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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이 정부의 목표치(2000명)을 훌쩍 뛰어넘은 3401명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신청을 한 데에는 의대 정원을 늘릴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의대 증원이 1998년 이후 27년만인데다, 전공의·의대생들의 반발로 향후 추가 증원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이번에 신청하지 않은 대학들은 (의대 정원을 늘리는데) 반세기를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강경 기조를 나타낸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방의대의 증원신청이 72%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면서 지역의료기반 확충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5일 교육부와 대학 등에 따르면, 증원 신청이 지난 29일까지만 해도 저조하다가 신청 마감일인 4일 대거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의대 등 의료계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대학들이 막판까지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도 예상보다 많은 증원 신청에 놀라워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지난 달 29일까지만 해도 접수된 데가 거의 없어서 많아야 지난해 수요조사 결과와 비슷한 2800명대 정도 예상했다”며 “하지만 전날(4일) 신청이 몰렸다. 이렇게 신청이 들어올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번 신청에서 서울 소재 8개 대학은 365명, 경기·인천 소재 5개 대학은 565명으로 수도권 13개 대학이 총 930명의 증원을 신청했다.
특히 비수도권 27개 대학은 2471명 증원을 신청했다. 이는 전체 신청 규모의 72.7%로, 그만큼 비수도권 대학들의 의대 증원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의미다.
대학가에서는 학령인구 급감으로 위기에 놓인 비수도권 대학들의 생존과도 직결된다는 분석이다. 대학의 위상과 미래를 고려해야 하는 대학 입장에서는 이번에 신청하지 않을 경우, 의대 증원에 나선 다른 대학에 경쟁력이 밀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지역소멸 위기인 상황에서 지역의 의료서비스 질을 높이는 등 수요를 외면할 수 없는 지역 대학의 사회적 역할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한 비수도권 대학 관계자는 “대학 입장에선 의대가 반발해도 대학 전체의 위상과 미래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더욱이 학령인구 감소로 비수도권대학은 절체절명의 위기”라고 설명했다.
특히 정원 50명 미만의 소규모 의대들이 2배에서 5배에 달하는 증원을 신청했고, 거점 국립대도 적극적으로 증원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충북대는 기존 49명에서 201명 늘어난 250명으로 정원을 조정해달라고 교육부에 신청했다. 이는 기존 정원의 무려 5배가 넘는다. 울산대의 경우 기존 정원 40명의 4배에 가까운 150명으로 정원 확대를 신청했다. 건국대(충주)는 40명에서 120명으로, 강원대는 49명에서 140명으로 3배 안팎으로 정원 확대를 신청했다.
대구가톨릭대는 40명→ 80명으로, 동아대는 49명→ 100명, 부산대는 125명→ 250명으로 각각 기존 정원의 2배 수준으로 늘려 제출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비수도권 대학의 증원 신청 규모는) 지역의료 및 필수의료 강화에 대한 강력한 희망을 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의대 정원 배정 원칙은 △비수도권 의대 중심 집중 배정 △각 대학의 제출 수요와 교육 역량 △소규모 의과대학 교육역량 강화 필요성 △지역의료 및 필수의료 지원 필요성 등이다.
정부는 총선 전 의대 증원분의 학교별 배분을 확정하겠다고 밝힌 만큼, 의대 정원 배정 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각 학교별로 의대 증원이 적합한지 배정위원회를 구성해 심사한 후, 이달 중 학교별 배정 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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