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오는 29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사건’을 각각 수사할 특검(일명 쌍특검) 도입 법안을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치지 않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하루 앞둔 28일 더불어민주당이 ‘쌍특검법’ 재표결을 하기로 했던 기존의 여야 합의를 깨고 ‘표결 불가’ 입장을 일방통보했다고 밝혔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의총 시작 직전에 민주당이 선거구 획정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쌍특검 표결을 안 하겠다고 통보해 왔다”고 했다. 이어 “해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라며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건)을 행사한 법안을 이렇게 오래 끈 사례가 우리 국회 역사상 없다”고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가 지난해 12월 국회에 권고한 획정안은 ▲지역구 수를 현행 253석으로 유지하되 인구 변화를 반영해 ▲서울, 전북에서 의석을 각 1석씩 줄이고 ▲인천, 경기에선 각 1석씩 늘리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텃밭인 전북 대신 부산 지역구를 줄이자고 제안했지만 국민의힘은 거부했다. 대신 전북 지역구 의석을 유지하되 비례 1석을 줄이는 안을 내놓았으나 민주당이 거절했다. 또 여야 합의의 여지가 없다며 획정위가 제안한 원안을 수용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를 두고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까지 물밑 협상을 벌였지만, 구체적인 방안을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해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 이로써 유일하게 잠정 합의했던 ‘특례 선거구 4곳’도 백지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례 선거구 조정안에 따라 ▲서울 종로구, 중성동갑 유지 ▲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갑·을, 속초 인제고성양양 유지 ▲경기 양주동두천양천갑·을, 포천가평으로 조정 ▲전남 순천광양구성구례갑·을 유지하기로 했었다.
◇‘與 이탈표’ 기대하던 野, 공천파동에 줄탈당 우려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선거구 협의를 성실하게 했고, 4개 지역 선거구를 현행대로 유지하는 특례안에 잠정 합의했다”며 “하지만 민주당은 전북 1석 감석 대신 부산 1석 감석이라는 억지 주장을 갑자기 폈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기존에 요구한 안을 파기하고 획정위 원안을 통과시킨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이 부산 지역구 조정을 추가로 요구했다며 “(민주당이 요구하는) 부산 추가 조정은 남구를 둘로 나누고 북·강서를 기존대로 유지하자는 것이다. 쉽게 말해 민주당 박재호·전재수 의원을 살리기 위해 선거구를 조정해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쌍특검 법안은 지난해 12월 민주당 등 야당이 단독으로 통과시켰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법안은 국회로 돌아왔다. 국회법상 재의결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여당 의원들의 이탈이 없는 이상 부결이 유력하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공천 과정에서 컷오프(공천 배제)된 의원들의 ‘반란표’가 가결로 이어질 것을 기대해왔다. 그러나 최근 민주당 ‘공천 파동’으로 현역 탈당이 잇따르는 반면, 오히려 국민의힘은 비교적 잡음이 적은 ‘조용한 공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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