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총선이 임박하면서 정치권이 앞다퉈 ‘입단속 주의보’를 내리고 있다. 이는 역대 선거를 통해 후보 등의 말 한마디가 선거판에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하는지 정치권이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이재명 대표는 13일 당직자와 후보들을 향해 “저를 비롯한 우리 민주당의 모든 후보들과 당의 구성원들이 앞으로 더 한층 말과 행동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국민을 기만한 권력은 언제나 국민으로부터 매서운 회초리로 심판받아왔다. 민주당도 예외가 아니다. 저부터 절실한 마음으로 선거에 임하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8일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서 선거운동 중 한 시민에게 “설마 2찍 아니겠지”라고 발언해 구설에 올랐었다. 논란이 커지자 이 대표는 다음 날 곧바로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이보다 앞서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장학금 전달식에서 제국주의 침략에 앞장서 조선의 식민지화를 주도한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의 젊은 시절 영국 유학과 일본 개화 사례를 언급하며 ‘선례’로 평가해 거센 역풍을 맞았다.
성 의원 역시 발언 사흘 뒤 자신의 SNS를 통해 “장학 사업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비유가 적절치 못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정동영, 2004년 “60~70대는 투표 안 해도 돼”
성 의원 발언 이틀 뒤인 지난 5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입조심 경계령’을 내렸다. 한 위원장은 이날 “총선을 앞두고 부적절한 발언이 나오지 않도록 더 주의해줄 것을 요청한다”는 문자를 당직자와 후보들에게 보냈다.
그는 “잘못된 비유나 예시를 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19일에도 “고개 빳빳이 쳐들지 말고 겸손한 자세로 싸워 이겨야 한다”고 강조한바 있다.
특히, 정치권이 ‘설화’에 긴장하는 이유는 일종의 ‘학습효과’ 때문이다.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60~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고 말해 노인층의 분노를 불렀다. 원래 이 선거는 열린우리당이 압승을 거둘 것으로 예측됐지만, 예상을 깨고 겨우 과반을 달성하는데 그쳤다.
지난 2012년 총선에서는 ‘나꼼수’ 출신 김용민 당시 민주당 서울 노원갑 후보의 여성·노인·기독교 비하 막말이, 2020년 21대 총선 당시엔 차명진 전 의원의 ‘세월호 텐트’ 발언이 표를 깎아먹는 소재로 작용했다.
또 2016년 6·13 지방선거 직전엔 정태옥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의 ‘지역 비하’ 발언이 큰 파장을 불렀다. 정 전 의원은 방송에서 이른바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망하면 인천)’을 언급, 강한 비판을 받아 결국 탈당했다.
당시 선거 결과는 자유한국당의 참패로 끝났다.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장의 경우, TK(대구·경북)를 제외한 전 지역을 더불어민주당이 휩쓸었다. 제주에서 당선된 원희룡 지사(현 국민의힘 계양을 후보)도 무소속으로 출마했을 정도다.
이외에도 역대 선거 때마다 돌출된 정치인들의 말실수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특히, 22대 총선이 임박하면서 정치권에선 ‘고소·고발’, ‘의혹 폭로’ 등 ‘네거티브 전략’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번 총선에선 누가 어떤 ‘말실수’로 선거판을 흔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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