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외교원 주최 강연…”강력동맹 있다고 글로벌입지 커지는 건 아냐”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무장관은 5일 국제정치에서 명확하게 어느 편에 서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자국의 균형 외교를 공중그네(trapeze) 곡예로 비유하며 “하면 할수록 더 잘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이샨카르 장관은 이날 국립외교원이 서초구 외교타운에서 주최한 공개강연에서 자국의 ‘줄타기 외교’에 대해 “과거엔 좀 더 방어적으로 했다면 이젠 더 자신감 있게 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강력한 동맹이 있다고 해서 글로벌 입지가 강해지는 것도 아니고 느슨한 동맹이라고 해서 그 입지가 약해지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이샨카르 장관은 지난해 9월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으로서 합의를 도출했던 경험을 예로 들며 “우리가 만약 어떤 특정 그룹에 긴밀히 엮여 있었다면 당시 합의를 이끌어내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당시 G20 정상회의는 공동선언을 도출하면서 예상 밖으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표적으로 공동선언에 반영되는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표현 문제는 서방과 중국·러시아 간의 대립으로 난항을 겪다가 인도의 적극적 중재로 타협됐다.
자이샨카르 장관은 “오늘날 인도는 ‘국가 간의 교량’ 역할을 하면서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있다”며 “전 세계 상황을 보면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국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도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며 “자신의 입장을 밝히면서도 동시에 다른 옵션도 있다고 알려주면 되지 않을까”라고 부연했다.
자이샨카르 장관은 인도와 한국이 “중요한 G20 회원국으로서 전 세계 질서 재형성에 적극적으로 기여해야 하는 책무가 커지고 있다”며 “소수의 몇몇 세력이 불균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인도 협력에 대해 “양국 파트너십은 중요하고 특히 인도·태평양 지역에 미치는 영향력을 보면 더 그렇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이 반도체, 바이오, 원자력 등 기술을 인정받고 있다며 향후 10년간 한-인도 협력 비전에 대해 “서로 강점이 교차하는 부분에서 파트너십을 만드는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해양 안보 문제에 있어 “한 국가가 모든 걸 담당하기엔 자원이 부족하다”며 “인도·태평양 전체 지역이 안전하길 원한다면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다양한 이니셔티브에 참여해서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한편 자이샨카르 장관은 오는 6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10차 한-인도 외교장관 공동위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이는 2018년 뉴델리에서 9차 공동위가 열린 이후 6년 만이다.
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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