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시한 복귀 데드라인(2월 29일)이 넘어가면서 행정·사법 조치가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전공의들은 요지부동이다. 상당수의 전공의가 정부의 엄포에도 꿈쩍 않는 사정에는 한 번 취득하면 사실상 평생을 가는 의사 면허가 가진 위력에 대한 신뢰 때문으로 보인다.
한술 더 떠 일부 전공의 사이에선 ‘면허가 취소돼도 의사 그만하겠다’, ‘차라리 수능 다시 봐서 이공계로 진학하겠다’는 분위기까지 형성됐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의사들이 대개 금수저 출신이라는 집안 배경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달 28일 기준 사직서를 제출하거나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 9438명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진이 집단으로 진료를 거부하면 업무개시명령이 가능하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자격정지, 3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또 금고 이상의 실형·선고유예·집행유예를 받으면 면허 취소가 가능하다.
하지만 면허 정지·취소 같은 처분이 전공의들에게 주는 타격감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전직 의대·대학병원 교수인 한 원로의사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 때 사직서를 낸 후배(전공의) 몇 명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의사 그만둬도 그만’이라는 분위기가 꽤 퍼져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낀 전공의, 선배 의사들(의협)이 정부에 제지당하는 모습을 지켜본 전공의들은 자유롭고, 부유하게 자라온 MZ세대이지 않냐”며 “이참에 사표 내고 집안의 사업을 물려받거나 수능을 다시 치러 이공계 대학으로 진학하려 결심한 전공의도 있다”고 귀띔했다.
다소 과장됐을 수도 있는 이런 전언이 나오는 데는 전공의들의 넉넉한 집안 배경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의료파업 중인 의사들은 자신의 병원을 가진 개원의가 아닌 전공의들이다. 전공의는 의대를 졸업해 의사면허를 딴 다음, 전문의가 되기 위해 주로 상급 종합병원에서 일하는 인턴과 레지던트를 말한다.
전공의는 주로 종합병원에서 1년의 인턴 과정과 3~4년의 레지던트 과정을 거치며 자신이 원하는 과목의 진료를 배우는데, 교수·전임의의 수술을 돕거나 환자 상태를 확인하는 등의 일을 하며 전문의나 개원의 보다 낮은 연봉을 받는다.
상대적인 저연봉인 전공의들이 전직 고민을 할 수 있다는 건 대부분 금수저 출신이어서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장학재단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20학년도에 입학한 전국 39개교 의대 신입생 2977명 중 소득 1~8구간에 해당하는 학생은 577명으로 전체의 19.4%에 불과했다.
국가장학금 1유형은 소득 1~8구간에게만 주어지는데, 월 소득인정액 920만원 미만이 소득 8구간에 해당한다. 즉 2020학년도에 의대에 입학한 신입생 중 80.6%가 국가장학금 대상이 되지 않은 소득 9~10구간 고소득층 출신이었다는 얘기다. 이는 작년 4년제 대학과 전문대 신입생 중 42.5%가 소득 9~10구간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의대 신입생 중 소득 1~8구간 비율은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2017년에는 24.9%였는데 2019년에는 20.4%, 2020년엔 19.4%로 떨어졌다. 의대 신입생에서 저소득층 출신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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