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후보 사과 이후 공천 유지…장동혁 “국민께서 사과 진정성 봐주길”
수도권·호남 후보들 “평가는 국민 몫, 광주 출마자들 우려 클 것”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안채원 기자 = 4·10 총선을 약 한 달 앞두고 국민의힘 일부 후보들의 과거 발언 논란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이번 사안이 표심에 미칠 영향을 두고 당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의힘은 논란 당사자들의 사과 이후 기존의 공천 결정을 유지했지만, 당내에서는 더욱 낮은 자세로 민심의 동향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경우 선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앞서 당 공천관리위원회는 12일 회의에서 2019년 5·18 민주화운동 ‘폄훼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도태우 변호사의 대구 중·남구 공천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공관위원인 장동혁 사무총장은 13일 SBS 라디오에 출연, “도태우 후보 발언이 문제가 있었던 것은 맞다”면서도 “도 후보의 두번째 (사과) 입장문을 통해 5.18 정신에 대한 도 후보의 입장이 명확해졌고 사과의 진정성도 느껴졌다고 판단됐고, 국민께서도 그 부분까지도 지켜봐 주시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 후보는 전날 사과문에서 “과거의 미숙한 생각과 표현을 깊이 반성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존중하고 충실히 이어받겠다”고 말했다.
앞서 도 변호사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공천 재검토 요청으로 공천 취소 위기에 몰렸지만, 두차례 대국민 사과로 몸을 바짝 낮추면서 구제됐다.
당 핵심 관계자는 도 후보에 대한 공천 유지 결정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이 계속 공격하겠지만 후보의 명확한 입장이 있고 그 입장이 충분히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우리가 후보 결정을 취소해야 할 것은 아니다”라며 “방어 논리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당 공관위는 또 ‘난교 발언’으로 논란이 된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에 대해서도 부산 수영 공천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장 전 최고위원은 2014년 페이스북에 “매일 밤 난교를 즐기고, 예쁘장하게 생겼으면 남자든 여자든 가리지 않고 집적대는 사람이라도 맡은 직무에서 전문성과 책임성을 보이면 프로로서 존경받을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이지 않을까”라고 적은 게 문제가 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보다 이승만, 김대중 전 대통령이 더 싫다’, ‘식용을 제외한 모든 동물이 사라졌으면 좋겠음’이라는 과거 게시글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장 전 최고위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방송이나 정치를 하기 전이라고 해도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조심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국민의힘은 공직이나 당직을 맡지 않은 일반인 시절 한 발언을 이유로 두 후보의 공천을 취소할 수 없다고 봤다.
아울러 과거 발언 논란으로 공천을 취소할 경우 야권의 공세 강화에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두 후보의 공천을 취소하면 야권의 요구를 수용하고, 공천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시인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광진갑에 출마한 김병민 전 최고위원은 BBS 라디오에서 “선거 때가 되면 또 여러 과거에 있었던 발언들과 메시지로 정치적인 공세들이 이어질 수도 있다”면서 “잘못된 일이 있으면 변명하지 말고 과감하게 사과하고 그 일의 평가는 국민들이 투표로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들의 공천 유지 결정이 수도권과 호남 등 험지나 격전지 표심이 일부 이탈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5·18 관련 논란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역인 광주에 출마하는 박은식 비대위원(동남을)은 통화에서 “당의 결정을 수용할 수밖에 없고, 어쩔 수 없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앞서 박 비대위원은 지도부 비공개회의에서 도 변호사 공천에 대해 강하게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전북 지역에서 활동하는 한 국민의힘 인사는 “지역에서는 사과했으니 공천을 수용해야 한다는 민심도 있지만, 공천 취소를 당하지 않으려고 사과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면서 “광주에서 출마하는 후보들은 우려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p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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