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안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로 상향’ vs 2안 ‘보험료 놔두고 대체율만 12% 상향’
재정안정 효과는 크지 않아…”기금 고갈 시점 7, 8년 늦춰질 뿐”
‘퇴직 후 64세까지 납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정년 연장해야”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국회 연금개혁 공론화위원회가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을 조합한 2개의 안을 내놔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국민연금 개혁에 속도가 날지 주목된다.
11일 국회에 따르면 공론화위 의제숙의단은 전날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0%에서 50%로 늘리는 안, 보험료율을 12%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0%로 유지하는 안 등 2가지 안을 제시했다.
숙의단은 근로자, 사용자, 지역가입자, 청년, 수급자 등 각 이해관계 집단의 대표성을 반영해 36명으로 구성됐다.
개혁안이 여러 이해관계 집단이 참여한 가운데 나왔고, 앞으로 시민 대표단이 참여하는 공개 토론을 거칠 예정이라는 점에서 ‘시민이 참여하는 연금 개혁’이라는 논의의 틀이 시도된다는 의미가 있다.
다만 그동안 정부와 국회 차원의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지지부진하다가 21대 국회 임기 만료를 앞두고 서둘러 개혁안이 나왔다는 점에서 논의가 ‘날림’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더 내고 더 받자’ vs ‘더 내고 똑같이 받자’
공론화위가 제시한 개혁안은 ‘(연금 보험료를) 더 내고 (은퇴 후 수급액을) 더 받자’는 안과 ‘더 내고 똑같이 받자’는 2가지 안이다.
59살까지인 국민연금 의무가입 상한 연령을 연금을 받는 시점에 맞춰 ’64살’까지 연장하는 내용은 단일안으로 포함됐다.
현재 9%(직장가입자는 가입자와 회사가 절반씩 부담)인 보험료율을 13%로 4%포인트 올리면서, 42%(2028년까지 40%로 하향 예정)인 명목 소득대체율을 50%로 끌어올리자는 게 1안이다.
명목소득대체율은 40년 가입을 전제로 평균소득 대비 받게 될 연금액의 비율을 뜻한다. 가입자의 평균 가입기간은 2022년 기준 19.2년 수준이어서 실질 소득대체율은 이보다 훨씬 낮다. 2020년 기준 실질 소득대체율은 22.4%였다.
국민연금 개혁 방안을 놓고는 보험료율을 인상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재정 안정론’과, 소득대체율을 올려 보장성을 올려야 한다는 ‘보장성 강화론’이 맞서고 있는데, 1안에는 보장성 강화론의 주장이 적극 반영됐다.
2안은 보험료율을 12%로 3%포인트 끌어올리고 소득대체율은 유지하는 내용이다. 보험료율 인상 폭이 1안보다 작은 대신 보장 수준은 현행 그대로 두는 것이 특징이다.
두안 모두 보험료율 인상을 담고 있는데, 두안 중 어떤 안이 채택되더라도 1998년 이후 27년 만(내년부터 적용될 경우)에 보험료율이 높아지게 된다.
두 가지 안 중 1안이 채택되면 그동안 낮아지기만 하던 명목 소득대체율이 다시 높아진다는 의미가 있다. 명목소득대체율은 1998년 1차 개혁 당시 70%에서 60%로 낮아졌고, 2007년 2차 개혁에서 다시 2028년까지 40%로 낮추기로 결정됐다.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점으로 보면 두 가지 안 모두 재정 안정 효과가 크지 않다.
복지부는 작년 현재의 보험료율과 명목 소득대체율을 유지할 경우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점을 2055년로 예측했는데, 1안이 채택되면 2062년으로 7년 미뤄지고, 2안대로면 2063년으로 8년 늦춰진다.
정부 산하 전문가위원회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작년 10월 개혁안 제시 없이 24개의 시나리오를 담은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향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는 같은 달 보험료율과 명목 소득대체율과 관련한 수치를 제시하지 않은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발표했다.
이번에 숙의단이 제시된 안은 500명의 시민 대표단이 참여한 4차례의 공개토론회에서 다시 숙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국회는 이를 토대로 21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는 5월 29일까지 개혁안을 완성할 방침이다.
◇ 보장성 강화론 의견 반영…’64세까지 납부’에 사회적 논란 예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공론화위가 제시한 안에 ‘보장성 강화론’이 적극적으로 반영됐다는 평가가 많다. 명목 소득대체율을 상향 조정하는 안이 ‘1안’으로 담겼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쪽 진영의 반응이 갖는 온도 차가 크지만, 국회 임기 내 결론을 내기 위해 과하게 속도를 내고 있다는 지적과 정부와 정치권이 안을 내놓지 않으면서 ‘시민들’에게 결정을 미루고 있다는 비판은 양 진영에서 함께 나온다.
오종헌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사무국장은 “국민연금이 가진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노후소득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며 “(1안에) 국가가 국민 노후를 책임진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숫자(명목 소득대체율 상향)가 담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오 국장은 “그동안 내려가기만 한 명목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내용이 담겼다”며 “국민연금을 충실히 내면 평균적인 소득 활동을 했을 때 최악의 빈곤을 피할 수 있다는 국가의 시그널(신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민 대표단의 숙의를 거치는 것과 관련해서는 “시민들이 참여하는 숙의 과정을 거치는 것은 하나의 시도로써 환영할 만하다”면서도 “국회 임기 종료에 앞서 서둘러 추진되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선진국들은 수년에 걸쳐 국민이 참여하는 숙의 과정을 거치는 데 비해 숙의 기간이 짧다”며 “공론화 과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떨어진 상황에서 거대 양당이 결정 책임을 시민에게 떠넘기는 것도 아쉬운 점”이라고 덧붙였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보험료율을 올리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국회 연금특위의 민간자문위에서 보험료율을 15%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유지하는 재정안정화 방안이 가장 큰 지지를 받았는데도 공론화위 안에는 빠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두 안 사이에 연금 소진 예상시점이 얼마 차이가 나지 않지만, 소진 후 발생한 적자 규모는 큰 차이가 난다”며 “결국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예상 누적 적자 규모를 밝히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강조했다.
윤 위원은 “공론화위에 보장성 강화를 주장하는 위원들이 많아 결론을 미리 내놓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논의가 진행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절차적 합리성 확보를 위해 특정 결론이 나도록 인적 구성을 세팅한 것”이라며 “정부가 제대로 개혁할 의지가 있었다면 재정계산위가 안을 냈어야 했고, 복지부가 (모수개혁의) 숫자를 제기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을 64세까지 납부하는 것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60세 정년을 모두 마친 직장인이라고 하더라도 퇴직 후 ‘소득 절벽’에 처하는 상황에서 64세까지 국민연금을 납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60세 정년을 모두 채우지 못하고 조기 퇴직하는 직장인도 부지기수인 상황이다.
류재강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은 최근 국민연금 공청회에서 “조속히 정년과 의무가입연령, 수급연령을 모두 동일하게 65세 수준으로 정비해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법적 정년의 연장”이라고 강조했다.
bkkim@yna.co.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