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임직원이 회사로부터 받은 출산지원금에 대해선 전액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기업에 대해선 기지급한 출산지원금을 인건비로 경비 처리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최근 부영이 출산한 직원에게 출산지원금 1억원을 지급하면서 도마 위에 오른 ‘출산지원금에 대한 세무 처리’와 관련해 기획재정부가 파격적인 세제 지원 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현행 출산지원금 관련 세제는 6세 이하 자녀에 대한 출산·양육지원금 명목으로 월 20만원까지만 소득세를 비과세하고 있다. 기업에는 공통 기준에 따라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은 인건비로 비용을 인정한다.
정부는 이러한 출산·양육지원금 관련 비과세 혜택을 ‘출산 후 2년 내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에 대해선 전액 소득세를 비과세하기로 결정했다. 기업이 직원에게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을 근로소득으로 간주하되, 소득세는 부과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연봉 5000만원을 받은 직원이 1억원의 출산지원금을 받을 경우, 기존 세법을 적용하면 근로소득세로만 2750만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출산지원금에 대해 비과세가 적용됨에 따라 과세 기준 소득액은 5000만원으로 잡혀 소득세는 250만원만 내면 된다. 출산지원금 비과세 적용으로만 2500만원 가량의 세부담 감소 효과가 있는 것이다.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횟수는 자녀 수는 제한하지 않되, 출생아 1명 당 2회까지로 제한했다.
아울러 기업 사주 일가는 혜택 대상에서 제외된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가족 경영을 하는 소규모 기업이 악용할 소지가 있다”면서 “형제자매와 조카, 사촌 등 특수관계자까진 대상에서 제외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출산지원금 소득세 비과세 대상 기준을 ‘출산 후 2년’으로 잡았지만, 제도를 처음 시행하는 올해에는 2021년 이후 태어난 자녀에 대한 출산지원금까지 혜택을 부여하기로 했다. 부영이 2021년생을 기준으로 출산지원금을 지급했다는 걸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근로자가 아닌 자녀에게 직접 지급할 경우, 근로자가 받아 자녀에게 증여한 것으로 간주하고 증여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앞서 부영 측은 직원들이 출산지원금으로 소득세 폭탄을 맞지 않도록 직원들의 자녀 명의의 계좌로 직접 지급하는 증여하는 방식을 채택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가 출산지원금에 대해 전액 비과세를 결정함에 따라 ‘증여’ 방식으로 출산지원금을 지급할 이유가 사라졌다.
정부는 부영 측이 출산지원금 지급 방식과 경비 처리를 다시 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정 실장은 “부영과 협의해서 증여를 취소하고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조건을 갖춘다고 하면 동일하게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약 자녀 명의 계좌로 출산지원금을 수령한 직원이 그대로 두길 희망한다면 증여세를 내야 한다. 미성년 자녀에 대해선 2000만원까지 증여세가 공제된다. 이에 따라 1억원에서 2000만원을 제외한 8000만원에 대해선 증여세율 10%를 적용해 800만원을 증여세로 내야 한다.
정부가 출산지원금을 인건비로 인정함에 따라 기업으로선 법인세 부담을 덜게 됐다. 세법상 인건비는 경비로 손금 대상이지만, 증여 지급액은 경비로 인정되지 않는다. 올해 출산지원금으로만 70억원을 지급한 부영 입장에선 경비 불산입으로 지출액의 20%에 해당하는 14억원가량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정부는 기업들이 직원의 세금을 경감할 목적으로 임금을 출산지원금 형태로 포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니터링도 강화할 방침이다. 정 실장은 “조세 회피를 위한 출산지원금 포장은 당연히 추징 절차를 밟는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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