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터 새 학기가 시작했지만, 전국 의대 40곳은 대부분 개강 일정을 연기하고 있다. 의대생들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해 1만3000명 넘게 휴학계를 냈다. 휴학계는 대부분 승인되지 않았지만, 각 대학은 의대생들이 수업에 결석해 수업 일수를 채우지 못해 집단 유급하는 것을 막으려 개강일 자체를 늦추고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미룰 수는 없다. 보통 의대는 실습을 포함해 연간 40주 수업하는 것을 감안하면 늦어도 3월 말에는 개강해야 한다. 의대생을 가르치는 교수들도 대학 측이 정부에 대폭 증원 신청을 하자 반발하며 사직서를 내거나 삭발을 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학사 운영이 차질을 빚어 ‘집단 유급’이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만3000명 넘게 휴학계 제출…”3월 말까진 돌아와야”
6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19~28일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생은 총 1만3968명이다. 지도교수·학부모 서명 등 절차와 요건을 지키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면 유효한 휴학 신청은 이달 4일 기준 5401명이다. 교육부는 휴학 신청이 유효하더라도 이유가 동맹휴학이라면 정당한 휴학 사유가 아니어서 대학이 승인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의대생들이 휴학계가 승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업에 결석하면 집단으로 유급될 수 있다. 대학은 보통 수업의 3분의 1이나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F학점을 주는데, 의대는 F학점을 한 번만 받아도 유급된다. 이 경우 학교를 1년 더 다녀야 하고 그만큼 배출되는 의사 수도 적어진다.
대학들은 의대생들이 집단으로 1년 더 다니는 일이 없도록 일단 개강을 늦춰 결석이 없도록 하고 있다. 서울 소재 대학 관계자는 “의대생을 대상으로 연간 40주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마지노선을 3월 21일 안팎으로 보고 있다”며 “그때까지 학생들이 돌아오면 무사히 학사를 운영할 수 있다”고 했다.
◇대학 측 “유급 막고 학생 보호하려 개강 연기”
일부 대학은 정상적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연세대와 한양대 의대는 학사 일정을 정상 운영하고 있지만 학생 중 일부는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의 의대는 학사 일정을 조정했다. 중앙대 의대는 지난달 예정이던 개강을 늦춰 이달 11일 첫 수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중앙대 관계자는 “수업을 시작했는데 학생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유급될 수 있어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경희대 의대 예과(1~2학년)는 이달 4일부터 수업을 시작했지만, 본과(3~6학년)는 지난달 예정이던 개강을 기약 없이 미뤘다. 성균관대 의대는 본과가 지난달, 예과가 이달 4일 개강할 예정이었지만 모두 이달 11일로 일정을 늦췄다. 고려대 의대도 본과와 예과 2학년이 개강하지 않았다. 이번에 대학에 입학한 예과 1학년만 이달 4일부터 등교하고 있다. 본과와 예과 2학년이 언제 개강할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조선대 의대는 이달 4일 개강했지만 학생들이 출석하지 않아 본과 3~4학년의 실습 수업을 연기했다. 전남대 의대도 지난달 19일 개강했지만 학생들이 수업을 듣지 않아 이날로 개강을 미뤘다. 그래도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아 교수 회의를 열고 오는 25일 첫 수업을 하기로 했다. 충남대와 건양대도 각각 이달 18일, 25일로 개강을 연기했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학생들이 언제쯤 돌아올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며 “의대 증원에 대한 갈등이 해결돼야 하기 때문에 일단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동맹 휴학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일부 나온다. 최근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다생의) 소셜미디어 계정에는 “모든 의대생들의 생각이 똑같지는 않다. 휴학이 온전히 자의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비수도권 의대 본과생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작성자는 “동기와 선후배들의 강경한 분위기에서 휴학계 제출은 학생 대표가 망설이는 학생들을 개별 설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며 “개인 사정으로 휴학할 수 없는 학생들도 수업 거부로 집단 행동에 동참하기를 요구받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대와 병원은 교수와 선배가 진로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좁고 닫힌 사회”라며 “의대생들은 다른 의견을 내는 데 익숙하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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