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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 전 ‘꿀 같은 휴일’이던 삼일절, 이젠 뜻깊은 날이죠”

연합뉴스 조회수  

서대문형무소 청소년 해설사들…”독립운동 방아쇠 당긴 중요한 날”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장보인 기자 = “이 좁은 방에서 약 20명이 생활하기도 했어요. 누울 자리가 없으니 힘으로 사람을 밀어서 공간을 만들기도 했대요”, “복도의 전등도 눈여겨보세요. 옥사를 밝게 해 간수들이 언제든 수감자를 감시할 수 있게 한 거죠.”

3·1절(삼일절)을 이틀 앞둔 지난 28일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만난 원나연(16) 양과 한재현(16) 군은 역사관 내부를 소개해달라는 말에 기다렸다는 듯 이야기를 술술 풀어냈다.

두 사람은 2022년 여름부터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의 청소년 도슨트(해설사)로 봉사하고 있다.

역사관에서 운영하는 도슨트 프로그램을 수료한 뒤 선발된 청소년들은 주말마다 조를 이뤄 이곳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해설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9명이 청소년 도슨트 봉사단으로 활동 중이다.

청소년들이 설명하는 모습을 간혹 미덥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지만 이들은 앳된 목소리로도 힘차게 이야기를 전한다.

특히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역사관을 찾는 어린이들에게 ‘맞춤형’ 해설을 해 줄 수 있는 건 이들의 강점이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청소년 도슨트 한재현 군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청소년 도슨트 한재현 군

[촬영 장보인]

한 군은 “가끔 해설을 들었던 친구들이 또 들으러 왔다고 찾아와 말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는 정말 뿌듯하다”면서 “어린이들이 이곳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잘 기억했으면 좋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원 양은 “어린 친구들과 함께 성인인 보호자들도 해설을 많이 듣는데 청소년이라서 의심하시는 듯하다가도 나중에는 너무 잘 들었다고 말씀해주시거나 간식을 주시기도 한다. 청소년이라고 해서 못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서대문형무소는 일제강점기 직전인 1908년 지어진 근대식 감옥이다. 일제 식민 지배에 맞섰던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이곳에 갇혔다.

두 사람은 며칠 뒤면 고등학교에 입학한다. 학업에 대한 부담이 커질 시기인 만큼 부모님의 우려도 있지만 이들은 도슨트 활동을 계속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곳에선 책상에 앉아서 하는 것과는 또 다른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한 군은 “나중에 ‘저는 공부만 했어요’라고 말하기보다는 서대문형무소라는 곳에서 직접 해설하며 더 많은 경험을 했다고 하고 싶다”고 했다.

“독립운동을 하신 분들이 계셔서 우리가 있는 거잖아요. 일제강점기에는 남북도 나뉘지 않고 하나가 돼 싸웠고 그 덕분에 우리가 있을 수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곳은 그들을 기억하는 장소이고 없어서는 안 될 장소이죠.”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청소년 도슨트 원나연 양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청소년 도슨트 원나연 양

[촬영 장보인]

원 양 역시 “역사관 보안과청사 메모리얼홀에는 수감자들의 얼굴과 인적 사항이 담긴 카드들이 있다. 보통 유관순 열사와 안창호 선생만 찾지만 이곳에선 같은 염원을 가지고 독립운동을 한 수많은 분의 숨겨진 역사를 알 수 있다”고 했다.

도슨트 활동을 하면서 이들에겐 삼일절도 더 의미 있는 날이 됐다.

“통계를 보면 1919년 삼일절을 계기로 수감자 수가 급격히 늘어난다”고 설명한 원 양은 “사실 학생들에게 삼일절은 개학 직전에 마지막으로 쉴 수 있는 날인데, 도슨트 봉사를 하다 보니 독립운동의 방아쇠를 당긴 중요한 날이라는 게 더 크게 와닿는다”고 했다.

어릴 때는 삼일절을 ‘꿀 같은 휴일’로 생각했다는 한 군도 “이제는 ‘광복을 위해 노력했던 날’로 기억하며 더 뜻깊게 보낼 수 있다. 친구들에게도 삼일절의 의미를 다시 한번 알려주고 태극기를 걸고 역사관에 방문해보라고 권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한 군 등 청소년 도슨트들은 내달 1일 역사관에서 열리는 삼일절 행사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한 군은 “많은 분이 역사를 조금 더 재미있게 생각해주시고 서대문형무소의 존재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며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물어봐 달라. 저희는 설명할 준비가 돼 있다”고 힘줘 말했다.

boin@yna.co.kr

연합뉴스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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