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를 인용한 방송사들에 내려진 ‘과징금’ 징계가 부당하다는 취지로 보도한 MBC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법정제재를 전제로 한 ‘의견진술’을 의결했다. 방심위 노조는 방심위가 방심위 비판 방송을 심의한 것 자체가 이해충돌이라고 반발했다.
방심위는 지난 5일 방송심의소위원회(방송소위)를 열고 MBC ‘뉴스데스크’ 2023년 11월13일자 방송에 법정제재를 전제로 한 의견진술을 의결했다. 앞서 2023년 11월13일 방심위는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인터뷰를 인용한 MBC ‘뉴스데스크’, ‘PD수첩’에 각각 과징금 4500만 원, 1500만 원 부과를 확정한 바 있다. 당시 MBC는 “비판언론에 대한 입막음용”이라고 반발했다.
이를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엔 MBC가 뉴스타파의 김만배 녹취록 보도를 확인 없이 인용한 것에 사과와 반성을 하지 않았고 과징금 부과 결정에 대해 자사에 유리한 입장만을 전달해 시청자를 오도했다는 취지의 민원이 제기됐다. 근거 조항은 방송심의 규정 9조 4항(공정성)이다.
이정옥 위원(윤석열 대통령 추천)은 “리포트를 보면 제목부터 정치적 심의라고 단정한다. 지금 우리가 심의하고 있는 것이 정치심의인가. 정치심의를 하면 안 된다. 우리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며 “언론도 당연히 그러면 안 된다. 우리가 정치적 심의를 했다면 이런 비판을 받는 게 마땅하지만 저는 정치적 심의한 적이 없다. (제작진) 의견진술을 받겠다”고 말했다.
류희림 위원장(윤석열 대통령 추천)도 “제가 당시 과징금을 확정하면서 방심위가 왜 과징금을 결정했는지 조목조목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한 줄도 반영되지 않았다”며 “자사 편파 보도의 전향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한 뒤 의견진술을 의결했다.
문재완 위원(윤석열 대통령 추천)이 “특정 당사자 의견만을 전한 건 맞지만 (새로운 내용을 다룬 게 아니라) 원래 있었던 안건에 대한 반응이라는 점에서 행정지도 ‘의견제시’ 의견”이라고 말했지만 과반으로 법정제재를 전제로한 의견진술이 의결됐다. 황성욱 위원(국민의힘 추천)은 개인사정으로 회의에 불참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심위지부는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애초에 방심위가 해당 방송을 심의하는 것 자체가 논란의 대상”이라며 “과징금 처분에 직접 관여한 사람들이, 과징금 결정 사실을 보도한 방송을 심의해서는 안 된다는 상식”이라고 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에 따르면 방심위 위원이 해당 사안의 대상이 된 처분 또는 부작위에 관여한 경우에는 해당 심의에서 제척돼야 한다.
방심위지부는 “해당 안건은 ‘가짜뉴스’ 민원으로 접수돼 류희림 위원장, 황성욱 상임위원, 허연회 위원, 김우석 위원이 공동 제의하여 ‘신속심의’ 건으로 상정됐다. 뉴스타파 인용보도에 과징금을 부과한 바로 그 위원들(류희림, 황성욱, 허연회, 김우석)과 동일한 구성”이라며 “공정한 심의를 위해 류희림 위원장과 황성욱 상임위원을 제척하라. 두 위원에 대한 제척 없이 심의가 진행된다면 절차적 정당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참여연대도 지난 5일 의결 직후 성명을 내고 “류희림 위원장이 불법적 ‘민원사주’ 의혹을 받고 있는 당사자로 해당 사건 관련 안건을 버젓이 심의하는 이해충돌 상황을 국민들이 어떻게 납득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MBC에 의견진술 청취를 의결한 것은 비판언론을 위축시키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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