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이 지속되면서 올해 겨울(12~2월) 일조량이 최근 10년 사이 가장 적은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올해 생산될 시설 재배 작물들의 작황에 빨간 불이 켜졌다.
오이, 딸기, 수박, 참외, 멜론 등 시설 작물들의 작황이 좋지 않아 생산량이 줄어들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8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 29일까지 한국의 총 일조시간은 411.1시간이었다. 이는 평년(509.0) 겨울 기간의 일조량보다 97.9시간 적은 것으로, 평년 대비 80%에 불과하다.
이번 겨울 일조량은 최근 10년간 가장 적었다. 최근 10년간 일조량이 가장 많았던 2021년 12월 1일부터 2022년 2월 28일까지는 일조 시간이 586시간이었다. 올 겨울과 175시간 가까이 차이가 난다. 이는 약 한달치 일조량에 맞먹는 수준이다.
일조량이 부족한 상태가 3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시설작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병충해는 물론 착과 불량, 낙과, 기형과 발생 등 피해 유형도 다양하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올해 과일과 채소 가격이 안정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이 기간 강수량은 251.5㎜로, 평년(100.3㎜)보다 151.1㎜ 많았다. 이는 평년 대비 250% 수준에 달하는 것이다. 조사기간의 총 강수일수는 40.2일로, 평년(28.6)보다 11.6일 많았다.
일조량은 부족하고, 계속 비가 오다보니 습도도 높았다. 같은 기간 평균 상대습도는 71.1%로, 평년(62.2%)보다 8.9%포인트(P) 높았다. 특히 올해 2월 말 평균 상대습도는 76.4%로, 평년(61.4%)보다 15.0%P 높았다.
충북지역의 한 농민은 “습기가 과하면 곰팡이병이 생기는 오이, 딸기, 그린참외, 토마토 등 시설 재배 작물들의 작황이 무척 나빠진다”며 “흐린 날이 지속되고 해가 잘 들지 않아 일조량이 부족하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조량은 강수량 만큼이나 농사에 정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며 “올해 시설 작물들의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조량 부족으로 인한 농산물 작황 악화는 진정세를 나타내던 소비자물가 오름세에 다시 불을 붙일 전망이다. 벌써부터 소비자물가는 농산물 가격을 위주로 크게 오르면서 다시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6일에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3.1% 상승했다. 지난 1월 2.8%를 나타내며 2%대로 떨어졌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 달 만에 다시 3%대로 올라선 것이다.
소비자물가가 다시 3%대로 올라선 배경은 농산물 가격의 상승이다. 농산물 물가가 20.9% 올라 전체 물가 상승률를 0.8%포인트 끌어올렸다. 신선과실 상승률(41.2%)은 1991년 9월(43.9%) 이후 최고치였다. 신선과실의 물가 상승률은 1991년 9월 43.9% 오른 뒤 32년 5개월 만에 상승 폭이 가장 컸다.
품목별로 보면, 사과와 귤이 각각 71%, 78.1%씩 올라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으며, 이 외에도 ▲토마토 56.3% ▲파 50.1% ▲딸기 23.3% ▲쌀 9.2% ▲배 61.1%씩 1년 전보다 가격이 뛴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정부는 3월 이후 농축산물 물가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7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농업관측을 이용해 3월 이후에는 기온이 상승하고 일조량이 늘어나는 등 기상여건이 개선되고 출하지역도 확대돼 시설채소를 중심으로 농산물 수급 상황이 2월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박수진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기상 영향으로 과일‧채소 생산이 감소해 농축산물 물가가 높은 상황이나, 3월 이후에는 점차 개선될 것”이라며 “장바구니 물가가 빠른 시일 내에 안정될 수 있도록 참외 등 대체과일이 본격 출하되기 전까지 과일‧채소를 중심으로 생산자 납품단가 지원, 소비자 할인 지원, 할당관세 등을 통한 공급 확대 등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정책수단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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