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 핵심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대사 임명 논란이 호주 현지로 퍼졌다. 사건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어제 이종섭 대사의 출국금지 해제 논란 관련 고발 사건을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담당하는 수사 4부에 배당했다. 14일 아침신문들은 기사와 사설에서 그의 소환 필요성을 강조하는 보도를 내놨다.
중앙일보는 호주 ABC방송 보도를 언급하며 “국제적 망신이다. 정부의 설명대로 호주가 안보와 방산 협력에 중요했다면 이런 상황은 사전에 피했어야 했다”며 “용산이 그의 거취를 숙고하는 게 맞다”고 했다. 호주 ABC는 보도에서 “이번 사건이 호주와 한국 간 외교관계에서 어려움을 야기할 잠재력”을 안고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이종섭 호주 대사 부임이 “무리한 임명”이라며 “이 대사의 부임 논란은 정부가 자초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법무부가 이 대사를 출국금지 시킨 사실을 대통령실과 외교부에 알리지 않아 엇박자를 보였고, 곳곳에서 무리수가 읽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이 전 장관 출국으로 인해 공수처 수사가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했다. “이 전 장관은 애초 이 사건을 경찰에 넘기라고 했다가 이튿날 석연치 않은 이유로 이를 뒤집었는데, 그가 계속 입을 닫으면서 국방부의 윗선이 외압에 관여했는지 의혹을 다 해소하지 못했다”며 “공수처 수사의 주요 갈래 중 하나인 대통령실 개입 의혹 조사가 이 전 장관 출국으로 인해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지적”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 대사를 조속히 본국으로 소환해 엄정한 수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 이 대사가 자리에 머물러 있을수록 양국 관계에 부담만 커질 뿐”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대통령실과 국방부, 해병대가 논란이 불거질 무렵 수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이 확인된다고 보도했다. 1면 머리기사에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등의 휴대전화 수·발신 내역과 박정훈 대령(전 해병대 수사단장) 항명 사건 재판 기록 등을 살펴보면, 김 사령관은 지난해 7월29일부터 이 전 국방부 장관의 ‘이첩보류 지시’가 있었던 31일까지 대통령실·국방부 관계자와 빈번하게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했다.
권태호 한겨레 논설위원실장은 “지난해 7월30일, 박정훈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중장)과 함께 채 상병 사망 사건 처리 계획을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했다. 그런데 다음날 김 사령관이 박 단장에게 다 취소하라고 한다. 7월3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대통령이 크게 화를 내며 당시 이 장관과 통화했다는 게 박 전 단장의 전언 진술이다. 관계자들은 부인한다. 박 전 단장이 꾸며낸 말이라면, 구체적 정황까지 묘사해 감히 대통령을 음해모략하고, 온 국민을 속인 짓이 된다”고 지적했다.
권 실장은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은 잠시 잊었던 정권 심판론을 다시 일깨웠다. 이 중차대한 시기에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말은 못하고 속은 타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신문들은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정권심판론’ 대두 가능성에 곤란해하고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국민의힘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자칫 정권심판론에 다시 불을 댕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며 “‘나 몰라’ 반응부터 ‘책임 떠넘기기’까지 이 전 장관의 ‘호주런’이 총선 악재로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했다.
서울 동작을 후보인 나경원 전 의원은 13일 CBS라디오에서 “(대통령실이 이 전 장관을 대사로 임명하는) 절차 같은 걸 좀 매끄럽게 해야 되는데 아쉽다”며 “이 사건(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수사는 좀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이를 두고 “이 전 장관 출국 이슈를 무마하기 위해 철저한 수사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국민의힘 수도권 출마자들 사이에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駐)호주 대사 임명이 총선 민심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1면 머리기사에서 “국민의힘이 겹악재를 만나 흔들리고 있다”며 “3대 악재는 ‘이종섭 논란’, ‘도태우 공천 유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정부 심판론’ 협공”이라고 꼽았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국민의힘 수도권 의원은 “나조차도 출국금지된 사람을 호주대사로 임명한 것을 이해할 수 없는데, 유권자들이 납득하겠는가”라며 “‘이종섭 논란’을 통해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이 재점화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국민의힘에선 총선 목표치를 수정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며 여권에서 현실적 목표를 비례대표 포함 135석으로 봤지만 120석으로 내려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당 내부에선 이종섭 대사 임명을 악재로 꼽는다”고 했다.
신문들 “극단 치닫는 의·정 갈등”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전공의 1만1900여명이 병원을 떠난 상황에서 전국 19개 의과대학 교수들도 내일(15일)까지 집단 사직에 동참할지 결정하기로 했다. 전공의 면허정지와 의대생 유급 가능성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신문들은 “교수 집단 사직이 현실화하면 의료현장은 최악으로 치달을 것(경향신문)”이라고 전망했다.
전국 19개 의대 교수들은 지난 12일 밤 온라인 회의로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하고 15일까지 사직서 제출 여부 의사를 취합하기로 했다.
정부는 교수들도 진료유지명령 발동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하게 맞받았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의대 교수 역시 의료인으로 의료법에 해당하는 각종 명령의 대상”이라며 “의대 증원 규모를 전제조건으로 한 대화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한겨레는 “전공의가 이탈한 병원에서 중증·응급환자를 보고 있는 교수들이 사직한다면 현재 의료체계 유지는 어려워진다”며 한국중증질환연합회가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수술 취소 등 중증 암환자들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인데, 상급종합병원 교수들마저 집단으로 사직하면 의료재앙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의정 간 소통이 막힌 데는 정부 책임도 크다. 충분한 설득보다 엄격한 법 집행을 앞세우면 협상할 여지가 줄어든다. 처벌 면제를 약속한 복귀 시한 제시 같은 유인책은 전공의들에게 굴복을 강요하는 겁박이자 위협으로 느껴졌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윤석열 대통령이 발신하는 메시지도 문제”라며 “대통령까지 ‘의료법을 위반하는 행동에 대해선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고 엄포를 놓으면 전공의들이 돌아올 퇴로가 막힌다”고 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한국일보에 “초강경 일변도 대응은 대화 상대를 아예 없애버리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자칫하면 비가역적인 의료시스템 붕괴와 무정부적 파국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했다.
사설에서 맹비판 받는 국민의힘 도태우 공천 유지
국민의힘이 그제(12일) 5·18 광주민주화운동 폄훼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도태우(대구 중·남) 후보의 공천을 유지키로 하자 신문들이 사설을 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이 공천 유지 결정을 뒷받침하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 발언을 이용해서다. 한겨레는 도 변호사가 전두환씨를 두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새 시대의 문을 열었다”고 칭송했다고 보도했다.
두 차례 경선을 거쳐 지난 2일 공천된 도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변호사로, 2019년 자신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에서 “5·18은 자유민주화적 요소가 있지만, 북한 개입 여부가 문제 된다는 것이 상식”이라고 주장했다.
공관위는 12일 네 차례 회의한 뒤 “도 후보가 (9일과 12일) 2차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며 사과의 진정성을 인정해 공천 유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정영환 공관위원장은 이 결정을 두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한겨레는 그가 2021년 11월 한 인터넷 언론사에 게재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영면에 부쳐’라는 제목의 글에서 “내가 진실에 가깝다고 보는 (전씨의) 잠정적인 모습은 ‘1987년 높은 단계의 자유민주주의로 이행하기까지 대한민국의 과도기를 감당하고 결국 평화적인 방법으로 새 시대의 문을 연 보기 드문 군 출신 대통령’”이라고 주장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5·18유족회, 부상자회, 공로자회와 5·18기념재단 등 5월 단체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월 광주를 찾아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수록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찬성한다’고 했다”며 “겉과 속이 다른 국민의힘의 5·18 농락에 분노한다”고 비판했다.
세계일보는 사설에서 “도 후보의 사과에 진정성이 느껴졌다는 게 장동혁 사무총장의 설명인데 군색하기 그지없다”며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한 비대위원장이 적극 찬성한 사안이다. 그런데도 어물쩍 넘어가는 게 국민 통합에 앞장서야 할 집권당의 적절한 태도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공천 유지 결정을 두고 “국민 눈높이에 맞게 재검토하겠다고 한 지 하루 만에 공천 유지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결정이란 궤변에 아연할 뿐”이라며 “도 후보는 앞서 5·18 관련 발언을 사과하면서도 북한 개입설 관련 언론 보도에 명백한 오보이자 허위라고 반박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국민의힘, 5·18 폄훼 도태우 공천이 어찌 “국민 눈높이”인가>에서 “북한 개입설 같은 극우적 음모론이 정부·여당이 지향하는 국민통합 정신에 가당키나 한가”라며 “더 이상 ‘국민 눈높이’를 입에 올리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정봉주·도태우 사과로 끝낼 일 아니다>에서 “각 당이 다시금 이들에 대한 공천을 재고하고 당사자들부터 스스로 물러나는 게 유권자들에 대한 도리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 대기업 방송소유 문턱 낮춘다
정부가 대기업이 일정 수준 이상 방송지분을 가질 수 없도록 한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일간신문과 뉴스통신의 케이블(SO), 위성, IPTV에 대한 지분 제한 규정도 폐지한다. 국내 IPTV와 케이블방송 재허가 규제도 사라진다. 경향신문(1면)을 비롯한 신문들은 관련 보도에서 “규제 완화로 방송 공공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시민단체 등의 우려가 나왔다”고 전했다.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전체회의를 열고 ‘미디어·콘텐츠 산업융합 발전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현행 방송법상 ‘자산 총액 10조원’을 넘는 대기업은 지상파방송사 지분 10%를 넘겨 소유할 수 없고, 이를 넘는 지분에 의결권을 제한해왔다. 한국일보는 “독과점 방지의 안전장치가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아 방송의 공공성과 다양성 약화를 초래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대기업에 친화적인 미디어 정책을 내놨다는 비판도 제기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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