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을 한달여 앞둔 가운데 여야가 반도체산업과 경제분야 공약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다. ‘K-반도체’ 위기감이 커지면서 주목도가 높아진 데다 미래 산업 육성 의지, 기후위기 대응 등에 유권자들의 관심이 많아지면서 각 당의 공약이 표심 이동의 자극제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다만 거대 양당 모두 이들 세부 공약에 체계적인 재원 마련 계획은 담지 않고 있어 공약 실현 가능성에 대한 업계의 기대치는 낮다.
◇격전지 ‘반도체 벨트’…불붙은 ‘반도체 지원’ 공약
‘반도체’는 이번 총선 공약의 중요한 정책적 핵심 의제로 부각됐다. 이른바 ‘반도체 벨트’로 불리는 경기 화성·수원·용인·평택·안성·이천·성남 등이 가지는 지역구의 상징성과 함께, 미래 먹거리인 ‘K반도체’의 위기론이 한몫 거들었다.
여야 모두 이번 선거 최대 승부처로 60석의 선거구를 가진 경기도를 꼽는다. 이 중에서도 삼성전자 본사가 있는 수원은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의 시작점으로 평가된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도 이들 지역구 후보간 득표 차가 10%P 안팎으로 크지 않았고, 젊은층도 몰려있어 표심 공략에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했다. 여야 모두 반도체 공약에 공을 들인 배경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7일 세번째 수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문제에 대해 외교적 노력을 많이 기울여 왔다. 그런 부분을 이번 총선에서 완성하겠다”며 “진짜 반도체 벨트는 국민의힘이 만들고 있다”고 호소했다.
국민의힘은 정부가 올해 1월 발표한 ‘경기 남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을 당 차원에서 전폭 지원하는 것과 함께 국가첨단전략산업법(반도체특별법) 지원을 강화하고, 반도체 개발 및 투자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겠다고 공약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반도체 이슈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원 유세 초반부터 경기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찾아 반도체 공약을 발표했다. 이 대표는 “반도체 산업은 우리 경제의 대들보”라며 △경기 남부·동부권 ‘반도체 메가시티’ 조성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 일몰기한 추가 연장 △RE100 반도체 클러스터의 성공 모델 창출 등을 내걸었다.
여야간 상대 당 공약에 ‘맞불’을 놓는 등 주도권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경기 남동부 반도체 메가시티 공약에 대해 이미 정부가 발표한 것을 ‘복붙(복사 붙여넣기)’ 한 것이라고 지적했고, ‘RE100 반도체 클러스터’는 태양광 발전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저격했다.
◇중소기업·소상공인 표심몰이 공약 쏟아져
고금리·고물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중소기업과 영세 중소상공인을 위한 공약도 대거 쏟아졌다. 국민의힘은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에 100조원 정책금융 지원을 추진한다. 또 전기, 가스 등 에너지 관련 경비가 일정 비율 이상을 차지하면 ‘납품대금 연동 대상’에 포함하는 지원책도 내놨다.
이 외에도 50인 미만 기업 전체(83만7000개)를 대상으로 ‘산업안전대진단’ 실시, 노사 자율적으로 ’60+계속 고용 제도’ 도입, 육아휴직 대체인력 임금 현행 80만원에서 160만원으로 2배 인상 등을 공약했다. 소상공인을 위해서는 점포 신용카드 사용액 소득공제 50% 신설, 소상공인 보증 및 정책자금 지원 2배 상향 및 정책자금·대환보증상환 기간 최대 2배 연장안도 내놨다.
민주당도 △소상공인 정책 자금 2배 이상 확대 △저금리대환대출 예산 대폭 확대 △장기·분할상환(10~20년) 대출프로그램 도입 △소상공인 임대료 지원과 에너지바우처 도입 등 소상공인 특화 공약을 내놨다.
다만 이러한 지원책이 당장의 유동성 위기 해소에 도움이 될수 있지만 중장기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이번 공약들이 고금리 기간을 더 늘리고,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기후 대응, 가상자산 등 경제공약 차별화
경제 공약 차별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일찌감치 ‘기후 유권자’의 표심을 잡기위해 기후 공약을 2회로 나눠 별도 공약으로 발표했다. 1호 공약에서는 △기후대응기금 5조원으로 증액 △신형 차세대원전인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 개발 등 국가 전략에 초점을 맞췄다. 2호 공약에서는 ‘탄소리워드’ 연간 최대 50만원 확대 등 개인이 일상생활에서 탄소를 줄여 기후위기 대응에 동참하는 데 중점을 뒀다.
민주당은 여당에 뺏긴 기후 공약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공식 발표를 준비 중이다. 그간 기후에너지부 신설, 재생에너지 3배 이상 확대 등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반면 민주당은 디지털 자산 제도화 공약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발행·상장·거래를 허용해 투자 접근성을 개선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금융위원회 등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어 업계는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다. 이 외에 가상자산 과세 한도를 250만원에서 5000만원까지 늘리는 것을 공약했다.
〈표〉여야 반도체 및 주요 경제·산업 공약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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