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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방심위에 머리 숙이라’는 방문진 여권 이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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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상암동 MBC사옥. ⓒ연합뉴스
▲ 서울 상암동 MBC사옥. ⓒ연합뉴스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여권 이사들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의 잇따른 중징계 의결과 관련해, MBC가 스스로 보도를 시정조치하겠다는 유화적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기환 이사(여권)는 5일 서울 마포구 방문진 회의실에서 진행된 정기회의에서 거듭되는 방통심의위의 MBC 중징계를 두고 “심의 과정에 추가적 증거나 취재 없이 출석한 실무진이 강경 의견을 개진해서 제재 정도를 더 올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방문진 이사회에서 MBC 경영진에게 권고해야 한다. 앞으로 방송 재승인 심사를 위해 경영진이 (실무진에) 협조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는 지난달 20일 ‘바이든-날리면’ 보도라 불리는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보도를 한 MBC에 최고 수위 법정제재인 ‘과징금’을 의결했다.

차 이사는 “법원 판결이 난 사안에 대해서도 시정조치하겠다는 유화적 태도 없이 계속 강경 일변도로 의견을 개진해 중한 제재로 이어지고 있다”며 “(과거) MBC 간부급 직원들도 자사 방송이 옳다 생각되더라도 회사를 위해 문제되는 장면을 삭제·수정해서 제재를 낮춰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병철 이사(여권)도 “최소한의 기본적 매너는 지켜달라는 거다. 징계해서 끌려갔는데 오히려 자기가 잘했다고 큰소리 치는 건 부적절하다”고 했다.

▲ 지난해 9월22일 MBC 뉴스데스크.
▲ 지난해 9월22일 MBC 뉴스데스크.

“미세먼지 농도가 ‘1’까지 떨어졌다”며 화면에 ‘파란색 1’ 그래픽을 크게 띄운 MBC ‘뉴스데스크’ 보도를 문제 삼는 여권 이사도 있었다. 지성우 이사는 “지난주 주말 날씨 방송이 방통심의위 심의에 제소됐다고 언론에 나왔다”며 “그날 누가 보기에도 미세농도 수치가 1이 아니었다는 의견들이 있다. 날씨 방송이나 다른 시사 방송에서 공정성에 오해가 생기는 내용들은 구조적으로 걸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권 이사들은 또 MBC 내부에서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제작진에 수여한 격려상도 문제 삼았다. 차기환 이사는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프로그램이 법정제재를 여러 건 초래했고 앞으로 더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프로그램 제작 PD에게 격려상을 줬다”며 “세상에 어느 방송사가 법정제재를 무더기로 받는 프로그램 제작 PD에게 격려상을 주고 상금을 포상하나”라고 주장했다.

▲ 지난달 27일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 지난달 27일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반면 야권 이사들은 방통심의위 제재에 대한 MBC 대응에 이사회가 관여할 수 없다며 반박했다. 권태선 이사장은 “지금 방통심의위 심의 내용 관련해선 공정하지 않다는 의견들도 존재하고 있다”며 “우리가 어떤 스탠스(태도)를 취하는 게 올바른가 하는 부분에 대해선 생각이 엇갈릴 수 있다”고 했다.

김기중 이사도 “방통심의위원장, 위원 교체 과정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고, 완결된 구성을 하지 않은 방통심의위가 일부 언론사에 대해 과도한 제재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며 “MBC가 자기 입장이 옳다고 하는 것에 대해 (방문진 이사회가) 옳지 않다고 말하라고 할 순 없다”고 했다. 

강중묵 이사는 “재허가를 앞두고 무더기로 벌점 받는 게 MBC 경영에 위험 요소가 될 수 있으니 어떤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느냐는 지적은 할 수 있는데, 그 안에서 경영진이 판단했을 때 어떻게 관계자들이 나와서 대응하는 게 맞는지는 MBC 집행부에서 결정할 일이지 방문진 이사들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제작진 격려상에 대해서도 강 이사는 “해당 프로그램이 청취율 1위를 했고, 전체적으로 MBC 표준FM이 1등을 한 것에 대한 격려상이지, 신장식 앵커가 그만두고 법정제재 받은 와중에 격려상이 결정된 건 아니다”라고 했다.

▲ MBC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홈페이지 대표 이미지
▲ MBC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홈페이지 대표 이미지

그러자 지성우 이사가 “신장식씨는 특정 정당으로 서너번씩 출마했던 분인데 공영방송 앵커로 채용해 (청취율을) 1등했다는 게 과연 중도적 입장에서 했기 때문에 1등이었나”라면서 “위험성 있는 분들이 앞으로 계속 나와 한쪽 목소리만 대변하게 하는 상황을 계속 연출해야하나”라고 반문하는 등 관련 공방이 한동안 이어졌다.

이에 박선아 이사(야권)는 “심의위원들 심기를 건드린 것에 대해 가늠하는 것은 이사회 역할은 아니다”라며 “방통심의위 제재에 대해 ‘언론탄압’이 국민들 뇌리에 박히고 있는 시점에서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고 방문진과 MBC가 힘을 모아야하는지 얘기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김병철 이사가 “다른 방송에 비해 MBC만 유달리 법정제재가 많은데 이게 어떻게 공영방송의 자세이며 이게 우리가 어떻게 도와줘야 하나”라고 반박하자, 박 이사는 “논리적 비약”이라며 언쟁을 이어갔다. 이사들의 논쟁이 계속되자 권태선 이사장이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방문진 이사회는 이날 MBC로부터 2020년 12월18일 재승인 시점부터 현재까지 방통심의위의 MBC 법정제재 의결 현황 자료를 제출 받기로 의결했다. 다만 자료에 제작진과 진행자 이름을 밝힐지 여부와 이사회에 출석할 MBC 담당자를 선정하는 문제에 대해선 위원들간 의견이 갈렸다. 최종적으로는 ‘위축효과를 줄 수 있다’는 의견이 받아들여져 제작진과 진행자 이름은 제외하고, 제재에 대한 MBC 입장을 포함한 자료를 받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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