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딸 이원주(20)씨는 미국 비영리 단체에서 인턴 활동을 하며 본격적인 진로 탐색에 나섰다. 기업의 주력 사업이 아닌 영역에서 인턴십을 수행하며 본인만의 커리어를 쌓고 있다. 사회생활 첫 걸음을 삼성전자에서 시작한 아버지와 대조되는 행보다.
인턴부터 차근차근
이원주씨는 현재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시몬스센터에서 인턴으로 활동 중이다. 1999년 설립된 시몬스센터는 지역 발전을 위한 글로벌 비영리 단체와 자선가, 사회활동가, 구직자, 학자 등을 서로 연결하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시카고 출신 글로벌 자선가 아델 스미스 시몬스 여사가 단체를 창립했다. 단체명 역시 창립자 이름에서 따왔다.
현재 시몬스센터에선 이씨를 포함해 총 7명이 근무하고 있다. 정직원 3명에 인턴 4명으로 구성됐다. 이씨는 시몬스센터에서 글로벌 봉사단체에 데이터 베이스를 제공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씨의 전공 분야가 데이터 과학인만큼 커리어를 쌓는 동시에 봉사활동까지 병행할 수 있어 향후 진로 결정시 큰 이점으로 작용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시몬스센터 홈페이지에선 이씨의 자기소개서가 공개돼 관심을 끌기도 했다. ‘매디슨(Madison)’이라는 영어 이름으로 자신을 소개한 이씨는 “나는 대한민국 서울 출신이지만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며 “현재 시카고 대학에서 데이터 과학을 전공하는 2학년 학생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가 속한 지역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한다. 고등학교 때에도 캠퍼스 내 지역사회 봉사 단체들과 함께 활동한 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몬스 센터에서 일하게 돼 기쁘다”고 덧붙였다.
재계는 이씨가 인턴 활동을 통해 진로 탐색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개인 관심사에 맞춰 원하는 진로를 스스로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아버지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일찌감치 경영 수업에 돌입한 것과 대조된다. 이 회장이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4세 경영 포기’ 선언을 하면서 이씨의 활동폭이 보다 넓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과거 이재용 회장은 서울대 졸업 직후인 1991년 삼성전자 총무그룹에 입사하며 후계자로서의 길을 걸었다. 그는 삼성전자 내에서 사원을 시작으로 경영기획팀 상무보, 경영기획팀 상무, 전무, 부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 등을 역임하며 승진했다.
아빠 버금가는 황금인맥
미국에서 생활 중인 이씨는 아버지에 버금가는 ‘황금 인맥’을 보유해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2020년 5월 이 씨가 담긴 사진 한장으로 인해 국내 커뮤니티가 떠들썩 했다. 미국 명문 사립고인 ‘초트 로즈메리 홀’에서 개최된 파티에서 이씨가 찍힌 사진인데, 여기에는 거물급 인사 자제들이 대거 포함됐다.
이씨는 인도네시아 구당 가람 회장의 손녀, 중국 바이두 회장 로빈 리의 셋째 딸, 미국 오라클 CFO 사크라 캣츠의 막내딸, 알버트 볼라이자 CEO의 손녀 등과 친구로 화려한 인맥을 자랑했다.
이씨는 연예계에서도 친분이 두떠운 모습이다. 그는 그룹 블랙핑크의 로제와 함께 행사에 앉아 있는 모습이 포착돼 눈길을 끌었다. 또 태국의 한 식당에서 엄마인 임세령 대상그룹 부회장과 블랙핑크 멤버인 리사가 함께 찍힌 사진이 공개돼 화재가 됐다.
SNS에서 관심 끈 이유는
이원주씨는 어린 시절부터 배워온 발레에 재능을 보이는 등 연말 대표 공연인 ‘호두까기 인형’에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8살이었던 2011년부터 국립발레단 부설 아카데미에 다녔다. 이원주씨가 발레를 배운 데는 발레 마니아인 이 회장의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 회장은 매해 크리스마스에 딸의 공연을 관람했다.
이원주씨는 중학교 진학 전까지 ‘호두까기 인형’에서 어린 마리를 비롯해 프릿츠의 친구, 프릿츠 등 역할로 무대에 서며 최연소 주연으로 활약했다.
이원주씨의 일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소개되면서 그가 평소 사용하는 스마트폰도 화제가 됐다.
이원주씨가 과거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에서 삼성에서 출시한 갤럭시폰이 아닌 경쟁사 애플의 아이폰을 들고 있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된 것이다. 이에 아무리 아버지 회사의 제품이어도 ‘아재폰’ 이미지의 갤럭시를 사용하기 꺼렸다는 추측이 이어졌다.
이같은 논란 이후 온라인에선 이원주씨가 크림색의 ‘갤럭시Z플립3’를 사용하는 사진이 확산됐다. 2022년 6월 이재용 회장과 서울 중구 정동제일교회에서 열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장녀 결혼식에 참석할 때는 갤럭시S20으로 추정되는 흰색의 스마트폰이 들려있었다.
2004년생인 이씨는 뉴욕 맨해튼에서 태어났으며, 서울용산국제학교와 미국 코네티컷에 위치한 초트 로즈메리 홀을 졸업했다. 초트 로즈메리 홀은 존 에프 케네디 미국 전 대통령,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딸 이방카 트럼프 등 미국 내 유명 인사를 배출한 명문 사립고로 알려졌다. 이후 미국 콜로라도 칼리지를 진학했으나 중퇴하고, 현재 시카고대학에서 데이터과학을 전공하고 있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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