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4일 ‘목발 경품’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정봉주 전 의원의 4·10 총선 공천을 취소했다. 서울 강북을 결선투표에서 정 전 의원이 비명(非이재명)계 현역 박용진 의원을 제치고 1위를 한 지 사흘 만이다. 다만 민주당은 정 전 의원이 빠진 자리에 ‘경선 2위’ 박 의원을 공천하지 않고, 아예 재추천 절차를 밟기로 했다. 사실상 이재명 대표가 박 의원을 배제하고 전략공천을 하겠다는 뜻이다.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이재명 당대표는 경선을 1위로 통과한 강북을 정봉주 후보가 목함지뢰 피해용사에 대한 거짓사과 논란으로 국민께 심려를 끼친 바, 당헌·당규에 따라 해당 선거구의 민주당 후보 재추천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했다. 그런데 지난 총선에선 민주당이 개인 신상 등 도덕성 문제로 논란이 된 후보의 공천을 취소한 뒤, 경선에서 패한 인물을 최종 후보로 교체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21대 총선을 앞둔 지난 2020년 3월 25일 부산 금정 후보를 김경지 전 지역위원장에서 박무성 전 국제신문 사장으로 교체했다. 당시 김 전 위원장에 대한 불륜설 등 개인 신상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자 지도부가 이를 재검토해 공천을 전격 취소한 것이다. 당시 이해찬 대표 등 최고위원회는 “제기된 문제에 대한 근거는 없다고 보이나 당에 미칠 파장 등 정무적 판단에 따라 후보자를 교체한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투서의 내용은 명백한 허위”라며 자진사퇴할 의사가 없다고 했었다. 다만 “유권자들께 진실을 전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한 점 등을 고려해 총선 승리의 관점에서 통 큰 결단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번에도 ▲정 전 의원의 발언이 총선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당대표가 인정했고 ▲박 의원은 결선투표까지 오른 만큼 ‘경선 2위’를 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에서 ‘적격’ 심사를 받은 현역 박 의원과 이승훈 당 전략기획부위원장을 배제하고, 재추천을 결정했다. 박 의원은 이 대표 강성 지지층에서 일명 ‘수박’으로 불리는 대표적 비명계 인사다. 그는 이번 현역 의원 평가에서 ‘하위 10%’에 들어 1차 경선과 결선에서 모두 30% 감산을 받았다. 정 전 의원은 그간 박 의원을 향해 “민주당답지 않은 분”이라며 “이런 분은 쉬는 게 낫다”고 했었다.
박 대변인은 통화에서 “이번 경선 자체에 문제가 있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결선에서 탈락한) 박용진 의원은 (최종 후보군에) 해당이 안 된다”며 “1위한 후보에게 문제가 생겼으니 당헌당규에 따라 재추천, 즉 전략공천을 한다는 뜻이다. 경선에서 떨어진 사람은 해당이 안 된다”고 했다.
한편 정 전 의원은 지난 2017년 유튜브 방송에서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스키장 활용 방안을 거론하며 “DMZ(비무장지대)에 멋진 거 있다. 발목지뢰 하하하. DMZ 들어가서 경품을 내는 거다. 발목 지뢰 밟는 사람들한테 목발 하나씩 주는…”이라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의 발언은 2015년 우리 군 장병 2명이 DMZ 수색 작전 중 북한이 매설한 목함지뢰에 다리를 잃은 사건을 언급한 것이어서 논란이 됐다.
정 전 의원은 이에 “과거 발언 직후 당사자께 직접 유선상으로 사과드리고 관련 영상을 즉시 삭제했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피해 당사자들은 “어떠한 연락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정 전 의원은 재차 해명글을 올리고 “당시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이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를 촉구해 이 의원께 유선상으로 사과 드린 것”이라며 “사고를 당한 김정원 상사와 하재헌 전 하사의 연락처는 구하지 못해 직접적인 사과는 못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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