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복을 받게 돼 정말 감동이다. 죽을 때 관에 넣어달라고 가족에게 유언했다.
6·25 참전용사, 강홍건옹(94)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청춘을 바치고, 전후 폐허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끈 6·25 참전 용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추진한 ‘제복의 영웅들’ 사업이 올해 두번째 프로젝트로 돌아온다.
1일 기획재정부와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월남전참전유공자 17만5000명 전원에게 사회적 존경심과 상징성을 담은 제복을 제작해 지급한다. 현재 월남전참전용사들로부터 사전 신청을 받고 있다. 제복은 제작 과정을 거쳐 7월부터 지급된다.
정부는 올해 두번째 제복의 영웅들 사업에 예산 219억원을 편성했다. 지난해 6·25 참전용사 제복 증정 사업 예산 43억원 대비 5배 이상으로 증액됐다. 6·25 참전용사는 상대적으로 고령이어서 대상자가 3만6000여명에 불과했지만, 월남전 참전용사는 대상자가 5배 가량 많기 때문이다.
2년 차를 맞은 ‘제복의 영웅들’ 사업은 윤석열정부를 대표하는 보훈 사업이다. 나라를 위해 헌신한 국가유공자들에게 격식을 갖춰 예우를 표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이 사업은 국가유공자에겐 명예를, 국민들에겐 감동을 선사했다.
아흔을 훌쩍 넘긴 한 6‧25참전유공자는 “국가에서 멋들어진 제복을 만들어 줘서 고맙다. 앞으로도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라고 보훈부에 자필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의미있는 사업에 기업의 기탁 행렬도 이어졌다. 부영그룹에선 이중근 창업주가 도서 5만여권을, 이희범 회장이 3억원을 기탁했다. BNK부산은행의 빈대인 회장도 1억원을 기탁했다.
국가보훈부 관계자는 “제복을 받은 참전용사들이 ‘수의로 이 제복을 입고 싶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듣고 가슴이 뜨거워졌다”면서 “나라를 위해 헌신한 영웅에게 예우를 표하는 것은 나라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건전 재정 기조를 앞세우는 윤석열정부는 재정건전성을 위해 허리띠 졸라매기를 하고 있지만, 보훈 예산만큼은 예외로 삼고 있다. 올해 확정된 보훈 사업 예산은 6조4057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2171억원(3.5%) 증액됐다. 정부 출범 첫해 보훈 예산을 5.3%(3134억원) 증액한 데 이어 2년 연속 큰 폭으로 예산을 늘렸다. 전임 정부 마지막해 예산과 비교하면 2년 만에 9%가 늘었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증액된 보훈 예산은 주로 국가유공자에 대한 보상 강화 및 예우 확대, 보훈문화시설 개선에 집중됐다.
우선 국가유공자에게 지급하는 보상금을 작년 대비 5% 인상했다. 보상 격차 완화 차원에서 7급 상이군경보상금은 60만8000원, 6·25 전몰군경(신규승계) 자녀수당은 51만6000원으로 추가 인상했다.
고령의 참전유공자 예우를 위해 참전명예수당은 39만원에서 42만원으로 3만원 증액했다. 생계곤란 보훈 대상자의 생계안정을 위한 생활조정수당 역시 10% 인상했다.
보훈문화시설 개선 예산은 985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3.6% 늘었다. 건립 10년이 넘어 노후화된 백범·윤봉길·안중근·유엔평화 등 국가관리기념관 활용도를 높이고, 청각·시각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공감형 디지털 전시관 조성 사업에 70억원을 반영했다. 6·25전쟁참전국 중 유일하게 현지 기념시설이 없는 독일에 기념 조형물을 설치하는 사업도 예산 2억원을 편성해 추진한다.
전몰·순직군경의 미성년 자녀의 정서 함양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과 국내외 히어로즈 패밀리 간 교류사업 등에도 6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 사업은 순직한 군인과 경찰, 소방관 등 제복근무자의 유가족이 자긍심을 갖고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회 예산 논의 과정에서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단독으로 전액 삭감하기도 했으나, 정부여당이 야당을 설득해 원안대로 편성됐다.
문재인정부 때 편성액이 5000만원대로 반토막이 났던 ‘독립유공자 후손 찾기’ 예산도 올해 1억4300만원이 편성됐다. 해당 예산은 독립유공자 후손확인위원회 운영과 독립유공자 후손 해외 현지조사, 국내 정착지원 워크숍 등에 사용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가유공자의 안정적 삶을 위해 나라의 책임을 강화하고, 유공자와 유가족에 대한 예우를 높이는 데 예산을 집중 편성했다”면서 “국민들이 일상에서도 보훈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보훈 문화를 확대하는 데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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