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생존·친박 귀환’ 공천에 당내 긴장감↑
비대위·공관위 “시스템 공천의 결과” 일변도
비례대표 공천에까지 영향 미칠지 우려 섞인
시각 커져…”갈등 분위기 확실히 잡아놔야”
국민의힘이 내부에서 돌출한 공천 관련 이상기류로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경선 기회가 선별적으로 주어진단 내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당 비상대책위원회와 공천관리위원회가 ‘시스템 공천’의 결과라는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우려가 커져가는 모양새다. 당 일각에선 친윤 중심의 공천 정국에 대한 반성 없이 비례대표 공천 정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재연될 경우 본선 자체에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울 수 있단 걱정을 내놓고 있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22대 총선 지역구 254곳 가운데 240곳의 공천 심사를 마무리했다. 이 가운데 지역구 현역 의원들은 3명 중 2명꼴인 90명 중 60명(66.6%)이 공천을 확정했다. 정영환 공관위원장이 밝힌 현역 교체율 전망치인 35%를 맞춘다고 가정하면 65%의 현역이 살아남은 셈이다.
문제는 현역들이 선별적으로 살아남았다는 당내 반발이 감지되고 있단 점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과 가깝다는 친윤계 의원들이 대거 생존한 점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모양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12일 불출마를 선언한 장제원 의원을 제외하면 컷오프(공천배제) 된 친윤 핵심 의원은 한 명도 없다.
앞서 공관위는 원조 친윤으로 꼽히는 권성동(강원 강릉)·윤한홍(경남 마산회원) 의원에게 단수공천을 확정했다. 찐윤으로 분류됐던 이철규(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 의원은 경선을 치르는 듯 했지만 경선 상대가 포기를 하면서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고, ‘신핵관’으로 불린 박성민 의원은 울산 중구에서 3인 경선을 치른다. 당 안팎에선 중구청장까지 지낸 박 의원의 경선 승리가 확실시 된다고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진석 전 비상대책위원장, 김기현 전 대표 등 당을 이끌었던 친윤 지도부도 공천을 확정했다. 당내 친윤 모임인 ‘국민공감’을 이끌던 유상범·김정재·박수영 의원 등도 대거 본선에 올랐다. 윤 대통령 ‘호위무사’를 자처한 이용 의원은 하남갑에서 3자 경선에 이름을 올렸다. 오세훈 서울시장 측근인 이창근 전 서울시 대변인이 하남갑에서 경선 기회조차 받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친윤에 기울어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비윤계가 공천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단 주장이 나오는 이유는 또 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KDI 시절에 인연이 있던 유경준(서울 강남병) 의원의 컷오프가 대표적이다. 유 전 원내대표의 지역구를 물려받으며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강대식 의원(대구 동·군위을)이 5자 경선을 치러야 하는 상황도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옛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이 경기 포천·가평에서 5자 경선을 치르는 것도 비슷하다. 비슷한 계파로 분류되던 김병욱 의원을 비롯한 일부 현역 의원들이 경선에서 패배한 점을 고려하면 김 전 최고의 본선행 역시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가까운 이른바 친박 세력들의 귀환에 공천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단 비판도 나온다. 가장 큰 논란은 당 공관위가 박 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이자 심복인 유영하 변호사를 지난 5일 대구 달서갑에 단수공천한 것이다. 해당 지역 현역인 홍석준(초선) 의원은 경선조차 치러지지 않은 컷오프 사실에 반발하며 공관위에 이의를 제기했다.
탄핵 정국에서 최서원(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제기하며, 당시 수사 책임자였던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각을 세웠던 도태우 변호사는 경선을 거쳐 대구 중남구에 공천을 받았다. 아울러 ‘친박 좌장’으로 평가받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도 경북 경산 지역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상황이다.
박근혜정부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3선의 김재원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이 경북 의성·청송·영덕·울진 선거구에서 현역인 박형수 의원과의 경선에서 살아돌아올 경우 옛 친박계가 단숨에 4명까지 늘어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당 안팎에선 아직 탄핵정국이 국민들에게서 채 잊히지 않은 만큼 옛 친박계의 정치일선 복귀가 본선에 큰 도움이 되겠느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당 비대위와 공관위는 지속된 공천 관련 지적에 반발하고 나섰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중앙당사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단 의사를 밝힌 이채익(울산 남갑) 의원을 향해 “출마는 본인의 선택이지만 과거처럼 당의 입장에 반발해서 나갔다가 당선된 다음 다시 복당한다, 이런 생각이라면 그런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컷오프에 반발한 유경준 의원에 대해서는 “반발하는 분도 계신데 강남·서초에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두 번 재임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시스템 자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부정하는 분을 재배치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공천관리위원을 겸직하고 있는 장동혁 사무총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천 탈락에 반발하는 의원들에 대해 “왜 경선에 포함되지 않았는지 구체적으로 데이터를 언론에 공개하라고 하면 즉시 공개하겠다”며 “기계적으로 계산기로 공천할 것 같으면 공관위가 필요 없다”고 일축했다.
이 같은 공천 잡음을 잡아내지 못한다면 국민의힘이 향후 국민추천제 운용과 비례대표 선발 과정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앞서 지난 2020년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골프와 선거의 공통점은 고개를 쳐들면 그 순간 지는 것”이라며 “국민이 결정하기 때문에 국민을 하늘로 모셔야 한다”고 언급한 대로 일방적인 공천을 지속할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단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지역구 공천에서도 솎아낸단 얘기가 나오게 되면 비례대표 선발 과정에서는 더 심한 전횡이 벌어질 수 있다”며 “비례대표 공천조차 이미 깔린 판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지금 이런 갈등 분위기를 제대로 정리하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라 우려하는 내부 목소리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이 같은 우려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의 시스템 공천이라는 것도 결국은 비윤계를 골라내는 그런 시스템으로 설계가 된 것이다. 민감한 공천들을 다 뒤로 미뤄놨지 않나”라며 “이제서야 비윤계 잘라내기를 본격적으로 시작을 하면서 불만이 터져나오는 상황인 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스템 공천이라고 이야기를 한다는 게 일반 국민들이 생각하기에 어떨지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도 “시스템이라는 게 사람이 어떻게 적용하느냐의 문제다. 국민의힘의 공천에도 상당히 정치적인, 정무적인 판단이 들어가 있다고 본다”며 “지금까지 조용한 것 같은데 탄핵 이야기가 또 나올 수도 있다. 대구 지역이 아닌 유권자나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 그리고 민주당을 이탈해서 국민의힘도 한번 쳐다보겠다 했던 유권자들이 (유영하 변호사 공천을 보고) 탄핵을 또 시작하네 이렇게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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