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처분소득 1.8% 증가…과일 9.6%·가공식품 6.8%·외식 6.0% 상승
식품·외식메뉴 가격 인상 영향…식사비 지출 증가폭 커
일부 식품기업 실적 최대…”인상요인에 즉각 올리고 인하 요인은 모르쇠”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 지난해 전체 가구가 이자·세금을 내고 소비나 저축에 쓸 수 있는 소득은 1%대 증가에 그쳤지만 먹거리 물가는 6% 넘게 올라 소득 대비 먹거리 부담이 꽤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식사비 지출 증가 폭은 전체 소비지출보다 컸다.
그러나 일부 식품이나 외식 기업은 가격 인상 요인이 생기면 신속히 제품 가격을 올리면서 인하 요인이 발생하면 가격을 내리지 않아 불합리한 가격 인상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 6.8%…가처분소득 증가율의 3.8배
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가구 처분가능소득(가처분소득)은 월평균 395만9천원(1∼4분기 평균)으로 전년보다 1.8% 늘었다.
지난해 전체 소득은 월평균 497만6천원으로 전년 대비 2.8% 늘었지만 이자·세금 등을 빼고 소비나 저축에 쓸 수 있는 가처분소득은 1.8% 늘어 전체 소득보다 증가 폭이 더 작았다. 이는 고금리 지속 등으로 이자와 세금 부담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처분소득 증가율과 비교해 먹거리 물가 상승률은 6%대로 큰 격차를 보였다.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에서 대표 먹거리 지표로 꼽히는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는 각각 6.8%, 6.0% 올랐다. 이는 가처분소득 증가율의 각각 3.8배, 3.3배였다.
[표] 지난해 처분가능소득 증가율과 먹거리 물가 상승률 비교 (단위: %)
구분 | 품목 | 증가율·상승률 | |
처분가능소득 증가율 |
전체 | 1.8 | |
1분위 | 1.7 | ||
2분위 | 1.5 | ||
3분위 | 2.3 | ||
4분위 | 2.6 | ||
5분위 | 1.2 | ||
먹거리 물가 상승률 |
전체 소비자물가 | 3.6 | |
가공식품 | 6.8 | ||
외식 | 6.0 | ||
농축수산물 | 전체 | 3.1 | |
(농산물)곡물 | 0.5 | ||
(농산물)채소 | 4.8 | ||
(농산물)과실 | 9.6 | ||
(농산물)기타농산물 | 5.8 | ||
축산물 | -2.2 | ||
수산물 | 5.4 |
(자료=통계청)
가공식품은 세부 품목 73개 중 68개 물가 상승률이 가처분소득 증가율을 웃돌았다.
드레싱이 25.8%로 가장 높고 이어 잼(21.9%), 치즈(19.5%), 맛살(18.7%), 어묵(17.3%) 등 순이었다.
평소에 서민 소비가 많은 설탕(14.1%), 소금(13.0%), 아이스크림(10.8%), 우유(9.9%), 빵(9.5%), 생수(9.4%), 라면(7.7%) 등도 높은 편이었다.
외식 세부 품목 39개 중에서는 커피(외식)(1.7%)를 제외한 38개 품목 물가 상승률이 가처분소득 증가율을 상회했다.
피자가 11.2%로 가장 높고 햄버거(9.8%), 김밥(8.6%), 라면(외식)(8.0%), 오리고기(외식)(8.0%), 떡볶이(8.0%), 돈가스(7.7%) 등 순으로 뒤를 이었다.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률도 3.1%로 가처분소득 증가율보다 높았다.
특히 과일이 9.6%로 가처분소득 증가율의 5.3배에 달했다. 사과는 24.2%로 무려 13.4배였고 귤(19.1%), 복숭아(11.7%), 파인애플(11.5%), 딸기(11.1%), 참외(10.5%) 등의 물가 상승률도 10%를 웃돌았다.
농산물 중에서는 채소와 수산물 물가 상승률이 각각 4.8%, 5.4%로 조사됐다.
이처럼 먹거리 부담이 크다 보니 식사비 지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
전체 가구 소비지출은 지난해 월평균 278만9천원으로 전년 대비 5.7% 늘었지만 이 중에서 식사비 지출은 월평균 40만7천원으로 7.9% 증가했다.
◇ 가격 인상 요인엔 신속히…인하 요인에 ‘모르쇠’
이처럼 지난해 먹거리 부담이 컸던 것은 제품 가격이 줄줄이 인상됐기 때문이다.
빵과 과자, 아이스크림, 생수 등의 가공식품과 햄버거, 치킨 등 외식 품목 가격이 잇따라 인상됐다.
식품기업과 외식업체들은 원재료 가격, 인건비, 물류비, 임대료 상승 등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일부 가격 인상에 대해서는 과도한 인상, 꼼수·편법인상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가격은 그대로 두면서 제품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과 가격을 유지하는 대신 제품이나 서비스 질을 떨어뜨리는 ‘스킴플레이션'(skimpflation) 등에 대한 논란도 불거졌다.
이 때문에 정부는 불합리한 가격 인상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줄 것을 소비자단체에 당부하기도 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인상 요건이 있을 때는 득달같이 가격에 반영하고 인하 요인이 생기면 가격에 반영하지 않는다”며 “기업들이 실적이 좋을 때는 다 같이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가격을 되도록 올리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일부 식품 기업은 수출 호조 등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농심[004370]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9.0% 증가한 3조4천106억원이고 영업이익은 89.1% 늘어난 2천121억원으로 모두 사상 최대였다.
삼양식품[003230]도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31.2%, 62.5% 각각 증가한 1조1천929억원과 1천468억원으로 창사 이후 처음 매출 1조원과 영업이익 1천억원을 넘겼다.
빙그레[005180]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85.2% 급증한 1천124억원으로 1967년 설립 후 처음으로 1천억원을 돌파했다.
최근 들어서는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상승률은 둔화세를 보이고 있으나 농산물 물가가 치솟아 새로운 부담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물가 안정에 동참할 것을 요청하면서 최근 식품 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자제하면서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상승률은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월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상승률은 3.2%와 4.3%로 낮아졌다.
그러나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률이 8.0%로 높아졌고 과일은 28.1%까지 치솟는 등 농산물이 새로운 불안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또 당분간 고금리 지속에 따른 금융 부담 등으로 가처분소득이 큰 폭으로 늘기가 쉽진 않아 장바구니와 외식 부담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정부 물가 안정 정책 동참에 ‘압박’을 느끼는 식품기업들이 지금 가격 인상을 자제하고 있으나 총선 이후 인상에 나서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kaka@yna.co.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