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으로 인해 적정한 공사비를 받기 어렵다. 고금리로 인한 각종 수수료 부담도 상당해 금융비용 완화 방안이 필요하다.”
8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주재로 서울 강남 건설회관에서 열린 ‘건설업계 릴레이 간담회’에서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국토부에 이 같은 요청을 했다. 간담회에는 대한건설협회, 전문건설협회, 한국주택협회 등과 건설사 두 곳, 시행사 한 곳이 참여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정부를 향해 물가 인상으로 인해 적정 공사비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통상 공사 낙찰 과정에서 공사비를 더 낮은 가격으로 떨어뜨리고, 관행적으로 공사비를 추가로 깎는 등 적정한 공사비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업계의 불만이 엄살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김상문 국토부 건설정책국장은 “(공사비를) 올려달라는 게 아니라 못 받고 있는 부분도 있다고 본다”라며 “건설공사비지수가 소비자물가지수, 생산자물가지수에 비해 2.5배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건설공사비지수를 기반으로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 공공사업의 공사비 산정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민간 공사의 경우 신규 사업장에는 정비사업 특화 표준계약서를 활용해 물가 인상을 공사비에 반영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사업장에는 전문가를 파견해 공사비 갈등을 중재할 계획이다. 지난 1월에는 조합과 시공사가 갈등을 겪는 정비사업 현장 4곳에 전문가가 파견됐다.
이와 함께 고금리 상황에서 금융권이 부과하는 수수료가 부담된다는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고금리는 국제적인 상황이지만, 건설경기 호황 시절 금융회사에서 건설사에 매긴 각종 수수료로 금융 비용이 커졌다는 목소리다.
세제 완화로 부동산 수요를 진작시켜 달라는 의견도 나왔다.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종합부동산세는 완화돼 있는 상황이고 양도소득세세 (중과 배제) 같은 경우 매년 1년씩 한시적으로 유예하고 있다”라며 “취득세의 경우 (완화를 위한) 지방세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기에 추가 세제 조치가 필요할지에 대해서는 정부가 논의해 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간담회를 연 이유는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한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다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총선이 끝난 뒤 건설사들이 줄지어 도산할 것이라는 ‘4월 위기설’도 번지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종합건설사 부도업체 수는 2021년 2곳에서 2022년 5곳, 2023년 7곳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PF 시장 내 신규 자금조달이나 기존의 대출금 차환 여건이 악화했다. 게다가 공사비 상승과 금융 기관의 PF 공급 축소로 인한 금융 비용 증가 등도 부동산 PF의 정상적인 회수 가능성이 급격히 하락한 데 영향을 줬다.
부동산 활황기인 2020~2021년에 착공된 뒤 시장이 침체하면서 PF 정상 상환이 어려운 사업장들의 준공 시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9월 발표한 대한건설협회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건설사 참여 전체 사업장 중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2월 말까지 책임 준공 기한이 도래한 사업장 비중은 56%로 집계됐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며 소비자들의 부동산 가격 하락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건설사 입장에서는 높아진 건설 원가로 인해 분양가를 인하하기 곤란한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주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급 감소로 인한 향후 가격 상승 가능성을 감안해 수도권 일부 선호 지역에서 일시적으로 수요가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그러나 브랜드 가치가 높은 일부 대형 건설사 위주에 그치며 현재 고금리, 고물가 상황에서 건설 경기의 단기적 정상화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건설 산업 지원을 위해 정부는 올해 1월부터 PF 대출 대환보증을 신설했다. PF 대출 대환보증이란 보증 없이 고금리로 PF 대출을 받았던 사업장을 저금리 PF 대출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다.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에 대해서는 세 부담 경감을 위해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정부는 추가적으로 건설 현장과 주택 시장의 규제를 걷어낼 방침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건설 업계의 요청에 즉답할 수는 없지만 국토부를 비롯해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가 문제 인식을 함께하고 있다”면서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정부 역할을 어디까지 가져갈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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