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코끼리 무리에서 새끼가 죽자 시체를 땅에 묻고 큰 소리로 울음소리를 내는 등 ‘장례’를 치르는 모습이 발견됐다.
5일(현지시간) 미국 과학 전문매체 라이브 사이언스에 따르면, 인도산림청 산하 서벵골 산림국은 지난해 인도 벵골 지역에서 새끼 코끼리가 묻힌 5개 사례를 연구하고 이 결과를 지난달 26일 멸종 위기종 전문 오픈 액세스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최근 약 16개월 간 인도 벵골 북부에서 확인된 코끼리 관련 기록 중 5개의 각기 다른 새끼 코끼리 매장 사례에 주목했다.
이 5건에서 사체를 부검한 결과 새끼 코끼리들은 각기 다른 무리에 속해 있으며 다른 곳에서, 모두 인간과는 관계없는 다른 이유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죽은 곳과 묻힌 장소가 모두 다르고, 몸이 거꾸로 놓여 네 발만 흙 밖으로 나와있는 상태였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성체 코끼리가 코와 발을 이용해 죽은 새끼 코끼리 운반하며 장소를 물색하는 모습을 확인했다. 한 무리는 48시간 동안 ‘적절한’ 장소를 찾기 위해 이동했고, 사람들이 차 농장 관개 수로로 파놓은 65cm 깊이 구덩이에 새끼를 묻었다.
무리의 코끼리들은 사체를 뒤집어 땅에 놓고는 주변 흙을 사체 위에 덮고 땅을 발로 밟아 다지는 모습을 보였다. 연구팀은 “코끼리들이 머리가 묻히는 것을 우선시할 가능성이 있으며, 또는 사체가 다른 육식동물에게 먹히는 것을 피하기 위함이었을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이전 연구에서 아프리카 코끼리가 죽은 동료와 가족을 나뭇가지와 잎으로 덮어주는 매장 문화가 확인되기도 했지만, 이번 사례는 흙을 사용해 특정한 모습(사체를 뒤집어 발만 흙 밖으로 꺼내놓는 모습)으로 매장했다는 점에서 최초의 사례다.
또한 매장지 인근에서 마을 사람들의 증언을 인용해 “코끼리들이 포효하고 코로 나팔 소리를 내는 소리가 들렸다”고 전했다. 슬픔을 드러내거나 죽은 새끼에게 애도를 표하는 방식으로 추측된다.
연구팀은 코끼리들이 새끼가 묻힌 장소가 이전까지 자주 지나다니던 길목에 있었더라도, 매장 이후 의식적으로 그 곳을 피하는 듯한 모습도 발견했다.
인도 과학 교육 연구소 소속 아캐쉬딥 로이 연구원은 “그 길을 ‘나쁜 기억, 나쁜 이정표, 나쁜 징조’와 연관시키거나 죽은 새끼를 기리는 표현과 관련 있을 수 있다”며 이번 발견이 “코끼리의 고도화된 지능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차 밭에 새끼를 묻은 무리의 경우 무거운 성체 코끼리 한 마리도 죽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원은 성체 코끼리는 옮기는 것이 불가능해 새끼만 묻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사례를 ‘장례’라고 보는 것은 인간적인 관점의 해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오클라호마 시티 동식물원의 체이스 라듀는 “코끼리의 정신적, 정서적 삶은 아직까지 인간에게 신비한 영역이기 때문에 결과 해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차 밭 도랑에 묻힌 새끼의 경우 도랑의 깊이가 얕아 발만 흙 밖으로 나왔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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