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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리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서울 개막식은 스포츠사(史)를 넘어 한국 외교사에서 기념비적인 사건이 될 뻔했다. 지난달 일본의 한 매체가 한일 정상의 셔틀외교 재개 1주년을 맞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한국을 찾아 두 정상이 함께 개막전을 관전하고 공동 시구·시타에 나설 수 있단 가능성을 전한 것이다. 개막전에는 ‘일본 국민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 LA다저스 선수, 한국의 김하성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선수가 참전해, 삼각 공조를 강화해 온 한미일 각국의 선수들이 함께 뛴다는 의미가 적지 않다. 한동안 양국은 미묘한 분위기를 풍겼지만, 이달 1일 대통령실이 “이달 한일 정상회담이 추진되는 게 없고, 정상회담 계획도 없다”고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양국 정상이 나란히 마운드에 오르는 진풍경은 다음을 기약하게 됐지만 한국과 일본 국민들은 지도자들이 야구를 고리로 국민들과 공감대 확장에 나선 풍경을 익히 봐왔다. 지난해 4월 윤 대통령은 대구에서 열린 한국 프로야구(KBO) 개막전의 시구자로 나서 공을 던졌고, 같은 해 5월엔 용산 어린이정원에서 열린 ‘대통령실 초청 전국 유소년 야구대회’의 구심으로 등장해 ‘스트라이크 콜’ 세레머니와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기도 했다. ‘강골 검사’ 이미지가 강한 윤 대통령이 마운드에 올라 돌직구를 던지고, 청소년들과 소통하는 모습으로 친근감을 심어 준 것이다.
당시 윤 대통령은 지지율 40%선이 무너지며 민심 다잡기가 절실했을 시기로, 중장년층이 주를 이루는 전통시장 이외에도 젊은층·여성층과의 새 소통 창구가 필요했다. 통상 스포츠 경기장은 주로 남성 관중의 비중이 높지만 야구 만큼은 여성과 대학생 팬층도 두터워 윤 대통령의 행선지로 적합했다. 또한 윤 대통령의 남다른 ‘야구 사랑’도 한몫했을 것으로 보인다. 야구 명문인 충암고 출신의 윤 대통령은 “축구와 야구를 다 좋아했는데, 그중에도 고르라고 하면 야구를 훨씬 좋아했다” “초등학교 시절 학교에 가면 엉덩이 밑에 야구 글러브를 깔고 앉아 수업을 들을 정도로 야구광이었다”고 애정을 드러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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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조만간 야구 글러브를 끼고 국민들 앞에 다시 나설 계획이다. 지난 6일 윤 대통령은 ‘늘봄학교 범부처 지원본부’ 회의에서 사회 각계각층의 재능기부를 요청하면서 “저도 요즘 아이들과 함께하려고 틈을 내서 야구와 농구 연습을 한다”고 말했다. 조만간 늘봄학교 야구 재능기부 1일 강사로 나서겠다고 시사한 것이다.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조만간 학교를 방문해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늘봄학교는 정규 수업 전후 초등학생들에게 교육·돌봄을 제공하는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인 저출산 및 공교육 정책으로, 야구가 국정성과의 홍보 도구로도 활용되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이런 윤 대통령의 행보, 각별한 애정 때문에 윤 대통령이 MLB 서울 개막전에 등판해 경기 시작을 알리는 공을 던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비록 기시다 총리와 공동 시구는 아니더라도 홀로 마운드에 올라 국민들에게 재미를 선사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다만 수용 인원이 1만 6000명에 달하는 고척돔의 경호 등 참석까지 풀어야 할 현실적 문제가 간단치 않다는 건 걸림돌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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