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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실험장 인근 탈북민 염색체 변형…입증 안되지만 핵실험 탓 일수도”

연합뉴스 조회수  

핵실험장 인근 8개 시군 출신 80명 검사해 10∼15명 염색체 변형 확인

핵실험 영향일 가능성 있지만, CT·흡연·고령이 원인일 수도

원자력의학원 “환경시료 확보할 수 없어 제약, 추가 연구 필요”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CG)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CG)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 지역 출신 북한이탈주민 가운데 일부가 염색체가 변형된 것으로 나타났다.

핵실험으로 유출된 핵종에 노출됐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지만,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흡연·고령 등이 원인일 수도 있어 이번 조사에서 핵실험에 따른 피폭과 염색체 이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입증되지는 않았다.

한국원자력의학원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는 지난해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 8개 시군(길주군, 화대군, 김책시, 명간군, 명천군, 어랑군, 단천시, 백암군) 출신 탈북민 80명에 대해 실시한 방사선 피폭·방사능 오염 검사 결과를 29일 공개했다.

◇ “유의미한 방사능 오염 확인된 탈북민은 없어”

우선 신체의 방사능 오염을 판단하는 전신계수기 검사와 소변시료분석을 시행한 결과 유의미한 측정값을 보인 탈북민은 한 명도 없었다.

방사능 오염 검사는 음용수나 식품 등을 통해 체내에 들어온 핵종이 검사 당시 얼마나 남았는지를 측정하는 검사다. 그 가운데 전신계수기 검사는 감마선 방출 핵종을, 소변시료분석은 알파선과 베타선 방출 핵종에 의한 오염을 각각 평가한다.

원자력의학원은 보고서에서 “모든 피검자에서 검사 시점 기준으로 유의한 수준의 방사능 오염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이는 유의미한 핵종 오염이 없었거나, 있었다 하더라도 반감기를 계속 거치면서 체내에 검출한계 미만의 수준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핵실험장 인근에서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핵종 중 요오드-131은 반감기가 7.6일에 불과하고, 세슘-137도 70일가량이다. 국내 입국한 지 여러 해가 지난 탈북민이라면 거주지 지하수 등을 통해 피폭됐더라도 체내에 이들 핵종이 남지 않는다.

다만 이번 검사에서는 반감기가 5만7천일이나 되는 스트론튬-90이나 6만4천일에 이르는 플루토늄-239도 검출되지 않았다.

◇ 10∼15명 핵실험 따른 염색체 이상 가능성…흡연·고령 등 다른 원인일 수도

염색체 이상 정도를 측정해 과거 피폭 선량을 가늠할 수 있는 ‘안정형 염색체 이상 검사’에선 17명에서 누적 노출 선량이 최소검출한계인 0.25Gy(그레이) 이상인 것으로 측정됐다.

17명 가운데 2명은 2016년 같은 검사에서 최소검출한계 미만의 결과를 보였기 때문에 국내 입국 뒤에 염색체 이상을 일으키는 요소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됐다. 엑스선 검사나 CT 같은 방사선 진단검사, 흡연, 독성화학물질, 고령 등이 원인일 수 있다.

나머지 15명 중 5명은 95% 신뢰수준의 노출선량 범위에 0.000Gy가 포함돼 있어 실제로 유의미한 피폭이 없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원자력의학원은 설명했다.

이러한 결과를 종합하면 적게는 10명, 많게는 15명이 핵실험 후 환경에 유출된 핵종에 피폭돼 염색체 이상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들의 염색체 이상 역시 의료용 방사선, 독성물질, 고령에 의한 것일 수 있다고 원자력의학원은 강조했다.

이들의 염색체 이상과 핵실험장 환경의 연관성을 평가하고자 식수원 종류에 따른 측정치를 비교했으나 노출선량과 식수원과 인과관계를 추정하기는 불가능했다.

원자력의학원 관계자는 “이들의 안정형 염색체 이상 검사 측정치는 의료용 방사선 피폭으로도 나올 수 있는 범위에 있기 때문에 이 값만으로 이들이 핵실험에 따른 피폭으로 염색체 이상이 생겼다고 판단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북한의 5차 핵실험 후 강원도에 있는 방사능측정소 장비가 감지한 대기주 방사능
북한의 5차 핵실험 후 강원도에 있는 방사능측정소 장비가 감지한 대기주 방사능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6.9.9 yoo21@yna.co.kr

핵종 피폭으로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 질환인 암의 경우 17명 중 2명이 각각 폐암과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고 완치됐으나, 핵실험 피폭과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없었다고 원자력의료원은 설명했다.

원자력의학원 관계자는 “암 완치자 2명이 받은 각종 방사선 검사 등을 고려한다면 이들의 질환과 핵실험 피폭을 연결 짓는 것은 다소 무리한 해석”이라고 평가했다.

인과관계 평가의 결정적 장애물은 해당 지역의 음용수 등 환경 시료를 확보할 수 없다는 점이 꼽힌다.

원자력의학원은 “환경 시료를 확보할 수 없는 제약을 고려할 때 핵실험이 인근 주민에 미친 영향을 과학적으로 평가하려면 더 많은 피검자를 확보하고, 입국 후 이른 시간에 검사를 실시하는 등 상당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탈북민 방사선 피폭 및 방사능 오염 검사는 통일부 예산으로 원자력의학원 연구진이 수행했다.

tree@yna.co.kr

연합뉴스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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