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능력연구원, 2007년·2023년 4개국 직업의식 등 비교
일 중요도 16년새 5.45→4.58점…”과거보다 외재적 직업가치 선호”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한국인이 일에 대해 느끼는 중요도나 자부심이 16년 전과 비교해 눈에 띄게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에 따른 경제적 보상이나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은 더 강해졌다.
17일 한국직업능력연구원(직능연)의 ‘직업의식 및 직업윤리의 국제비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7∼8월 18∼64세 취업자 1천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한국인의 ‘일의 중요도’ 점수는 7점 만점에 4.58점이었다.
‘일의 자부심’은 5점 만점에 3.17점으로, 2007년 조사와 비교하면 일 중요도(5.45점)는 0.87점, 일 자부심(3.36점)은 0.19점 하락했다.
직능연의 직업의식 및 직업윤리 조사는 1998년 이후 4년 주기로 수행하는 조사로, 2007년과 지난해엔 다른 나라에서도 같은 시기에 같은 인원을 조사해 함께 비교했다. 2007년에는 한국 외에 일본, 미국, 독일을 조사했고, 지난해엔 여기에 중국을 더해 5개국이 대상이었다.
일 중요도의 경우 2007년 조사에선 우리나라가 4개국 중 가장 높았는데 16년 사이 4개국 모두 점수가 하락한 가운데 한국의 하락 폭이 가장 컸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 중국(4.86), 미국(4.87) 독일(4.69)에 이어 4위였고, 일본(4.52)만 우리보다 낮았다.
일 자부심의 경우 2007년엔 4개국 중 최하위였는데 작년엔 일본(3.08)이 우리보다 더 낮아졌다. 4개국 중 미국만 3.98점에서 4.06점으로 상승했다.
한국인이 일의 흥미보다 경제적 보상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정도는 2007년 4.49점(7점 만점)에서 2023년 4.71점으로 올라갔다.
자기발전보다 고용 안정성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도 2007년 4.35점(7점 만점)에서 지난해 4.66점으로 높아졌다.
반면 ‘자유시간을 줄이더라도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인식’은 2007년엔 5점 만점에 3.43점이었지만 지난해엔 3.06점으로 낮아졌다. 자유시간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16년 사이 더 커진 것이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젊은 층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일 중요도와 자부심 모두 연령대가 낮을수록 낮았고, 경제적 보상 중요도는 20∼30대에서 더 크게 상승했다.
한편 한국인의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와 직무 만족도도 2007년 대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삶 만족도는 2007년 66.17점에서 2023년 64.94점, 직무 만족도는 64.31점에서 63.14점으로 후퇴했다. 삶과 일 만족도 모두 조사 대상 국가 중 일본을 제외하고 가장 낮았다.
보고서는 “우리 국민은 과거에 비해 경제적 보상이나 고용 안정성 등 외재적 직업 가치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과거 세대에 비해 일보다는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면서 일에 대한 중요성 인식이 감소하고 일·삶의 균형에 대한 요구는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일에 자부심을 느끼지 못하면 전반적인 삶 만족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흥미와 적성에 맞는 일을 발견하고 만족할 수 있는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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