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의대생들이 대거 휴학계를 제출하고 강의실에 나타나지 않아 학사 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수업일수가 부족해 집단으로 유급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교육당국은 각 대학에 정상적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학생들을 설득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의대생들은 동맹휴학을 관철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집단유급이 확산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4일 대학가에 따르면 한림대 의대 해부신경생물학교실의 한 주임교수는 본과 1학년 83명에게 “학칙에 의거해 수업일수 미달로 인한 유급임을 통지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이 수업은 지난 1월 19일 개강했고 학생들의 결석한 일수가 3주가 되자 문자가 발송됐다고 한다. 한림대 학칙에 따라 학생이 3주 이상 결석하면 수업일수 미달로 F 학점을 받는다. 매 학기 한 과목이라도 F 학점을 받으면 유급 처리된다. 다만 한림대 의대생들이 유급은 최종 결정된 것이 아니라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서울대, 한양대 등도 수업을 시작한 상태여서 의대생들이 장기간 결석하면 유급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날까지 의대가 있는 전국 40개 대학에 접수된 유효한 휴학계는 총 6051건이다. 지난해 4월 기준 전국 의대 재학생(1만8793명)의 32.2% 수준이다.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휴학계는 지난달 말까지 1만3000여명이 제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업거부는 6개 의대에서 확인됐다.
의대생들이 집단유급할 가능성이 커지자 의대 교수들 사이에서는 휴학계를 승인해주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동맹휴학은 휴학 사유가 될 수 없어 대학이 휴학계를 승인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도 가천대를 찾아 “학생들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휴학은 허가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지난 11일 의대생들에게 대화를 제안하고, 전날 오후 6시를 시한으로 정했다. 교육부는 전날 “현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비상대책위원회 공동 대표 3인 등으로부터 어떠한 회신도 받지 못했다”며 대화가 무산됐다고 알렸다.
그러나 의대생 측은 교육부가 소통할 노력이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의대협은 회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수행한 3인의 위원장 중 그 누구에게도 교육부 연락이 오지 않았고, 의대협도 공식적 연락을 직접 받지 못했다”며 “교육부가 존중과 대화의 진정성을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부총리가 의대생 집단유급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대화를 제안한 점도 문제삼았다. 의대협은 “학생의 요구에 무응답으로 일관했던 교육부가 학적 변동이 임박하자 대화에 나서겠다는 것은 학생 의지를 전적으로 무시하는 형태”라고 했다. 수업 거부와 관련해서는 “파악한 결과 40개 모든 단위 예과 1학년 학생들은 전공 수업을 듣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고 의대생들도 집단유급이 현실화되자 의대 교수들도 집단행동을 검토하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이날 저녁 온라인 회의를 열고 교수들의 집단행동 여부를 논의한다. 서울대·연세대·울산대·가톨릭대·부산대 등 전국 19대 의대 교수는 오는 15일까지 사직서 제출 여부 논의를 마치기로 했다.
이 부총리는 이날 의대 교수를 향해 “집단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을 때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며 “전공의들과 학생들이 올바르게 판단하고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이끌어주셔야 함을 잊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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