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보건부 “구호품 받으려던 주민 112명 숨지고 760여명 다쳐”
이슬람 무장 테러단체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의 섬멸전이 벌어지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이 구호품을 기다리던 주민들을 향해 발포해 110여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스라엘 측은 “총에 맞은 주민은 소수이며 사상자 대다수가 트럭에 치이거나 인파에 짓눌린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 규탄의 목소리가 높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응에 나섰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지난 2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최대도시인 가자시티 서쪽 나부시 교차로에서 구호품을 실은 트럭 행렬에 몰려든 팔레스타인 주민 수천명 가운데 이스라엘군의 총격으로 870여명이 목숨을 잃거나 다쳤다고 밝혔다. 현장에 있던 한 목격자는 AFP통신에 “구호품 트럭이 이스라엘군 탱크 가까이 접근했고, 이어 주민수천명이 트럭으로 몰려들었다”며 “사람들이 너무 가까이 다가서자 이스라엘군이 발포했다”고 전했다.
아슈라프 알키드라 가자지구 보건부 대변인은 “이스라엘군이 구호품을 기다리는 주민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해 최소 112명이 숨지고 760여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너무 많은 부상자가 한꺼번에 이송되면서 의료기관들이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이스라엘군은 즉각 반박했다. 트럭은 민간 계약업체가 운영 중이었으며, 구호품을 받으려던 군중들이 몰리는 과정에서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해군 제독)은 “주민들 간 보급품을 빼앗으려는 싸움이 발생해 수십 명이 짓밟혀 죽거나 다쳤다”며 “트럭을 호위하던 탱크들이 군중을 해산시키기 위해 경고사격을 가했고, 상황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되자 후퇴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항공 촬영 영상도 공개했다. 그러나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해당 영상에 오디오가 제거돼 있고 임의로 편집한 흔적이 있다는 점을 들어 “중요한 순간을 은폐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최근 단일 사건으로는 가장 많은 민간인이 사망한 데다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향한 총격은 명백한 만큼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을 강도 높게 규탄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절박한 처지에 놓인 가자지구의 민간인들은 시급한 도움이 필요하다”며 “가자 북부의 포위된 지역 민간인들은 유엔의 구호품을 일주일 넘게 전달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이번 사건을 ‘대학살’이라고 표현했다. 프랑스 외교부는 구호품을 기다리는 주민에게 총격을 가한 것은 ‘정당화될 수 없는’ 행위라는 성명을 냈다. 프랑스 외교부는 구호품을 기다리는 주민에게 총격을 가한 건 ‘정당화될 수 없는’ 행위라는 성명을 냈고,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무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 ‘용납할 수 없는’ 사건이 벌어졌다는 글을 올렸다.
이스라엘 맹방인 미국 백악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휴전 협상을 중재해 온 이집트, 카타르 정상과 이 ‘비극적이고 걱정스러운 사건’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유엔 안보리는 이날 오후 비공개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이에 따라 라마단(3월 10일~4월 8일)이 시작되기 전에 휴전 협상을 마무리하려고 했던 미국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텍사스주 국경지역 방문을 위해 백악관을 떠나면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사건이 하마스와의 휴전 논의에 악영향을 미칠 것임을 시사했다. 이번 사태로 휴전 논의가 꼬일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역시 이날 TV로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휴전 협상이 타결될 경우 풀려날 인질들의 명단을 요구했다”면서도 “아직 계획된 협상이 결실을 보게 될지를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