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1년 만에 다시 대만을 앞질렀다. 명목 GNI는 대만과 비슷하게 증가했지만 대만 달러화가 원화보다 더 약세를 보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GDP디플레이터 등이 당초 전망보다 저조한 실적을 보이면서 4만달러 달성 시점은 다소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23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3만3745달러로 집계됐다. 1년 전(3만2886달러)보다 2.6% 증가한 것이다. 원화 기준으로는 4405만1000원으로, 전년대비 3.7% 늘었다.
◇ 韓 1인당 GNI, 대만보다 446달러 많아
GNI는 전체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임금과 이자, 배당 등 모든 소득을 합친 것이다. 경제성장률(실질 GDP)과 물가(GDP 디플레이터), 환율 등의 영향을 받는다. GNI를 전체 인구 수로 나눈 것이 1인당 GNI이다. 한 나라 국민의 평균적인 생활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로 사용된다.
2021년 우리나라 1인당 GNI는 3만5523달러를 기록하며 2017년(3만1734달러) 3만달러를 돌파한 후 4년 만에 3만5000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나 이듬해 원·달러 환율이 13% 가까이 급등하면서 3만2886달러로 고꾸라졌다. 하지만 지난해 다시 반등에 성공했다.
20년만에 대만(3만3565달러)에 추월당했던 1인당 국민소득도 다시 대만을 제쳤다. 대만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만의 1인당 GNI는 3만3299달러로, 한국보다 446달러 적다. 1년 전에는 대만의 1인당 GNI가 3만3565달러로 집계돼 우리나라보다 679달러 많았다.
최정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기자설명회에서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1.1% 상승하면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 반면, 미국 달러 대비 대만 달러화 환율은 4.5% 상승해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컸다”면서 “(자국통화 기준)명목 GNI는 대만과 한국 모두 전년 대비 3.9%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에 원·달러 환율이 미친 영향을 살펴보면 이런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환율은 1인당 GNI를 352달러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는데, 1년 전(-4207달러)보다는 기여도가 10분의1 수준으로 낮아졌다.
경제와 물가, 요소소득은 GNI를 높이는 요인이었다. 지난해 실질 GDP는 민간소비 둔화에도 수출 회복세가 지속되면서 1.4% 성장했다. 종합물가지수로 불리는 GDP 디플레이터는 2.1% 상승했다. 경제 성장에 따른 1인당 GNI 증가분은 440달러였고, GDP 디플레이터 상승으로 인한 증가분은 678달러였다. 감소·증가요인을 모두 취합한 전체 증가규모는 859달러다.
◇ 4만달러 달성 시점은 미궁… 예상보다 GDP 성장률 저조
한은은 코로나19와 같은 외부충격이 발생하거나 환율이 이례적으로 급등하지 않는다면 국민소득이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133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늦춰지면서 환율이 다소 올라섰지만, 변동폭이 컸던 작년과 비교하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만 정부의 ‘국민소득 4만달러’ 목표 달성 시점은 한은이 작년에 예상한 것 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 당시 한은은 작년과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각각 1.6%, 2.4% 안팎을 기록하고, GDP 디플레이터가 2% 내외로 상승하면서 환율이 과거 10년 평균인 1145원 수준을 유지할 경우 1인당 국민소득도 머지 않아 4만달러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GDP 디플레이터는 예상에 부합했지만, 작년 성장률(1.4%)은 예상치를 밑돌았다. 원달러 환율도 1300원대를 훌쩍 넘어섰다.
한은 관계자는 “작년에도 강도는 줄어들었지만 원·달러 환율이 1인당 GNI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면서 “앞으로 달러 강세가 지속될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어 구체적인 4만달러 달성 시점을 언급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다만 그는 “올해도 명목 GNI가 약 4% 오른 만큼,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몇 년 안에 4만 달러를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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