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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둔화세인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로 생산한 잉여 제품을 대량 수출하면서 전 세계, 특히 개발도상국 경제가 2차 ‘차이나 쇼크’에 직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중국 정부가 경제 성장을 되살리기 위해 내수로 다 소비할 수 없는 자동차·기계·가전제품을 해외에 수출하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이로 인한 2차 ‘차이나 쇼크’에 대해 일부 경제전문가는 1차보다 그 영향이 더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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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SJ “1차보다 더 심각한 2차 ‘차이나 쇼크’ 직면”
“인플레이션 완화 효과 더 크고, 저가뿐 아니라 고부가 가치 산업 일자리 감소 영향”
데이비드 오터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경제학 교수는 이번 ‘차이나 쇼크’가 1차와 같지 않고, 그 우려가 더 근본적이라며 중국이 자동차·컴퓨터 칩·복합 기계 등 기술적 리더십의 더 핵심으로 여겨지는 고부가 가치 산업 분야에서 선진국들과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오터 교수는 다른 저자들과 함께 2016년 최초로 ‘차이나 쇼크’를 다른 논문을 발표했다.
1차 ‘차이나 쇼크’는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값싼 중국산 제품의 수입 붐이 초래한 것으로 미국과 세계 경제는 인플레이션 완화(디스인플레이션) 효과를 봤지만, 현지 제조업 일자리를 희생시켰다고 WSJ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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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차 ‘차이나 쇼크’, 미 인플레 완화 효과 속 12년간 200만개 이상 일자리 상실”
1차 ‘차이나 쇼크’는 1990년대 중국의 일련의 자유화 개혁과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발생했는데, 이는 미국 소비자들 특히 저소득층과 중간 소득층에게 상당한 혜택을 가져다줬다. 2019년 한 논문에 따르면 중국산 수입품의 시장 점유율이 1%포인트 증가할 때마다 미국 내 상품 소비자 물가가 2% 하락했다.
하지만 중국산 수입품에 가구·장난감·의류 제조업체들이 경쟁에서 밀리고, 지역사회가 공동화하면서 1999년부터 2011년 사이 20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잃었다고 오터 교수 등은 추정했다.
세계은행(WB) 데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 제조업 생산량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년 전 10% 미만에서 2022년 31%로 3배 이상 확대됐으며 상품 수출은 5% 미만에서 14%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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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정부, 둔화 경제 성장 호전에 막대한 투자, 잉여 제품 수출
구매력 부족에 중 생산자물가지수 16개월 연속 하락…미국의 중국산 수입품 가격, 하락
중국 경제는 지난해 중국 기준으론 낮은 수치인 5.2% 성장했으며 오래 지속되는 부동산 위기로 투자가 위축되고, 소비자 지출이 감소하면서 성장률이 더욱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WSJ은 전했다. 미국 리서치 전문기업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중국의 성장률이 2030년까지 약 2%로 둔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특히 반도체·항공우주·자동차·재생에너지 장비 공장에 돈을 쏟아붓고, 그 결과 생긴 잉여 제품을 해외에 판매함으로써 경제 호전을 꾀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그 결과 전 세계에 공산품이 넘쳐나지만, 이를 구매할 소비력이 부족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것이 물가 하락의 전형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글로벌 수요 약세와 과잉 생산으로 소비재·내구재·식품·금속·전기 기계 등을 중심으로 한 중국 생산자물가지수(PPI)는 16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디스인플레이션 충동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1월 미국의 중국산 수입품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9% 반면, 유럽연합(EU)·일본·멕시코산 수입품 가격은 모두 상승했다.
홍콩의 가베칼 드래고노믹스의 토마스 개틀리 중국 담당 애널리스트는 “중국이 세계 물가에 미치는 영향의 균형이 디스인플레이션 방향으로 더욱 분명하게 기울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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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방 세계, 1차와 달리 경쟁자·지정학적 적 간주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수입 제한 조치”
“중, 저소득 국가 신생 산업 위축 가능성…중 ‘독특한 중상주의’, 고부가가치 제조업 진출·저가 부문 우위 유지”
이에 대한 저항도 있다. 미국·유럽·일본은 값싼 중국산 제품 때문에 많은 공장이 문을 닫았던 20년 전 상황의 재현을 막기 위해 전략 산업에 수십억 달러를 지원하고,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거나 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2000년대 초 주로 중국에서 과잉 생산이 발생했고, 다른 곳의 공장들을 문을 닫았지만, 지금은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됨에 따라 미국과 다른 국가들이 막대한 투자로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서방 세계가 1차 ‘차이나 쇼크’ 때인 2000년대 초와 달리 중국을 주요 경제 경쟁자이자 지정학적 ‘적’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및 수입 제한 등을 실시하고 있거나 검토 중인 미국과 EU의 보호무역주의를 회피하기 위해 중국 수출업체들이 저소득 국가에서 새로운 시장을 찾으면서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영향의 일부가 전 세계 다른 지역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WSJ은 분석했다.
이에 따라 이들 국가의 신생 산업은 과거 미국처럼 중국과의 경쟁에 밀려 위축될 수 있고, 고부가가치 수출로 전환하면서 저가 제조업을 포기한 일본·한국과 달리 중국은 일반적으로 선진국이 지배하는 제품에 진출하면서도 저가 부문에서도 우위를 유지해왔다고 WSJ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경제 컨설팅회사 TS롬바르드의 로리 그린 중국경제 담당 국장은 중국의 ‘독특한 중상주의적 도전(unique mercantilist challenge)’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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