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업계가 폭풍 전야만큼 오싹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유통업계의 지각변동을 흔든 쿠팡에 이어 중국 이커머스업계의 공략이 예사롭지 않아서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알리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업계의 한국 공략이 매섭다.
최근 신세계그룹이 정용진 부회장을 회장으로 앉힌 것부터 이같은 긴장감을 반영했다는 시각이다.
신세계그룹은 이달 8일 정용진 총괄부회장을 회장으로 전격 승진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2006년 부회장에 오른 후 18년 만의 승진 인사다. 이명희 회장은 그룹 총괄회장으로서 신세계그룹 총수의 역할을 맡는다.
이번 인사의 경우 정용진 회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을 ‘정면돌파’하기 위한 결정으로 해석됐다.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유통 시장은 과거보다 훨씬 다양한 위기 요인이 쏟아지고 있다. 그만큼 강력한 리더십이 더욱 필요해졌다는 의미다.
신세계그룹은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혁신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최고의 고객 만족을 선사하는 ‘1등 기업’으로 다시 한 번 퀀텀 점프하기 위해 이번 인사를 단행했다”고 강조했다.
이커머스에 전력투구 중인 롯데그룹의 상황도 좋지만은 않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강력한 주문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실적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서다.
롯데온은 2020년 4월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홈쇼핑, 롯데하이마트 등의 롯데그룹 유통계열사의 온라인몰을 통합한 플랫폼으로 야심차게 출범했다. 롯데온은 영업손실 규모가 줄고 있지만 여전히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이 이커머스 시장에서 영향력을 제대로 확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중국 이커머스의 국내 공략은 롯데그룹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쿠팡 역시 내부적으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는 전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이 쿠팡 등에 점유율을 빼앗기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알리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업계까지 공략의 고삐를 죄면서 유통업계가 초긴장 상태”라고 귀띔했다.
와이드앱ㆍ리테일ㆍ굿즈에 따르면 종합몰 앱 사용자 수는 쿠팡이 3010만 명으로 1위다. 알리와 테무가 각각 818만, 581만을 기록하며 2, 4위를 차지했다. 이는 국내 쇼핑몰인 G마켓보다 더 높은 수치다. 심지어 알리의 경우 2위를 차지하고 있던 11번가도 추월했다.
이렇듯 중국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의 유통 범위가 넓어지면서, 그만큼 유해 상품의 유입도 커지고 있다. 한국 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에서 리콜된 제품을 모니터링한 결과 473개 제품이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었다. 제조국이 확인된 219개 제품 가운데 63%가 중국산이었다.
정부는 이달 7일 ‘해외직구 종합대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소비자 피해 상황, 국내 기업 영향 등을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TF에서는 위해 물품 반입 차단, 소비자 불편 사항 해소, 국내 업계 애로 사항 해소 등의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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