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들에 “전공의·학생 걱정된다면 돌아오게 설득해달라”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속도…’의료분쟁 조정·감정제도 혁신TF’ 내주 발족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정부가 대형병원 응급실의 과밀화를 낮추고 중증 환자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경증 환자를 인근 의료기관으로 보내는 사업에 나선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15일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며 “최상위 응급의료기관인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중증 응급환자 중심으로 진료할 수 있도록 ‘경증 환자 분산 지원사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정부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최상위 응급의료기관인 권역응급의료센터의 경증·비응급 환자 비율은 27%에 이른다.
전국 43곳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중증 응급환자 중심의 진료와 재난 대비·대응을 위한 거점 병원 역할을 하는 곳이다.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권역응급의료센터 전체 환자 중에서 경증·비응급 환자 비율이 소폭 감소하고 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조 장관은 “권역응급의료센터가 경증 환자를 인근 의료기관으로 신속히 안내할 수 있도록 중증도 분류 인력에 대한 정책지원금을 지급하겠다”며 “중증 응급환자가 대형병원에서 적시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책지원금에 드는 재정은 67억5천만원이다. 경증 응급환자가 1, 2차 병원으로 전원될 경우의 구급차 이용료는 이달 13일부터 정부가 전액 부담하고 있다.
조 장관은 집단행동 움직임을 보여온 의대 교수들을 향해 사직을 예고할 게 아니라 전공의와 학생들의 복귀를 설득해달라고 주문했다.
조 장관은 “전공의와 의대생들을 병원과 학교로 돌아오도록 설득해야 할 교수님들이 환자를 떠나 집단행동을 하는 것을 국민이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며 “진심으로 전공의와 학생들을 걱정한다면 환자 곁으로, 배움의 장소로 돌아오도록 설득해달라”고 밝혔다.
이어 “환자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치료에 전념한 지금까지의 모습을 전공의와 의대생들에게 보여주시길 바란다”며 “전공의들이 더 나은 여건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의료체계 발전을 위한 논의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이날 의료기관에 파견된 공중보건의사에 대한 근무 관리 방안도 논의한다.
정부는 지난 11일부터 상급종합병원 등 의료기관 20곳에 공보의와 군의관을 배치해 진료를 지원하고 있다.
조 장관은 “파견 병원과 협력해 이들이 충분한 의학적 지도와 법률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진료 여건을 조성하겠다”며 “진료 중에 발생하는 법률적인 문제는 파견기관이 소속 의사와 동일하게 보호한다”고 말했다.
책임보험에 가입된 의료기관은 공보의와 군의관도 포함하도록 계약을 갱신하고, 이때 발생하는 보험료 추가분은 정부가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는 의료개혁 4개 과제 중 하나인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중대본 회의 후 열린 브리핑에서 “의료인이 성실히 진료하고도 소송에 휘말리는 상황을 방지해 의사는 소신껏 진료하고 환자는 두텁게 보상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계에서는 의료사고 소송에 대한 부담을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해왔다.
실제 2017년 12월 벌어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에 대한 5년여 재판 이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을 2017년 112.1%에서 2023년 25.5%까지 떨어졌다.
의료사고 피해자의 권리도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의료사고에 대한 손해배상 전부 승소율은 1.4%에 불과하고, 소송 기간은 평균 26개월에 달한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의료인이 책임보험·공제에 가입할 경우 의료사고에 대한 공소 제기를 면제해주는 내용 등을 담은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과 함께 소송이 제기되기 전 환자와 의료인이 충분히 소통하고 합의할 수 있도록 분쟁 조정과 감정 제도를 혁신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의료분쟁 조정·감정제도 혁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 내주 발족할 계획이다.
TF에서는 조정과 감정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고 조정 신청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 등을 마련해 올해 상반기 안에 의료분쟁 조정·중재 제도 혁신방안을 발표한다.
현행 의료분쟁 조정·중재 제도는 사망사고나 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 등을 제외하고는 상대방의 동의가 있어야만 조정이 개시된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돼왔다.
환자가 의료분쟁으로 조정을 신청하더라도 의사가 거부하면 조정이 개시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평균 86일이 넘는 조정 처리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요구도 컸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고 조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신청 절차를 간소화·표준화하고 조정 처리 기간을 단축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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