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2%대로 내려갔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다시 3%대로 올라선 가장 큰 요인으론 과일 가격 급등이 꼽힌다.
통계청이 6일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귤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78.2% 올랐다. 사과와 배도 각각 71%, 61.1% 씩 올랐다. ‘후르츠 쇼크’(Fruits Shock)’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과일류의 물가 동향을 보여주는 신선과실지수는 164.09로, 전년 동월 대비 41.2% 올랐다. 1991년 9월 43.9%를 기록한 이후 32년 5개월만에 가장 높은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신선과일지수는 전월 대비로도 8.7%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품목별로 보면 1월 상승률 41.2%를 기록한 사과는 이달 71%로 상승폭이 더 커졌다. 지난해 이상기후로 작황이 좋지 않아 공급이 감소한 여파로 오른 사과값은 지난해 가을 이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봄철 이상 저온으로 화분이 다쳐 착과수가 줄었고, 여름철 집중 호우와 수확기 직전 고온으로 탄저병 발생하는 등 악재가 겹쳤다.
여기에 작년에는 설 연휴가 1월이어서 설이 지난 2월 과일 가격이 안정된 반면, 올해는 명절이 2월 중순이어서 선물 및 제수용품 수요가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사과 값이 폭등하면서 대체 과일들의 물가도 함께 올랐다. 대표적이 겨울철 과일인 귤은 1월 39.8% 오른 데 이어, 2월엔 80% 가까이 오르며 상승 폭을 키웠다. 특히 귤 가격은 전월과 비교해도 42.3%나 뛰었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대체 수요 증가와 노지 귤 생산량 감소가 귤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귤과 함께 겨울·봄 과일로 인기가 많은 딸기 역시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23.3% 올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2월에는 딸기 공급량이 늘어 500g 기준 5000원대에 판매됐지만, 올해는 70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과일 가격 안정을 위해 이달부터 내달까지 농축수산물 할인쿠폰을 600억원 규모로 발행할 예정이다. 여기에 200억여원을 추가로 투입해 13개 과일·채소의 납품단가를 지원해 유통업체의 판매가격 인하도 유도할 방침이다.
수입 과일의 신속 통관 등 국내 도입 소요 시간을 단축시키고, 할당관세 등 관세 인하도 추진한다. 특히 만다린(관세율 50→10%) 과 두리안(45→5%), 파인애플주스(50→10%)에 대해선 관세를 대폭 인하하기로 했다. 봄 대파의 출하가 본격화하는 5월 전까진 수입 대파 3000톤에 대해 관세를 인하한다.
다만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그동안 고물가대책으로 할인쿠폰을 지속적으로 발행한 것을 두고 공급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수요만 유지시켜 물가 안정을 지연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과일 가격이 워낙 많이 올라 할인쿠폰을 적용해도 서민 가구는 과일을 구매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대규모 세금이 투입된 물가안정정책의 효과를 중산층 이상 고소득 가구만 누려 재정 정책의 형평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수입 과일 품목 확대 등 공급난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대표적인 수입 과일인 망고는 수입량 확대 및 관세 인하 효과로 지난달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10.5% 하락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과일 고물가의 원인은 공급의 문제”라며 “할인쿠폰에 600억원을 쓰는 것보다 그만큼 외국에서 사과 등 과일을 수입해 오는 게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검역 절차의 문제가 있지만, 절차를 제대로 만들고 통관 과정에서 검역을 확실히 하면 해충 유입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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