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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주진우 출연 금지, ‘블랙리스트’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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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지난해 박민 사장 취임 직후 폐지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진행자에게 최근 출연금지 결정까지 통보하면서 사실상의 ‘블랙리스트’ 우려가 되살아나고 있다. KBS가 출연금지 결정의 근거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관련 규정을 준수했는지도 의문이 제기된다.

▲2024년 3월 4일 KBS 측이 '주진우 라이브' 진행자였던 주진우씨에게 출연금지 결정을 통보한 '출연자 제재조치 통지서'
▲2024년 3월 4일 KBS 측이 ‘주진우 라이브’ 진행자였던 주진우씨에게 출연금지 결정을 통보한 ‘출연자 제재조치 통지서’

KBS는 지난 4일 ‘주진우 라이브’ 진행자였던 주진우씨에게 출연금지 결정을 통보했다. 김병진 라디오센터장이 서명한 ‘출연자 제재조치 통지서’에는 “2023년 2월2일에 방송된 ‘주진우 라이브’에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4조(객관성)를 위반한 내용을 방송하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조치 결정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주의’ 조치와 출연자 제재조치를 통보받았으므로 엄중 경고와 함께 KBS 출연 금지가 결정되었음을 서면 통보함”이라고 적혀 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11월 박민 사장이 취임한 직후 폐지됐다.

통지서에 언급된 지난해 2월2일 ‘주진우 라이브’는 민간인(천공)의 대통령 관저 이전 개입 의혹을 다뤘던 방송이다. 이 의혹을 초기에 알린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이 출연한 코너, 이어진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출연 코너에서의 진행자와 출연자 간 대담 내용에 대한 민원이 제기됐고, 지난 1월 여권 방통심의위원들 주도로 법정제재 ‘주의’가 의결됐다.

KBS의 출연금지 통보는 여러 측면에서 현행법, 관련 규정 등과 어긋난다. 먼저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주의’ 조치와 출연자 제재조치를 통보”받았다는 대목이다. 방송법상 방송통신위원회는 출연자 제재조치를 통보할 권한이 없다. 제재조치를 규정하는 방송법 100조를 보면 방통위가 심의규정을 위반한 방송사에 제재조치를 명할 수 있지만, 방송출연자에 대한 경고나 출연제한이 필요한 경우 조치는 방송사 즉 KBS가 결정하도록 돼 있다.

라디오센터장 명의로 ‘KBS 출연금지’ 통보가 이뤄진 것도 의문을 남기고 있다. KBS 방송출연자 규제는 심의실장이 위원장인 방송출연규제심사위원회가 ‘위법 또는 비도덕적 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행위’를 심사해 섭외자제 권고, 한시적 출연규제, 방송출연 정지 등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심사내용은 병역기피, 습관성 의약품 사용 및 대마초 흡연, 사기·절도·도박, 폭행·성추문, 기타 민형사상 기소되어 있는 경우, 미풍양속과 사회질서를 문란케 한 경우 등으로, 방송심의 및 제재에 관한 규정은 없다.

KBS 사측은 지난 5일 이번 출연금지에 대한 본지의 최초 질의 당시 ‘출연금지를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가, 이후 ‘출연금지가 맞다’고 입장을 번복한 바 있다. 당시 사측은 “출연금지 조치를 한 게 맞고 방통위에서 주의 이상 조치가 내려오면 의무적으로 이행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면서, 관련 논의가 이뤄진 절차와 근거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 12일 김 센터장과 사측에 대한 추가 질의에도 답변이 돌아오지 않았다.

이 같은 KBS 대응은 방송 당시 화두였던 대통령 관련 의혹을 다뤄 제재를 받았다는 이유로 자의적인 언론인 출연금지를 단행했다는 지적을 키우고 있다. 해당 방송이 이뤄진 날은 야권의 의혹제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통령실이 관련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 기자 등 고발을 검토한다고 알려지는 등 관련 이슈가 증폭되던 시기였다.

▲ KBS 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홈페이지 갈무리. 해당 프로그램은 2023년 11월 박민 사장 취임 이후 폐지됐다.
▲ KBS 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홈페이지 갈무리. 해당 프로그램은 2023년 11월 박민 사장 취임 이후 폐지됐다.

주씨 외의 두 출연자는 KBS로부터 출연제재 통보를 받은 적은 없다며, 일련의 사태에 우려를 표했다. 김종대 전 의원은 “한마디로 막가자는 얘기 아닌가”라며 “그 시절엔 내가 방송에 나가면 다 그걸 궁금해 했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궁금한 걸 묻는 건 당연한 건데, 갈수록 점입가경”이라고 비판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KBS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면서도 “KBS에 격주로 라디오, TV 등 다섯 개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을 했었는데 (박 사장 취임 무렵) 제일 먼저 잘렸다. 지금도 저는 안 부른다”고 밝혔다.

4기 방통심의위원으로 활동했던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는 “KBS 출연금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보통 마약, 음주운전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하는데 이 사안이 출연금지를 할 사안인가. 방송심의규정 9조(공정성)와 14조(객관성)는 보도 내용에 대한 통제를 목적으로 한 조항이기 때문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심 교수는 이어 “심의는 상태를 호전시키려는 것이 목적인데 지금은 방송을 못하게 하는 정도까지 가버리는, 물리적으로만이 아니라 제재를 통해 입을 틀어막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KBS가 왜 출연금지를 결정했는지 밝히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미디어오늘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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