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평화시대 왔다고 오판해 군사능력 약화시켰다가 후회”
“북한·이스라엘·스웨덴·쿠바·노르웨이 등 여성들도 군 복무”
[※ 편집자 주= 이번 특집 기사는 3.1절을 맞아, 지난 1년 6개월 동안의 [삶] 인터뷰에서 인터뷰이들이 안보 문제에 대해 언급한 내용들을 골라 묶은 것입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 기자= 우리 민족이 1910년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것은 국력이 부족하고, 자주국방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임진왜란, 병자호란뿐 아니라 6.25전쟁도 마찬가지다.
이런 불행한 일이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면, 그건 어리석은 판단이다. 우리 스스로 나라를 지킬 수 없으면 주변 강국들이 가만두지 않는다. 지금까지 세계의 역사가 그러했다.
현재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공격을 받아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까지 수도 없이 죽어가는 참담한 상황을 겪고 있다. 어떤 우방국도 우크라이나의 이런 비극을 막을 수는 없다.
믿을 수 있는 것은 자기가 가진 힘뿐이다.
이러니 한국에서도 자주국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 핵무장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군병력을 확충하기 위해 여성도 의무적으로 군대에 가도록 하자는 의견도 있다.
자체 핵무장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당장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런 찬반 의견을 떠나 문제인 것은 국가의 존망(存亡)과 국민의 생사(生死)와 관련한 중대 사안인데도 정치적 이해득실로 판단하는 정치인들이 수두룩하다는 점이다.
우리가 반드시 이뤄내야 할 남북통일은 전쟁 위험을 낮추는 가장 중요한 길인데도 그들은 별다른 관심이 없다. 다시 한번 금배지를 달고, 자기 권력을 확대하는 것에 몰두할 뿐이다.
다음 내용은 연합뉴스가 2022년 9월부터 지금까지 진행한 [삶] 인터뷰에서 인터뷰이들이 언급한 안보, 국방, 남북, 핵 문제에 대한 의견을 골라 묶은 것이다.
◇ 최연혁 스웨덴 린네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현재 연구교수로 한국에서 활동 중)
— 스웨덴은 복지가 잘돼 있긴 하지만 러시아를 포함한 군사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있다. 국방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나.
▲ 스웨덴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추진하기 전까지는 200년 동안 중립국이었고, 강력한 국방력을 갖고 있었다. 인구 1천만명밖에 안 되는 나라가 군함, 전투기, 잠수함, 탱크의 제작에 뛰어났다. 무전기를 가장 잘 만드는 나라이기도 했다. 그런데 1989년 독일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것을 계기로 자주국방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제 전쟁은 완전히 끝났고, 평화가 왔다고 오판을 한 것이다. 스웨덴은 항공대대, 포병대대, 미사일 부대를 해체했다. 야전병원 장비와 시설, 인적 자원도 정리했다. 그러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보면서 재무장의 필요성을 인식했다. 문제는 재무장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국방 시스템을 해체하는 데 1∼1년6개월이 걸렸다면 다시 무장하는 데는 10년 이상이 필요하다. 게다가 스웨덴은 초음속비행기와 미사일 등의 기술 개발에 한계를 느꼈다. 그래서 나토에 들어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 스웨덴이 나토에 들어가면 안전한가.
▲ 여전히 안심할 수 없다. 나토가 무조건 지켜주지 않기 때문이다. 스웨덴도 계속 자주국방의 노력을 해야 한다.
—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 스스로 지킬 수 있는 자주 국방력을 갖춰야 한다. 북한은 핵 잠수함도 갖는다고 한다. 우리도 자체 핵무기를 가질 것을 정말 진지하게 고려해봐야 한다. 미국이 어느 날 갑자기 한국에서 철수한다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때에는 우리 스스로 버틸 수밖에 없는데, 그건 자체 능력으로 핵무장을 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6개월 만에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이론일 뿐이다. 실제로 핵무기 개발에 나설 경우 완성하는데 적어도 3∼4년은 걸린다고 한다.
— 우리가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면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해야 하고,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받는 등 어려움이 많을 텐데.
▲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나는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이 미국 전략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해서 이해시켜야 한다,
— 한국에서 다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들이 많은 듯한데.
▲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오판해 남한을 침략할 가능성도 있다. 이때 미국은 두 곳에서 동시에 전쟁을 치르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남한에서 미국 주도의 작전이 제대로 수행될 수 있을까?. 미국은 대만에서 중국과의 전쟁을 수행하면서 한반도를 방어할 수 있을까?. 미국의 지원이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스스로 버틸 수 있을까?.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대량 살상무기 보유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재래식 무기체계에서 절대적 우위를 갖고 있다고 해도 북한이 핵무기로 위협하면 속수무책이다. 우리가 핵무기를 개발한다면 그걸 사용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전쟁을 억제하는 효과적 수단이 된다는 뜻이다.
—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추진한다고 해도 정치권과 국민의 의견이 엇갈릴 듯한데.
▲ 여야는 국민적 여론을 충분히 들어보고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적어도 안보, 외교 분야에서는 그렇게 해야 한다. 국가의 명운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정치인들은 국민의 생사를 가르는 국방 문제에 대해서도 각각 다른 이야기를 한다. 독일은 여야가 한목소리를 낼 수 있었기에 통일까지 가능했다. 독일통일은 사민당의 동방정책(Ostpolitik)으로 시작했고, 기민당 소속의 헬무트 콜이 완성한 작품이지만 여야 간의 긴밀한 협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스웨덴의 나토가입 추진도 여야 합작의 결과다. 나토가입 전 여야 대표가 함께 나토훈련을 참관하는 등 정치권의 한마음이 국민들의 분열을 막을 수 있었다.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주지 못하면 나라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여야는 지금부터라도 진지하게 대화채널을 가동해야 한다.
— 우리 국민들도 전쟁에 대비해야 하나.
▲ 우리 국민도 전쟁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가정하고 민방위 훈련을 충분히 해야 한다. 전쟁이 났을 때, 핵전쟁이 발생했을 때 생존에 필요한 파우치(Pouchy·생존배낭)를 준비해 놓아야 한다. 스웨덴도 생존 파우치 만들기 국민 계도(啓導)를 얼마 전까지 진행했다. 이 나라 국민은 핵전쟁이 일어났을 때 대피하는 방법에 대해 훈련도 하고 있다. 학교에서 학생들도 이런 훈련을 한다.
— 인구가 줄어들어 군사력이 약해지는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여성도 국방의무를 지도록 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스웨덴에서는 2016년부터 여성도 의무적으로 군대에 간다. 여성들이 남성들과 똑같은 전투병과에서 복무하는 것은 아니다. 사무 병과나 간호 병과에 지원할 수 있다. 합리적 이유가 있을 때는 대체 복무도 가능하다.
— 여성 군 복무는 금방 시행하기가 어려울 듯한데.
▲ 나는 여성 군 복무를 당장 시행하자는 것은 아니다. 5년, 10년 등 충분히 유예기간을 두고 서서히 시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 여성 군 복무를 의무화하고 있는 나라가 또 있나.
▲ 북한 여성의 군 복무기간은 7년이다. 당의 명령에 의해 제대 시기가 다를 수 있다. 이스라엘 여성 전투병은 33개월, 비전투병은 24개월 근무한다. 쿠바도 남녀 모두 2년간 복무한다. 노르웨이도 여성 복무제를 도입했다.
◇ 조갑제TV의 조갑제 대표
— 본인은 자주국방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무슨 취지인가.
▲ 박정희 전(前) 대통령이 자주국방이라는 말을 만들었는데, 결국 그 의지는 실종되고 북한이 핵무장을 하면서 한국은 아주 비겁한 나라가 됐다. 미국에 의존하려 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무장을 하면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 최소한 전술핵은 갖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한국의 경제력은 북한의 100배나 되는데. 외국 도움까지 받고서도 경제력 100분의 1의 북한과 싸우는 것에 겁을 낸다면 세상에서 가장 비겁한 정신을 가진 나라가 아닌가. 한미동맹이 좋은 점은 있다. 그런데 그 부작용으로 한국의 정신을 좀먹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 한국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보는가.
▲ 그것은 아니다. 우리가 슬기를 발휘해서 미군도 주둔하면서 자주국방도 같이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어렵다. 사람의 속성상 이런 상황에서는 사대주의나 의존적으로 가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보수는 보수라고 말할 자격도 안 된다. 자위적 핵무장을 하자는 이야기를 10년 전, 20년 전에 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 우리가 자체적으로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뜻인가.
▲ 슬기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 지금 핵을 만들겠다고 하면 손에 넣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더 쉬운 방법으로 전술핵 재배치, 나토식 핵 공유 등이 있다. 미국의 핵 탑재 잠수함을 상시로 배치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런 모든 것은 한미 관계가 튼튼하면 가능하다.
◇ 박찬종 변호사
—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북한이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사람들도 있는데.
▲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북한의 김정일을 만나기 전후에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할 능력도, 의사도 없다”고 했다. 이후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시작하자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가져도 남쪽을 향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분들이 오판한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는 1차로 남한, 2차로 미국을 겨냥한 것이다. 그 결과, 한반도가 위험해졌다.
— 남한도 핵무기를 생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 우리나라는 NPT에 가입돼 있으니 핵무기 개발은 불가능하다. 한미 동맹을 통해 남북한 간에 핵무기 균형을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 남북통일은 언제 이뤄질까.
▲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쉽지 않다. 만약에 북한 김정은의 건강이 악화하거나 쿠데타가 일어나는 등 돌발사태가 발생하더라도 남북통일의 호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중국군이 북한을 장악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과 상호 방위조약을 맺고 있어서 비상시에 개입할 명분이 있다. 중국군 28만 명은 압록강과 두만강 접경지역에 포진해 있는데, 두만강은 갈수기(渴水期)에 깊이가 얕으므로 걸어서 북한 내부로 진입할 수 있다. 겨울에는 얼음 위로 걸어오면 된다. 이러니 중국군은 사실상 북한에 주둔하는 것과 같다. 북한에 진입한 중국군은 북한 전역을 장악한 뒤 자신들의 괴뢰정권을 세울 것이다. 이렇게 되면 통일 협상의 대상자에 중국도 들어가게 된다. 통일이 쉽지 않은 이유다.
— 우리는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하나.
▲ 원론적으로는 남한이 압도적 우위의 경제력과 민주화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한의 우수한 정치·경제·사회적 시스템이 휴전선 넘어 북한에서도 불게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북한 주민이 남한 방식의 사회를 원할 것이다. 즉, 북한 주민이 중국의 괴뢰정부를 거부할 수 있는 상황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 권영길 전 민노당 대표
— 북한이 핵 포기를 거부한다면 남한도 핵으로 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 북한은 핵을 가져서는 안 된다. 그런데 남한의 핵무기 보유를 미국이 절대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한반도가 긴장 지대로 남는 것이 자국의 국익에 유리하다고 판단할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과의 대결에서 완충지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중국의 영향권, 남한은 미국 영향권에 있는 것이 미국의 패권 유지에 가장 좋은 길이다.
— 사회주의가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까.
▲ 인류사회는 사회주의적 정책으로 인해 삶의 질이 개선되고 발전해왔다. 한국도 사회주의적 정책을 지향한 민노당 활동으로 정치, 경제, 사회에 개혁 바람이 일어났다. 주5일제, 재벌개혁, 소득 평등 추진도 민노당이 투쟁하고 선도한 결과다. 유럽에서는 좌·우파 정당이 집권하면서 사회주의 정책들이 유지돼 삶의 질이 나아졌다.
— 과거 소련 방식은 사회주의인가.
▲ 관료적, 전체주의적 소련 정권은 사회주의가 아니다. 소련은 혁명 이후에 문제가 많았다. 스탈린 때에는 말할 것도 없고 이후에도 복합적인 문제가 있었다.
◇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으로 믿었을까.
▲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다른 방법으로 북한의 핵 위협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는지는 모르겠다.
— 북한이 경제발전을 이루면 그 자체가 핵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라는 견해도 있는데.
▲ 북한이 핵 사용의 필요성을 못 느끼도록 상황을 만든다면 좋은 것이라고 본다.
— 국가정책에서 경제가 어느 정도 중요한가.
▲ 내가 정부에 들어가 일을 하면서 국정의 기본은 경제라는 것을 깨달았다. 민생이 좋아지려면 경제가 튼튼해야 한다. 안보도 경제력 없이는 안된다. 경제력이 약하면 군사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경제력과 군사력이 낙후하면 외교력이 생기지 않는다.
◇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나.
▲ 김정은 체제가 존재하는 한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하자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불가능하다.
— 어떻게 해야 하는가.
▲ 두 가지 트랙으로 가야 한다. 하나는 우리 스스로 핵무장을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북한 체제가 무너질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정보를 유입시키고 교류도 하는 것이다.
keun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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