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가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방송을 하면서 출연자를 균형있게 섭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심의위) ‘관계자 징계’를 받게 되면서, “군사정권 수준의 방송검열”이라는 내부 반발이 나왔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방심의위는 지난달 29일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와 장윤미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이 출연한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1월16일 방송)가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방송을 하면서 출연자를 균형있게 섭외하지 않았다며 중징계인 ‘관계자 징계’를 의결했다. 국민의힘 출신의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과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이 출연한 ‘김현정의 뉴스쇼’(1월9일 방송)에도 유사한 이유로 행정지도 ‘권고’를 의결했다. 의견진술에 참석한 CBS 제작진이 방송의 전체적 흐름을 살펴봐야 한다고 반박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달 선방심의위 회의에서 손형기 위원(TV조선 추천)은 “진중권 교수가 유독 CBS 라디오에 나와서 황당무계한 말을 많이 한다”며 “진 교수가 과장된 표현을 하더라도 진행자가 정정이나 사과 멘트를 해줘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손 위원은 “진 교수가 ‘이 정부에서 통일부를 폐지했거든요’ 이런 얘기를 한다. ‘지금 통일부가 통일부가 아니라 북한 인권부 아니에요, 북한 비판부가 돼버렸어요’ 이런 얘기를 한다”며 “지금 윤석열 정부에서 통일부 폐지됐나”라고 따져묻기도 했다.
최철호 위원(국민의힘 추천)은 “장성철 소장을 두고 보수라고 하지만, 사람들은 ‘무늬만 보수’라고 평가한다. 출연자 섭외를 균형있게 하라”고 지적했다. 백선기 위원장(방송통신심의위원회 추천)은 “최소한의 기준인 기계적 형평성을 지키는 게 필요하다”며 “패널들의 발언이 적정 수준을 넘기에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CBS지부(노조)는 4일 성명을 내고 “CBS 방송 역사상 ‘관계자 징계’는 처음”이라며 “(선방심의위는) 어떤 패널들이 여당을 대변하는지 명단이라도 내려줘라. 그것도 부족하다면 ‘보수패널 자격 시험’ 같은 것이라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떤가”라고 꼬집었다.
진 교수의 발언을 언급하며 ‘지금 윤석열 정부에서 통일부가 폐지됐냐’고 물은 손형기 위원의 발언에 대해 노조는 “과장 섞인 평론가의 은유적 표현에 심의위원이 죽자고 달려드는 모습은 ‘웃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며 “굳이 상기시켜드리면 진 교수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 그 어떤 인사보다도 비판의 칼날을 날카롭게 들이댔던 인물이다. 선방심의위 논리라면 진 교수는 ‘골수 우파’ 패널로 분류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했다.
선방심의위가 ‘김현정의 뉴스쇼’ 관련 진보 진영은 야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이 출연하는 반면, 보수 진영은 정부 여당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 출연자를 출연시켜 대통령과 여당을 비판했다고 지적한 데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노조는 “방송패널이 특정 진영을 ‘대변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과히 충격적”이라며 “백선기 위원장의 ‘최소한의 기계적 형평성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발언은 처연하기까지 하다. ‘뉴스쇼’와 ‘한판승부’ 제작진은 형평성에 집착한다는 비판까지 받아온 터였다”라고 꼬집었다.
노조는 “백 위원장이 말한 기계적 형평성의 모범을 보여줄 차례다. CBS, MBC 등에 중징계를 내렸으니 이른바 우파 진영 방송사에도 중징계를 내려주시라. 전 TV조선 보도국 인사가 선방심의위 위원이니 ‘야권 대변’ 인사도 영입해야 되겠다”라며 “‘민원 사주’ 의혹 당사자인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의 스승이자 충실한 여권 대변자인 백 교수만 위원장을 독점하는 선방심의위가 누구에게 기계적 형평성을 설교하는가”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어 “선방심의위가 CBS의 입을 틀어막기 위해 낙인을 찍고 윽박지르는 현 상황이 놀랄 일도 아니다. 박근혜 정부를 비롯해 역대 보수 정권에서 지긋지긋하게 반복된 도식적인 초식이 지겨울 뿐”이라며 “전두환 군사독재 정부도 꺾지 못했던 CBS를 한낱 백선기 선방심의위 따위로 저지하려는 윤석열 정부의 시도가 안쓰러울 따름”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권력의 추구를 자처하는 현 방통심의위, 선방심의위 체제가 무너질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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