하라는 요구가 계속 나온다. 노무현재단 이사장인 정세균 전 총리가 “노무현의 동지로서 양문석 후보의 노무현에 대한 모욕과 조롱을 묵과할 수 없다”며 당 차원의 ‘결단’을 촉구했고,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김부겸 전 총리도 “경선 이전 절차에서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다시 한 번 검증해서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양 후보에 대한 공천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미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행정관,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대통령님을 ‘매국노’라 부른 사람이 민주당 후보라고 한다”며 “당사에는 대통령님 사진을 걸어두고, 당의 후보는 대통령님을 매국노라고 하는 이 괴이한 상황을 어찌 국민들께 말씀드려야 하나”라고 했다. 또 “당 지도부에 결단을 촉구한다”며 양 후보의 공천 취소를 요구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 바로잡는 것을 두려워 하지 말라”고 했다.
다만 이 대표는 이날 경기 하남시 신장시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에 “노 대통령께서는 ‘대통령 욕하는 게 국민의 권리 아니냐’고 했다”며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을 비난했다고 자신을 비난한 정치인을 비판하거나 비토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또 “표현의 자유는 그 선을 넘느냐 안 넘느냐의 차이”라며 “주권자인 국민을 폄훼하거나 소수자, 약자 비하하는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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