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지지율 상승 곡선에도 ‘한강벨트’ 등 전략 지역 후보는 고전
‘선거전략 전환’ 목소리 급부상…”‘민생 현안·미래 어젠더’로 대응”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류미나 홍준석 기자 = 국민의힘에서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수도권 위기론’이 총선을 20여일 앞두고 재점화하는 모습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이후 상승 곡선을 그려온 당 지지율이 이번 총선 최대 승부처인 ‘한강 벨트’ 등 주요 전략 지역 후보들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어서다.
지난 5∼7일 실시된 한국갤럽의 서울 지역 정당 지지도 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무선전화 가상번호 인터뷰, 응답률 14.4%,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국민의힘은 45%, 민주당은 24%를 각각 기록해 전달보다 격차가 더 벌어졌다.
반면, 서울 성동, 마포, 광진 등 ‘한강벨트’ 지역구에서 진행된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힘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오차범위 밖 열세를 보이거나 오차 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곳이 적지 않았다.
여기에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을 합치면 국민의힘 지지율이 크게 밑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오고 있다.
당내에서는 수도권 위기론의 원인으로 ‘위기 자초론’을 꼽는 의견이 적지 않다.
특히 ‘해병대원 사망 사건 외압 의혹’ 수사 대상으로 출국금지를 받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 대사 임명 및 출국을 야권이 집중적으로 선거 이슈화하면서 중도층 민심이 이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이 논란을 두고 야당이 무리하게 ‘해외 도피’ 프레임을 씌워 공세를 펴고 있다는 입장을 되풀이해왔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14일 기자들과 만나 “이 전 장관은 작년 9월 고발됐는데 (공수처가) 출국금지만 해놓은 상태로 기간만 연장하면서 수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6개월 넘게 공수처가 뭘 해왔는지 보면, (이 장관이) 정부에서 맡겨진 역할을 하기 위해 출국한 건지, 수사를 피하기 위해 출국한 건지 금방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은 몇몇 중량급 후보들은 원칙적으로 잘못이 없다고 해도 ‘타이밍’만큼은 좋지 않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선거 국면에서 정무적 고려가 부족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공동 선대위원장인 안철수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대통령실이) 출국 금지를 몰랐다 해도 수사 대상인 것이 알려져 있었으므로 사건이 클리어된 후에 임명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나 조치가 필요하다”고 정부에 주문했다.
역시 공동 선대위원장인 나경원 전 의원도 전날 CBS 라디오에서 “대통령실이 이 전 장관을 대사로 임명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는 부분은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이 사건 수사는 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마포을에 출마한 조정훈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 “꼭 총선 전에 이렇게 출국하는 게 맞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단순한 외교 임명이 아니라 정치적 이슈가 돼 버렸다”고 했고, 강서을에 출마한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도 BBS 라디오에서 “정부가 도피시켰다는 건 침소봉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무적 차원에서 상당히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힘에 합류한 이상민 의원은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무적 고려는 전혀 없이 무턱대고 (임명)하지 않았나”라며 “개인적 입장을 물으시면 저는 호주 대사 철회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이와 함께 과거 ‘5·18 발언’ 논란에 휩싸인 도태우 변호사의 대구 중·남구 공천 유지 결정을 한 것을 두고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야당 출신인 이상민 의원은 라디오에서 “매우 부적절한 발언으로, 한동훈 비대위원장 제안대로 재검토가 아주 엄중히 내려졌어야 된다는 아쉬움이 있다”며 “당이 의심받고 있다면 사실 읍참마속도 하는데,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도려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물가는 예기치 못했던 부정적 변수다. 국정을 책임진 집권당으로선 ‘악재’일 수밖에 없는데, 당장 해결할 묘수가 마땅치 않아 답답해하는 분위기다.
서울에 출마한 한 후보는 통화에서 “장사가 너무 안되고 물가가 너무 높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데, 해결이 쉬운 문제가 아니라 걱정”이라고 했다.
당내에서는 민주당의 공천 논란에 따른 반사 이익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나 홀로 고공전’에 기대왔던 선거 운동 방식을 전환할 시점이 됐다는 목소리가 크다.
조국혁신당 출범 직후 야권이 ‘정권 심판론’을 기치로 전열 정비에 나선 상황에서 ‘생활 밀착형 정책’을 제시하며 민생 이슈에 적극 대응하고, 새로운 총선 어젠더를 제시하는 등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강벨트에 출마한 한 후보는 통화에서 “여야가 서로 끌어내리기 경쟁처럼 돼 있는 것을 유권자들이 극도로 싫어한다”며 “집권당인 만큼 먹고 사는 문제를 비롯해 민생 현안, 미래 어젠더를 얘기하는 방식으로 ‘포지티브 캠페인’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기도에 출마한 다른 후보도 “한동훈 위원장이 계속 이재명 비판만 하니까 메시지에 변화와 발전이 없다”며 “여당은 야당이 아니라 국민이 대화 상대이므로, 민생 문제 해결책과 미래 발전의 청사진을 국민께 말씀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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