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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봄학교 오늘부터 전국 2천700개교서…”인력부족·지역격차 커”

연합뉴스 조회수  

‘사교육비 1위에 출산율 꼴찌’ 서울, 늘봄학교 참여율 가장 저조

“기간제 교사 채용 어려워” 지적도…충분한 인력·예산 확보 전제돼야

2학기부터는 모든 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 실시
2학기부터는 모든 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 실시

지난달 5일 오전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한 학생이 돌봄교실에 참여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2024.2.5 ksm7976@yna.co.kr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희망하는 초등학생은 모두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학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학교에 머물 수 있도록 하는 ‘늘봄학교’가 4일부터 전국 2천741개교에서 시작된다.

저출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부가 늘봄학교 시행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으나, 학교 현장에서는 교원 업무 과중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지역별 참여율도 격차가 커 학생·학부모의 정책 체감에 차이가 생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늘봄학교 주산암산 체험해 보는 윤석열 대통령
늘봄학교 주산암산 체험해 보는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5일 경기도 하남시 신우초등학교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아홉 번째, 따뜻한 돌봄과 교육이 있는 늘봄학교’ 시작에 앞서 늘봄학교 주산암산 프로그램에서 학생들과 함께 주산암산을 체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초1 하교 시간 2시간 늦춰져…2학기엔 전국 확대

4일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2천741개 초등학교는 4∼5일부터 늘봄학교를 본격 시행한다.

늘봄학교는 초등학교에서 아침 수업 시간 전과 정규수업 후∼오후 8시까지 원하는 학생에게 다양한 방과 후·돌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제도다.

정부는 올해 1학기 늘봄학교를 시행한 뒤 2학기에는 전국 6천여개 모든 초등학교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 1학기 시행하는 학교에선 늘봄학교를 이용하는 모든 초등학교 1학년생에게 학교 적응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이 2시간씩 제공된다. 이에 따라 하교 시간은 오후 1시에서 3시 안팎으로 늦춰진다.

학생들의 학교 적응을 돕고 맞벌이 부모의 방과 후 돌봄 부담과 사교육 수요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초1의 경우 정부는 기존 돌봄·방과 후와 달리 ‘원하는 경우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처럼 ‘원하는 경우 모두’ 참여할 수 있는 대상을 내년에는 초등 1∼2학년, 2026년에는 초등 1∼6학년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기타·우쿨렐레 연주하는 학생들
기타·우쿨렐레 연주하는 학생들

지난해 5월 2일 대전 서구 원앙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방과 후 프로그램에 참여해 기타·우쿨렐레를 연주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기간제 교사 ‘채용난’…교사들 “업무 떠맡을 것” 우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늘봄학교 시행에 대한 걱정이 적지 않다.

특히 교사들은 늘봄학교와 관련한 각종 행정업무가 늘어나 업무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정부는 교사 업무가 늘어나는 것을 막고자 올해 1학기 과도기적으로 기간제 교원 2천250명을 선발해 늘봄학교에 배치한다는 방침이다.

2학기에는 교육청별 여건에 따라 공무원·퇴직 교원·교육공무직 등에서 선발한 ‘늘봄실무직원’ 6천명을 학교에 배치, 기존에 교사가 맡았던 방과후·돌봄 업무 등 모든 늘봄학교 관련 행정업무를 전담하도록 한다.

내년에는 모든 학교에 늘봄학교 전담 조직인 ‘늘봄지원실’을 설치하고, 학생 수가 많은 큰 학교의 경우 지방공무원이 ‘늘봄지원실장’을 맡도록 할 계획이다.

그러나 일부 교육청에선 기간제 교사 채용이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기간제 교사 채용이 어려운 인구 감소 지역, 농산어촌 학교 등에선 교원이 기존 늘봄 업무를 떠맡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여전하다.

내년에도 규모가 작은 학교는 늘봄지원실장을 교감이 담당해야 해 늘봄 업무가 교원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현재 교장과 교감은 학교 내 각종 위원회 운영 및 참석, 학교 지원인력 채용·인사 및 노무 관리 등으로 업무가 과중하다”며 “교감과 교장에게 과도한 업무 부담이 되지 않도록 촘촘한 제도 설계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골프 스윙 연습하는 학생들
골프 스윙 연습하는 학생들

지난해 5월 2일 대전 서구 원앙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방과 후 프로그램인 골프 수업에 참여해 스윙 연습을 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참여율 꼴찌’ 서울, 희망학교 추가 모집 나서

지역 격차 역시 과제로 꼽힌다.

부산·전남은 관내 모든 초등학교가 1학기부터 늘봄학교를 시작한다.

그러나 서울에서는 관내 6.3% 학교만 늘봄학교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에서 10% 이하 참여율을 보인 곳은 서울뿐이다.

지역별 참여율 격차는 결국 늘봄학교 지역별 안착 속도 차이, 정책 효과 격차로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늘봄학교가 사교육 경감과 저출생 완화를 위해 추진되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서울의 저조한 참여율은 정부로선 더욱 뼈아프다.

서울은 합계출산율이 2023년 기준 0.55명으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꼴찌다.

2022년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월평균 59만6천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2위인 경기(44만6천원)보다 15만원가량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초등학생 1인당 사교육비 역시 53만6천원으로, 전국에서 최고다.

서울의 참여율이 저조한 것은 지난해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과도한 업무에 대한 교직 사회의 반감이 크게 작용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학생·학부모의 늘봄학교 정책 체감도가 낮을 것이란 지적에 서울시교육청은 1학기 중으로 희망하는 초등학교에 대한 수시 추가모집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정혜영 서울교사노조 대변인은 “늘봄학교 강사가 시간당 4만원인데, 그 임금을 받고 오려는 분들이 적다”며 “기간제 채용도 일부 학교는 아직 안 됐고, 참여 학교가 더 확대되면 인력난이 커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 “충분한 준비 기간과 공간·예산 확보, 교원 업무 배제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porque@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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