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한동훈! 한동훈!”
5일 오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충북 청주 육거리종합시장에 나타나자 잠잠했던 시장이 한순간에 시끌벅적해졌다. 한 위원장을 만나러 몰려온 상인들과 지역 주민들이 5m 남짓한 시장 골목을 가득 메웠다. 200명은 족히 되는 시민들이 먼저 와 있던 취재진과 섞이며 시장 골목은 아수라장이 됐다. 이날 한 위원장은 10시 30분쯤 육거리종합시장 상인회와 간담회를 가진 뒤 40분간 시장에서 상인들을 만났다.
많은 사람들이 한 위원장을 반겼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한 위원장이 만둣가게에서 1만 원어치 만두를 사 들고 이동하려는 찰나, 한쪽에서 누군가 “한동훈 꺼져라”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한 위원장을 둘러싸고 있던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개딸 꺼져라” “개는 개집으로”라며 맞받아쳤다. 한 위원장이 보는 앞에서 여야 지지자들이 충돌한 것이다.
목소리가 먼저 잦아든 건 야당 지지자 쪽이었다. “개딸 꺼져라”라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자 “한동훈 꺼져라” 구호는 소리가 점점 줄더니 아예 들리지 않게 됐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2일 구리전통시장을 시작으로 이날 육거리종합시장까지 전국 7개 시장을 방문했는데 이날처럼 여야 지지층이 정면으로 충돌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지율 하락세를 겪는 야당 지지자들이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8~29일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는 국민의힘이 46.7%, 더불어민주당이 39.1%를 기록했다. 여당이 야당을 상대로 한 지지율이 오차범위 밖에서 우세를 보인 건 지난해 2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기간 이후 1년 만이다.
여당 지지자들 사이 갈등도 있었다. 빨간 머플러를 두른 한 국민의힘 지지자는 ‘돈봉투 받은 후보 자진사퇴 정답이다!’라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다 주변에 있던 다른 여당 지지자들과 충돌했다. 몇몇 여당 지지자들이 피켓을 빼앗으려 했고 이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피켓이 반으로 접히고 발에 밟히기도 했다.
피켓은 이 지역(충북 청주 상당) 국회의원이자 현재 돈봉투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정우택 국회부의장(국민의힘)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곳 지역 언론은 정 부의장이 카페 업자에게 돈 봉투를 받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보도했다.
정 부의장 측은 “돈 봉투는 곧바로 돌려줬고, 후원을 원한다면 공식 후원회를 통해 하라고 전달했다”며 “실제 후원회로 입금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당 카페 업자가 다른 언론 인터뷰에서 정 부의장 입장과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면서 논란이 재점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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