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진료가 의사 소명이지만, 학생 없이 교수가 무슨 의미”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의 김창수 회장은 9일 “정부가 의대생 증원 규모 2천명 같은 조건을 걸지 말고 전공의들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콘퍼런스 하우스 ‘달개비’에서 3시간가량 이어진 전의교협 비공개회의에서 참석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현 상황을 타개할 방안을 고민했다.
교수들은 회의에 참석하기에 앞서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을 설득할 방안을 논의할지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잘 모르겠다”, “조용히 회의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즉답을 피하며 회의장에 들어갔다.
김 회장은 회의 후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회의에서는 어떤 결의 같은 걸 하지는 않았다”며 “지금 학생 휴학에 따른 유급 문제가 있어서 심각하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또 “기존 정원 3천58명에 내년 2천명이 입학하면 한꺼번에 교육받아야 하는 인원이 너무 많은데, 그렇게 되면 도저히 수업할 수가 없다는 의견을 공유했다”면서 정부의 ‘2천명 증원’ 방침을 비판했다.
최근 이어지는 의대 교수들의 사직에 대해서는 “사직하겠다는 교수님들이 제법 많이 계시다”며 “다만 교수들의 사직은 진짜 자발적인 것이기 때문에 하라 마라고 할 수 없다”고 상황을 전했다.
의대 교수들은 각 대학 본부와 증원 신청 규모를 두고 갈등을 벌여 왔고, 최근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등 정부의 행정처분이 임박했다는 소식에 반발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사직서를 제출한 교수들도 적지 않다.
서울아산병원·울산대병원·강릉아산병원에서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낼 예정이다.
김 회장은 “환자를 진료하는 게 의사의 가장 큰 소명이지만, 전공의와 학생이 없는 상황에서 교수의 의미는 무엇이겠느냐”며 “정부에 어떤 메시지를 남겨야 한다는 논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수들은 전공의들이 이번에 이렇게 뛰쳐나갈 줄은 몰랐고, 대한의사협회(의협)도 몰랐을 거다. 2020년 파업 당시 전공의들이 의협과 교수협의회에 배신감을 많이 느꼈다고 하더라”며 “이런 상황에서 의협도, 교수들도 (정부와의) 대화 주체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전공의협의회가 대화하겠다고 하고, 정부도 건설적인 제안으로 대화에 나선다면 우리(교수)는 거기에 반드시 참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대화하자면서도 전공의들이 원하는 건 절대 들어주지 않겠다고 하는데, 이게 대화하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모르겠다”며 “정부는 ‘2천명’은 절대 양보 못 한다는 전제조건을 빼고, 전공의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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