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국제여성의날’…한국 28년째 거주하는 일본인 미야우치씨 인터뷰
재한 일본인 역사모임 주도…”위안부 문제 풀려야 한일 나아갈 수 있어”
(서울=연합뉴스) 계승현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과는 필요하지만 이 문제는 여성인권과 전시 성폭력 문제로 접근해야 해요. 한일 간 갈등으로 치부해 버리는 게 바로 일본 정부가 원하는 바입니다.”
한국 생활 28년째인 미야우치 아키오(50) 씨는 지난 2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3·1절과 3·8 ‘국제여성의날’이 지향하는 가치가 맞닿아 있다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일본의 대학 조선과에서 공부하던 대학생 시절 교환학생으로 왔다가 한국에 정착했다. 한국인 남성과 결혼해 두 자녀를 둔 영주권자다.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한국과에서 한일관계를 연구했고 거주지인 경기 구리시에서 ‘구리역사동아리’를 만들어 일본 출신 다문화 가족이 한일 관계에 대한 올바른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활동해왔다.
미야우치 씨는 한국에 살면서 ‘역사적 가해국’에서 왔다는 사실에 편치 않은 마음이 들었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일본의 과오를 회피하기보다 직시하는 쪽을 택했다고 한다. 구리역사동아리 등 재한 일본인들과의 역사 모임을 주도한 이유다.
그는 “재한 일본인들은 다른 국가 출신 이주민보다 언어와 인종 측면에서 차별받을 일이 적고 의식주에서도 큰 문제가 없다. 유일하게 어려움이 있다면 역사 문제”라고 말했다.
미야우치 씨는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한일 관계 문제로만 접근하기 때문에 정작 피해자들에게는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과 2015년 합의, 일본군의 위안부 동원을 사죄한 ‘고노 담화'(1993년), 일본의 식민지배를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1995) 등만으로는 위안부 문제에 마침표를 찍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전쟁과 식민 지배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억압받은 사람의 관점에서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하는데, 이때 피해자를 특정 국가로 제한하지 않고 인류적 약자, 소수자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야우치 씨는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배경에는 여성폭력에 대한 일본 사회의 문제의식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는 점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에서) 국회 등 각종 주요 의사결정 기관의 여성 리더 수가 아주 적고, 미투(Me Too·성폭력 피해 고발 운동)도 한국에서보다 크게 확산하지 못했다. 성폭력을 당해도 여전히 피해자 잘못이라는 시각이 있는데 이는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야우치 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3·1절 기념사에서 “양국(한일)은 아픈 과거를 딛고 새 세상을 향해 함께 나아가고 있다”고 말한 것을 두고 “문제를 덮는 태도”라는 입장을 보였다.
미야우치 씨는 “위안부 문제가 풀린 뒤에야 한일 양국은 함께 나아갈 수 있다”며 “원점으로 돌아가서 일본 정부는 어떻게 위안부 강제동원을 했고, 전후 한국 정부는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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