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이겨서 돌려받을 것” vs “플랫폼 대응 잘못해놓고 돈 빼서 사용”
‘특별회비 징수안’ 로펌 반발에 철회도…”의견수렴 거쳐 결정”
(서울=연합뉴스) 황윤기 기자 =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 가입 변호사들을 부당하게 징계했다는 이유로 부과된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 10억원을 자체 회관건축기금으로 납부했다.
변협은 소송에서 이겨서 돌려받겠다는 입장이지만 집행부의 잘못된 대응으로 부과된 과징금을 기금을 전용해 납부한 것이 문제라는 비판도 제기되는 등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변협은 지난달 열린 정기 총회에서 이른바 ‘로톡 변호사 징계’ 사건 관련 공정위 과징금 10억원을 회관건축기금 예비비로 납부한 사실을 대의원들에게 고지했다.
변협은 공정위의 시정명령 등에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과징금에 대해서는 집행정지를 신청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변협 내부 규칙상 예산에 정해진 금액은 원칙적으로 목적 외 용도로 사용하면 안 된다. 다만 부득이한 경우에는 이사회 승인을 얻으면 가능하다.
회관건축기금은 건물을 임차해 쓰는 변협이 자체 회관을 짓기 위해 회원들의 회비로 적립하는 특별회계 항목 중 하나다. 변협은 통상 매년 10억∼30억원씩 저축해 300∼400억 규모의 기금을 마련했다.
그러나 2021년 6월부터 변호사들이 협회에 매달 내는 분담금을 1만원씩 인하하면서 회관건축기금 적립은 사실상 멈춘 상황이다. 작년 수입·지출을 결산한 잔액은 357억원으로 전년 대비 5억원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건축기금을 과징금 납부에 사용한 것을 두고 총회에서는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의원들이 기금 감소를 지적하자 재무 이사는 “당시 일반회계 잔액이 부족해서 부득이 회관건축기금 예비비에서 납부했다”며 “행정소송을 하고 있고 돌려받을 것으로 협회에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협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회관 건축기금 계정으로 지급하는 것은 이사회 결의를 거쳐 진행된 것으로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변협 대의원인 김배년 한국미래변호사회 사무총장은 “플랫폼에 대한 대응을 잘못하면서 납부하게 된 과징금을 역대 회원들의 염원을 담아 쌓은 돈을 빼서 썼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한편 변협은 재정 수입 감소에 대응해 연 매출 300억원을 초과하는 로펌 등 법인회원으로부터 10억원의 특별회비를 징수하는 방안을 지난해 임시총회에서 의결하고 추진했지만, 당사자들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철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영훈 협회장은 총회에서 “(법무부) 인가신청 전에 대형 로펌 대표들하고 설명회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반대 의견이 있었다”며 “다시 절차를 밟아야 할 것으로 판단해서 철회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변협 관계자는 “민주적 정당성을 보다 갖출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당사자들의 의견 수렴과 동의 과정을 거쳐 인가철회를 결정했다”고 부연했다. 변협은 ‘법인 회비’ 신설을 대안으로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그러나 김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서도 “작년에는 (협회장이 임시총회에서) 로펌들의 모든 동의를 받았다고 했다”며 “집행부는 의결 사항을 집행할 의무가 있는데 이런 식이면 총회에서 어떤 것도 의결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wat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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