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가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과 전망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했다. 한국 경제 성장률은 수출 회복에 힘입어 올해 2.1%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며 역시나 종전과 동일한 시각을 내놨다.
기획재정부는 6일 피치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유지했다고 6일 밝혔다. 등급 전망도 ‘안정적’(stable)으로 내놨다. 피치는 한국의 해당 등급과 전망을 2012년 9월부터 10년 넘게 유지하고 있다.
피치 측은 “견고한 대외 건전성과 거시 경제 회복력, 수출 부문의 역동성과 함께 지정학적 리스크와 거버넌스 지표 부진, 고령화에 따른 구조적 문제 등을 반영한 결과”라고 했다.
피치는 올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1%로 제시했다. 지난해 10월 내놓은 성장률 전망치와 동일하다. 이는 우리 정부·경제협력개발기구(OECD)·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경제 성장률(2.2%)보다는 낮고, 한국은행(2.1%) 전망치와는 동일하다. 최근 수출 반등을 주도하는 반도체 부문은 강한 인공지능(AI) 관련 수요에 따라 내년까지도 긍정적인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재정 적자는 GDP 대비 1.9%를 기록해 지난해(GDP 대비 -2%)보다는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에도 재정 적자 폭이 줄어들 것으로 봤다. 하지만 피치는 ‘재정 준칙’ 법제화가 국회에서 논의 중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4월 총선이 이번 정부의 재정정책 추진 동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피치는 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해 하반기부터 인하하기 시작해 연말까지 연 3.0%로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해서는 2022년 7월 6.3%에서 지난 1월 2.8%까지 낮아지는 등 하락 추세를 보인다고 평가했다.
피치는 자체 추정 결과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2022년 3분기 106.5%에서 지난해 3분기 101.1%로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최근 주택 가격 안정화에 따라 가계대출이 소폭 확대된 모습이 나타났다고 언급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피치는 지난 몇 년간 지속된 높은 금리가 부동산 PF 대출에 대한 부담을 가중했지만, 정부가 PF 대출에 대한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PF 보증을 확대해 관련 위험을 완화했다고 평가했다. 국내 은행의 PF 대출 익스포저(exposure·노출액)는 낮은 수준이고, 비은행 금융기관(NBFI)은 PF 손실에 대비한 충당금을 확충했다고도 봤다.
피치는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지난해 GDP 대비 2.1%에서 올해 2.8%로 확대될 것으로 보기도 했다. 그러면서 경상수지 흑자를 기반으로 조성된 대규모 순대외자산이 견조한 대외건전성을 뒷받침한다고 평가했다. 외환보유액에 대해선 2022년 이후 감소세라면서도, 경 상지급액 전체의 6.2개월분으로 충분하며 올해엔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북 리스크’에 대해선 우려를 내비쳤다. 외교적 대화가 최소화하고, 비핵화 논의 재개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 실험 등 도발을 계속하고 있고, 지난 1월 한국을 적대국으로 선언한 데다 북러 관계가 진전하고 있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기재부는 “앞으로 피치 등 국제 신평사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우리 정부의 일관된 건전 재정 기조를 재확인하겠다”며 “역동 경제 등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 방향을 적극 설명하는 등 대외신인도 제고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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