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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직원 의사집회 동원 논란…곤혹스러운 제약업계

연합뉴스 조회수  

“자체 파악 결과 발견 못 해”…”개별 차원 요청 가능성” 견해도

‘의사 대신 예비군 훈련’ 등 과거 사례도 재조명

손팻말 든 집회 참가자들
손팻말 든 집회 참가자들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3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옆 여의대로 인근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의료 탄압 중단 등을 촉구하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4.3.3 mon@yna.co.kr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김현수 기자 = 의대생 증원을 반대하는 의사 집회에 제약회사 영업직원을 강제로 동원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제약업계는 이번 논란이 혹여 제약업계로 확산할까 촉각을 곤두세웠다.

여러 제약사는 5일 직원 동원 의혹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파악된 것은 없다”면서도 해당 논란이 의사-제약업계 간 리베이트 문제나 갑질 논란, 불매 운동 등 다른 사안으로 번질까 우려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를 앞두고 전날 직장인 익명 게시글 앱인 블라인드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일부 의사들이 제약회사 영업사원 등을 대상으로 집회 참석을 강요한다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A 제약사 소속으로 표시된 한 네티즌은 블라인드 게시판에 “집회에 의사들이 제약회사 직원들의 참석을 강압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사복 입고 와서 의사인 척 시위 참여하라고 한다”고 글을 올렸다.

디시인사이드 게시판에도 익명의 네티즌이 “의사 총궐기에 제약회사 영맨(영업사원) 필참이라고 해서 내일 파업 참여할 듯”, “뒤에서 지켜보면서 제일 열심히 참여하는 사람에게 약 다 밀어준다고 함”, “거래처 의사가 내일 안 나오면 약 바꾸겠다고 협박해서 강제 동원된다”는 등의 글을 올렸고, 비슷한 요구를 받았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경찰청은 바로 사실관계 확인에 나서며 불법행위가 확인되면 수사에 착수해 엄정 조치하겠다고 했고, 대통령실도 집회 당일 관련 의혹에 대해 ‘무관용 원칙 대응’ 방침을 밝혔다.

전공의 집단행동,
전공의 집단행동, “정부 원칙 변함없다…법에 따라 조치”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정책에 반대한 전공의 중심 의사 집단행동이 계속되고 있는 4일 오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상황실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조 장관은 “불법적인 집단행동에 대한 정부의 대응 원칙은 변함이 없다”며 “오늘부터 미복귀한 전공의 확인을 위해 현장 점검을 실시해 법과 원칙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4.3.4 hkmpooh@yna.co.kr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이와 관련, “(의사가) 의약품 거래를 빌미로 부당한 행위를 강요하는 것”이라며 “엄격히 조사해 법에 따라 조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강제 동원이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을 펴며 온라인 상에 해당 소문을 퍼뜨린 사람을 고소·고발하겠다고 반발하면서도 “이러한 의사 회원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 의협이 나서서 해당 회원을 징계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가열되자 제약사들은 자체적으로 진상 파악에 나섰다. 하지만 대부분 회사는 익명의 게시글만 보았을 뿐 구체적으로 집회 참가 요청을 받은 직원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집회 전날 “집회에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의 참석을 강압적으로 요구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회원사들에 외부 강압에 의한 집회 참여를 막아달라는 문자를 발송했던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인터넷 게시글과 관련 언론보도 등을 보고 자칫 발생할 수 있는 회원사의 피해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조치한 것”이라며 직접 구체적 제보를 받았거나 실제 참여 사례를 확인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논란의 시발로 보이는 블라인드 게시글 작성자의 소속사로 지목된 A제약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내부적으로 영업사원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했지만 블라인드에 글을 올린 직원이라든가 집회 참석 요구를 받은 직원, 실제 집회에 참여한 직원은 없었다”며 “블라인드는 퇴직자도 현 소속인 것처럼 글을 올릴 수 있고, 아이디 공유도 빈번한 만큼 정말 직원이 의사로부터 그런 요구를 받고 글을 올린 것인지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른 제약사 관계자도 “확인해보니 영업 조직 쪽에서도 그런 연락을 받았다거나 보고받은 곳은 없었다”며 “몇몇 제약사 관계자들의 단체 대화방에서도 의견을 나눴는데 동원 사실을 파악한 곳은 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의사협회 등의 조직적 차원은 아니더라도 일부 의사들이 요청하는 경우가 있었을 수도 있다”거나 “개인 차원에서 얘기가 오갔을 수는 있지 않았을까”는 반응을 보인 제약사 관계자도 있었다.

이 논란이 의사-제약사 간 불신이나 갈등으로 확산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 의사 커뮤니티에서 강제 동원 논란 관련 특정 제약사의 제품을 불매하겠다는 글이 올라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이날 “사실이면 이는 일종의 의료법령 위반으로,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제약업체서 뒷돈 챙긴 '리베이트 의사' 적발(CG)
제약업체서 뒷돈 챙긴 ‘리베이트 의사’ 적발(CG)

[연합뉴스TV 제공]

논란이 커지면서 과거 의사-제약사 간 불법 리베이트 문제와 갑질 논란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인터넷 게시판 등에는 과거 제약사 직원이 의사 대신 예비군 훈련을 참가했던 사례 등이 거론됐다.

실제로 한 제약사 영업직원 B씨는 2017~2018년 강원도 원주에서 세 차례에 걸쳐 의사 대신 예비군 훈련에 참석하고 호텔 숙박비 등을 결제해주다 적발됐다. 이로 인해 B씨는 예비군법과 약사법 위반 등으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의사는 벌금 4천만원을 2019년 법원에서 선고받았다.

rao@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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