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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 역대 가장 많은 비 왔다…기온은 두번째로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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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량·비온 날 모두 1위…’뜨거운 인도양’과 엘니뇨 원인

작년 12월 15일 오전 서울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학생들이 우산을 쓴 채 길을 걷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작년 12월 15일 오전 서울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학생들이 우산을 쓴 채 길을 걷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지난겨울(2023년 12월~2024년 2월)은 역대 가장 비가 자주, 많이 내린 겨울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온은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

인도양 해수면 온도가 높았던 점과 엘니뇨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7일 기상청이 발표한 2024년 겨울 기후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겨울 전국 강수량은 236.7㎜로 평년 강수량(89.0㎜)의 2.7배에 달했다. 그러면서 1988년(겨울 강수량 195.9㎜)을 제치고 1973년 이후 겨울 강수량 역대 1위에 올랐다.

1973년은 전국에 기상관측망이 대폭 확충돼 기상기록 기준점이 되고 있다.

지난겨울 비가 내린 날(강수일)은 전국 평균 31.1일로 강수량과 마찬가지로 1973년 이후 제일 많았다. 종전 1위는 1989년 겨울(27.9일)이었다.

2023년 겨울 강수 추이. [기상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3년 겨울 강수 추이. [기상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겨울 전국 평균기온은 2.4도로 평년기온(0.5±0.4도)보다 1.9도나 높았다.

1973년 이후 순위는 2019년(2.8도)에 이어 2위였다.

특히 2월은 전국 평균기온이 4.1도로 1973년 이후 2월 기온으로는 최고였다.

2023년 겨울 기온 추이. [기상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3년 겨울 기온 추이. [기상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강수가 잦고 따뜻한 겨울을 보낸 주된 이유는 우리나라 동쪽에 고기압이 발달해 고온다습한 남풍이 불어오는 일이 자주 있었기 때문이다.

높은 기온과 많은 비 원인이 같다 보니 두 현상이 차례로 나타났다.

12월 8~10일 사흘간 전국 곳곳에서 12월 일최고기온 기록이 경신됐다. 이후 10~15일 우리나라 동쪽 고기압과 중국 남부지방에서 발달해서 우리나라로 다가온 저기압 사이로 수증기가 다량 유입되면서 곳곳에 12월 일강수량 기록이 바뀔 정도로 많은 비가 쏟아졌다.

2월에는 14일 서울 일평균기온이 12.9도로 서울의 2월 일평균기온으로는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이례적으로 따뜻했다가 18~21일 우리나라 남동쪽 따뜻한 고기압과 북서쪽 찬 고기압 사이로 저기압이 지나가면서 많은 비가 왔다.

2월 21~22일에는 우리나라 남쪽을 통과하는 저기압이 불어넣은 수증기와 북쪽 고기압에서 유입된 찬 공기가 섞여 눈구름대가 발달하면서 강원영동에 이틀간 50㎝ 이상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대설이 내렸다.

우리나라 동쪽에 고기압을 발달시킨 원인으로 ‘뜨거운 북인도양’이 꼽힌다.

북인도양의 해수면 온도가 높고 대류활동 활발해지면서 이곳 대기 상층에 고기압이 발달했고 우리나라 동쪽에도 고기압이 발달했다. ‘대기파동’으로 에너지가 전파됐기 때문인데 대기파동은 고기압이 끝나는 지점에 저기압이, 저기압이 끝나는 지점에 고기압이 형성되는 형태로 나타난다.

인도양 해수면 온도 상승에 따른 대기파동. [기상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도양 해수면 온도 상승에 따른 대기파동. [기상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겨울 강도가 절정에 달했던 엘니뇨도 우리나라 동쪽에 고기압을 형성한 원인 중 하나다.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엘니뇨 발생 시 서태평양은 해수면 온도가 낮아지고 이에 서태평양에서 대류활동이 저조해진다. 그러면서 필리핀해에 고기압성 순환이 발달하고 대기파동을 통해 일본 동쪽에도 고기압성 순환이 발달한다.

우리나라 주변 해역 해수면 온도도 높았다. 해수면 온도가 높으면 대기로 더 많은 수증기가 방출돼 비나 눈이 내릴 때 양을 늘린다.

지난겨울 우리나라 해역 해수면 온도는 12.3도로 최근 10년(2014~2023년) 평균인 12.1도보다 0.2도 높았다. 특히 남해는 해수면 온도가 15.9도로 최근 10년 평균(15.4도)을 웃돌았을 뿐 아니라 최근 10년 내 제일 높았다.

최근 10년 우리나라 주변 해역 겨울 해수면 온도. [기상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 10년 우리나라 주변 해역 겨울 해수면 온도. [기상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2월 중순과 2월 말 구로시오해류 확장역 수온이 높은 영향으로 우리나라 주변 해역 해수면 온도가 높았다.

구로시오해류 확장역은 대만 동쪽에서 생성된 고온의 구로시오해류가 북극에서 생성된 저온의 오야시오 해류를 만나는 지점이다. 구로시오해류는 일본 연안을 따라 이동한 뒤 동쪽으로 빠르게 흐르면서 아열대와 아한대 해역의 경계를 만드는 데 이곳을 구로시오해류 확장역이라고 부른다.

온난화 추세도 지난겨울이 따뜻했던 원인이다.

1973년 이후 51년간 1월과 2월 월평균기온은 각각 1.4도와 2.1도 상승했다.

12월만 51년간 상승이 없었다.

한편 지난겨울 우리나라 해역 유의파고는 평균 1.5m로 최근 10년 평균(1.4m)보다 높았다. 지난겨울 해수면 온도가 최근 10년 가운데 가장 높았던 남해는 유의파고도 1.5m로 최근 10년 내 최고였다.

유의파고는 특정 시간 주기 내 발생한 모든 파고 중 높이가 상위 3분의 1에 드는 파고의 평균 높이다.

파고가 높았던 이유는 우리나라 남쪽으로 기압골이 자주 지나갔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jylee24@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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