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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로 몰래 출국한 ‘채상병 수사외압 의혹’ 이종섭 : 출금 해제 이틀만이었고, 공항 달려간 민주당 의원들까지 따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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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9월 26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제75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이종섭 국방장관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당직자들이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비행기에 탑승한 것으로 확인되자 규탄 발언을 하는 모습(오). ⓒ대통령실 제공, 공동취재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9월 26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제75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이종섭 국방장관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당직자들이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비행기에 탑승한 것으로 확인되자 규탄 발언을 하는 모습(오). ⓒ대통령실 제공, 공동취재 

지난해 7월 호우 실종자 수색 중 숨진 ‘해병대 채아무개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64) 전 국방부 장관이 “범인 도피”라는 비판 속에 오스트레일리아(호주)로 ‘몰래’ 출국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이 전 장관을 주호주대사로 임명한 지 6일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조사를 받은 지 3일 만이다.

핵심 수사 대상자가 공무를 명목으로 해외로 출국하면서, 외압 의혹 수사는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 전 장관처럼 직업 외교관이 아닌 경우에는 대통령이 특임공관장으로 임명해 대사 등으로 보낼 수 있다. 특임공관장은 정년도(외무공무원 정년 60살), 임기도 정해져 있지 않다.

이 전 장관은 1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호주 브리즈번으로 향하는 KE407항공편(오후 7시45분 출발)에 탑승해 출국했다. 이날 이 전 장관의 호주행을 막기 위해 찾은 야당 국회의원과 해병대 전우회 회원 등이 비행 출발 4시간 전부터 출국장으로 향하는 문(게이트) 5곳을 지켰지만, 이 전 장관은 이들과 취재진의 눈을 따돌리고 비행기에 탑승했다. 한 공항 직원은 “이들(게이트 5곳) 말고 (출국장으로 향하는) 다른 통로는 없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해병대원 사망사건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소속 의원 등 30여명과 함께 공항을 찾은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7시15분께 “(이 전 장관이)벌써 출입국 심사를 마친 것으로 확인된다”며 “대통령은 피의자 혐의를 받는 이 전 장관을 외교관 신분으로 해외 도피 시켰다. 수사를 지연시키고 진실을 가린다해도 반드시 법적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박주민 의원 등 당직자들이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이종섭 주호주대사 출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박주민 의원 등 당직자들이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이종섭 주호주대사 출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이 전 장관의 출국은 대사 임명 뒤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이 전 장관은 대사 임명 직후인 6일 언론보도를 통해 자신의 ‘출국금지’ 사실이 알려지자 하루만인 7일 공수처 조사에 응했다. 통상 수사는 아랫사람에서 시작해 윗선으로 진행되는 게 일반적인 과정인데, 압수물 포렌식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의 조사여서 “출국금지 해제 명분을 위한 조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 법무부는 조사 다음날인 8일 이 전 장관에 대한 출국금지 조처를 해제했다. 이 전 장관처럼 직업 외교관이 아닌 경우에는 대통령이 특임공관장으로 임명해 대사 등으로 보낼 수 있다. 특임공관장은 정년(외무공무원 정년 60살)도, 임기도 정해져 있지 않다.

핵심 수사 대상자의 출국으로 외압 수사 의혹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 전 장관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시해 경찰에 넘기겠다’는 해병대수사단의 보고서에 결재한 뒤 하루 만에 이를 뒤집은 장본인으로, 윤 대통령의 ‘격노설’을 입증할 수 있는 연결고리기도 하다.

한겨레 고경주 기자, 박민희 선임기자 / go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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