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86세 할머니의 중학교 등굣길 “열네살 마음으로 못 할 게 없죠”

연합뉴스 조회수  

서울 ‘만학도 학교’ 일성여중 올해 최고령 입학생 김경애 할머니 인터뷰

“어렵게 살며 도둑질 빼고는 다 해봐” 눈시울 붉혀…암 수술 후에도 ‘열공’

입학을 축하합니다
입학을 축하합니다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5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2024학년도 일성여자중고등학교 입학식’에서 이선재 교장이 최고령 일성여중 입학생인 김경애 할머니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2024.3.5 mjkang@yna.co.kr

(서울=연합뉴스) 장보인 기자 = “중학교 1학년이면 열네살이잖아요? 내가 열네살이라는 생각으로 ‘이제 시작이다’ 하고 공부하고 있어요.”

지난 8일 만학도들의 학교인 서울 마포구 일성여자중학교에서 만난 김경애(86) 할머니는 소녀같이 맑은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김 할머니는 올해 일성여중의 최고령 입학생이다. 미국에 사는 딸이 혼자 사는 어머니가 외로울까 걱정하며 입학을 추천했다.

지난 5일 새 학기가 시작돼 새로운 학우들을 사귀고 공부에 전념하고 있는 김 할머니는 “재밌다. 시간도 너무 잘 가고 여럿이 이야기도 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난생처음 배워보는 영어가 좀처럼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며 이마를 짚기도 했지만 주위에 앉은 다른 학생들은 “잘하고 계신다. 귀가 조금 안 들리셔서 그렇지 젊은 사람만큼 빠르게 뭐든 잘하신다”고 입을 모았다.

주민등록상 1939년생인 김 할머니는 실은 한 해 빠른 1938년에 태어났다. 호랑이가 수시로 나오는 강원도 두메산골에서 자랐다는 그는 열두살 무렵 국민학교에 입학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아버지가 병으로 돌아가시는 등 곡절을 겪었지만 홀로 남은 어머니는 먹고살기 힘든 상황에도 김 할머니를 학교에 보냈다. 자신이 배우지 못한 것에 한이 맺혀서였다.

교실에서 공부하는 김경애 할머니
교실에서 공부하는 김경애 할머니

[촬영 장보인]

국민학교를 졸업한 뒤엔 중학교에도 진학했다. 그러나 김 할머니는 1학년을 마치지 못하고 중퇴했다.

“위에 언니 오빠들은 출가했는데 나랑 남동생이 남아 있으니 어머니께서 어떻게든 애를 쓰시면서 살았어요. 그 살아온 길은 이루 다 말로 할 수가 없지. 그때만 해도 학교에 월사금을 냈는데 어머니가 너무 힘드시니 ‘나 이제 그만둘래’하고 나와서 농사일을 거들었죠.”

한때 국민학교 교사를 꿈꾸기도 했던 그는 그 뒤로는 학교에 가지 못했다. 19세에 결혼을 해 2남 1녀를 낳았고 그다지 가정적이지 않았던 남편 대신 자녀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일념으로 살았다.

“나는 어렵게 살았어도 자식들은 나같이 만들면 안 된다는 정신 하나로 버텼다”는 김 할머니는 “노점 장사도 해보고 다 했다. 도둑질 빼고는 다 했다고 할 정도로 안 해본 게 없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정신 없이 살다 보니 어느새 80대에 접어들었다. 김 할머니는 지난 5년간 건강이 악화해 병원 신세를 여러 번 졌고 지난해 5월에는 대장암 수술도 했다. 지금도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 진료를 봐야 하는 ‘환자’라고 김 할머니는 설명했다.

하지만 자녀들의 응원을 받으며 60여년 만에 다시 책상 앞에 앉는 일은 새로운 활력이 됐다.

김 할머니는 “허리도 아프고 힘들기도 하지만 나는 강하다. 엄마는 강한 것”이라며 “이제 나이가 있으니 좀 힘들 것도 같지만 그래도 정신력으로 버티며 한번 해보려고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건강이 따라주면 고등학교도 갈 생각”이라며 “공부해서 뭔가 이루고 싶은 건 없다. 그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공부하고 즐겁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나이가 두려워 선뜻 도전하지 못하는 많은 이들, 특히 인생의 후배들을 향한 격려도 잊지 않았다.

“나이가 많아도 할 수 있죠. ‘나는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돼요. 삶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고, 우리 같은 사람은 언제 죽을지도 모르죠. 그렇지만 사는 동안은 최선을 다해 보는 거예요.”

일성여중·고에 걸린 입학 축하 현수막
일성여중·고에 걸린 입학 축하 현수막

[촬영 장보인]

boin@yna.co.kr

연합뉴스
content@newsbell.co.kr

댓글0

300

댓글0

[AI 추천] 랭킹 뉴스

  • 尹대통령 “부총리급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교육·노동·복지 등 사회부처 이끌게 할 것”
  • 구글, 보급형 스마트폰 '픽셀 8a' 공식 출시
  • 윤 대통령 "국민소득 5만달러 꿈 아냐…복지·시장정책 하나로"
  • 현대차 美 합작사 모셔널, 인력 줄이고 자율주행 상용화도 연기
  • ‘나혼산’ 안재현+안주=76.55kg, 다이어트 시작 “결전의 날이 왔다"
  • 합리적인 가격으로 메리트 높아지는 '현대 테라타워 구리갈매'

[AI 추천] 공감 뉴스

  • KAMA, '제21회 자동차의 날' 개최…“中 대응 미래차 전환 서두르자”
  • “지금이 구매 적기라는 현대 자동차의 파격 할인 차량은?!”
  • 현대차 美 합작사 모셔널, 인력 줄이고 자율주행 상용화도 연기
  • ‘나혼산’ 안재현+안주=76.55kg, 다이어트 시작 “결전의 날이 왔다"
  • 플랫폼·콘텐츠 고르게 성장한 카카오…'카카오톡'·'AI' 주력
  • 현대모비스, 울산 전기차 부품공장 만든다...900억원 투자

당신을 위한 인기글

  • “31만대 판매 포르쉐의 위엄” 그러나 중국 때문에 비참해진 이유는?
  • “벤츠보다 이쁘다?” GV70 부분변경 디자인, 어디가 어떻게 바뀌었나
  • “실구매가 2천만원대 BYD 전기차” 가성비 전략으로 국내시장 평정할까
  • “팰리세이드 라이트 켜려면 구독 필수?” 옵션 요금에 소비자 부담 늘어
  • ‘양신’ 양준혁 “19살 연하 와이프 자동차 선물” 300만원 검소한 중고차 화제
  • “제네시스 오픈카 나온줄” 8기통 영국 대표 신형 스포츠카 공개
  • “경기도에서만 105대 추돌” 블랙아이스 사고 속출 대혼란
  • “아반떼 N 이전에 이 차가 있었다” 원조 스포츠 세단의 귀환

함께 보면 좋은 뉴스

  • 1
    '61년간 이어진 불문율에 도전'…맨유, 리버풀 공격수 영입 추진

    스포츠 

  • 2
    커리 없었으면 어쩔 뻔! GSW, 꼴찌 워싱턴에 진땀 역전승…커리 26득점+4Q 맹활약

    스포츠 

  • 3
    스넬→오타니→야마모토→사사키, 이미 화려한데…212승 다저스 원클럽맨 운명은? "미래 명예의 전당 선수 재계약해야"

    스포츠 

  • 4
    "시간 없을 때 꿀팁"… 미지근한 음료, '단 10분' 만에 시원하게 만드는 방법

    여행맛집 

  • 5
    송혜교, 아침에 '이것'만 먹는다… 살 안 찌는 이유 있었다

    여행맛집 

[AI 추천] 인기 뉴스

  • 尹대통령 “부총리급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교육·노동·복지 등 사회부처 이끌게 할 것”
  • 구글, 보급형 스마트폰 '픽셀 8a' 공식 출시
  • 윤 대통령 "국민소득 5만달러 꿈 아냐…복지·시장정책 하나로"
  • 현대차 美 합작사 모셔널, 인력 줄이고 자율주행 상용화도 연기
  • ‘나혼산’ 안재현+안주=76.55kg, 다이어트 시작 “결전의 날이 왔다"
  • 합리적인 가격으로 메리트 높아지는 '현대 테라타워 구리갈매'

지금 뜨는 뉴스

  • 1
    서울로 유학 온 미국 소녀의 로맨스 '엑스오, 키티2'...'오징어 게임2' 눌렀다

    연예 

  • 2
    “세금 660만원 감면에 주차비 반값” .. 소비자들은 ‘솔깃’

    차·테크 

  • 3
    1라운드면 충분했다! UFC P4P 랭킹 1위 마카체프, 정찬성에게 졌던 모이카노 완벽 제압→환상적인 서브미션 V

    스포츠 

  • 4
    “내가 마음에 드는 것을 찾을 때까지, 정답을 찾을 때까지…” KIA 30세 GG 유격수는 이렇게 3할타자가 됐다

    스포츠 

  • 5
    “천장에서 용이 지나간다?”.. 기존 팬텀을 뛰어넘는 전 세계 단 1대, 럭셔리의 정점

    차·테크 

[AI 추천] 추천 뉴스

  • KAMA, '제21회 자동차의 날' 개최…“中 대응 미래차 전환 서두르자”
  • “지금이 구매 적기라는 현대 자동차의 파격 할인 차량은?!”
  • 현대차 美 합작사 모셔널, 인력 줄이고 자율주행 상용화도 연기
  • ‘나혼산’ 안재현+안주=76.55kg, 다이어트 시작 “결전의 날이 왔다"
  • 플랫폼·콘텐츠 고르게 성장한 카카오…'카카오톡'·'AI' 주력
  • 현대모비스, 울산 전기차 부품공장 만든다...900억원 투자

당신을 위한 인기글

  • “31만대 판매 포르쉐의 위엄” 그러나 중국 때문에 비참해진 이유는?
  • “벤츠보다 이쁘다?” GV70 부분변경 디자인, 어디가 어떻게 바뀌었나
  • “실구매가 2천만원대 BYD 전기차” 가성비 전략으로 국내시장 평정할까
  • “팰리세이드 라이트 켜려면 구독 필수?” 옵션 요금에 소비자 부담 늘어
  • ‘양신’ 양준혁 “19살 연하 와이프 자동차 선물” 300만원 검소한 중고차 화제
  • “제네시스 오픈카 나온줄” 8기통 영국 대표 신형 스포츠카 공개
  • “경기도에서만 105대 추돌” 블랙아이스 사고 속출 대혼란
  • “아반떼 N 이전에 이 차가 있었다” 원조 스포츠 세단의 귀환

추천 뉴스

  • 1
    '61년간 이어진 불문율에 도전'…맨유, 리버풀 공격수 영입 추진

    스포츠 

  • 2
    커리 없었으면 어쩔 뻔! GSW, 꼴찌 워싱턴에 진땀 역전승…커리 26득점+4Q 맹활약

    스포츠 

  • 3
    스넬→오타니→야마모토→사사키, 이미 화려한데…212승 다저스 원클럽맨 운명은? "미래 명예의 전당 선수 재계약해야"

    스포츠 

  • 4
    "시간 없을 때 꿀팁"… 미지근한 음료, '단 10분' 만에 시원하게 만드는 방법

    여행맛집 

  • 5
    송혜교, 아침에 '이것'만 먹는다… 살 안 찌는 이유 있었다

    여행맛집 

지금 뜨는 뉴스

  • 1
    서울로 유학 온 미국 소녀의 로맨스 '엑스오, 키티2'...'오징어 게임2' 눌렀다

    연예 

  • 2
    “세금 660만원 감면에 주차비 반값” .. 소비자들은 ‘솔깃’

    차·테크 

  • 3
    1라운드면 충분했다! UFC P4P 랭킹 1위 마카체프, 정찬성에게 졌던 모이카노 완벽 제압→환상적인 서브미션 V

    스포츠 

  • 4
    “내가 마음에 드는 것을 찾을 때까지, 정답을 찾을 때까지…” KIA 30세 GG 유격수는 이렇게 3할타자가 됐다

    스포츠 

  • 5
    “천장에서 용이 지나간다?”.. 기존 팬텀을 뛰어넘는 전 세계 단 1대, 럭셔리의 정점

    차·테크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