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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重 제재 피하며 특수선 양강 유지…”합당” vs “경미”

연합뉴스 조회수  

방사청, ‘기밀 유출’ HD현대에 행정지도…결정 관련 해석 분분

HD현대 “이중처벌 논란 피했다”…한화오션 “응당 책임 물어야”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방위사업청이 27일 군사기밀 유출로 물의를 빚은 HD현대중공업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입찰을 제한하지 않으면서 HD현대와 한화오션이라는 국내 특수선 시장의 양강 구도는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HD현대중공업이 속한 HD현대는 이번 심의회에서 ‘부정당 업체’로 지정될 경우 사실상 국내 특수선 시장에서 퇴출당할 위기였지만, 입찰 참가 자격을 유지하면서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반면 특수선 경쟁력을 바탕으로 도약 발판을 마련하려고 했던 한화오션은 중대한 불법행위에 대한 경미한 징계라며 크게 반발했다.

HD현대·한화오션 로고
HD현대·한화오션 로고

[연합뉴스 자료사진]

◇ ‘기밀유출’ HD현대, 특수선 퇴출 위기 피해

방사청은 이날 오후 개최된 계약심의회에서 KDDX 사업과 관련한 HD현대중공업 부정당업체 제재 심의를 ‘행정지도’로 의결했다.

앞서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KDDX 등과 관련한 군사기밀을 몰래 취득해 회사 내부망을 통해 공유,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작년 11월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HD현대중공업은 KDDX 사업 입찰에 참여하며 군사기밀을 포함한 방위사업 관련 특정 정보를 외부에 제공하지 않겠다는 청렴서약서를 작성했고, 방사청은 직원들의 기밀 유출이 서약을 위반하는지를 판단했다.

만약 서약 위반이 인정되면 HD현대중공업은 5년 이내로 입찰 참가 자격이 제한되거나 방산업체 지정이 취소될 수 있었다. 결국 일정 기간 해군 함정 사업에 참여할 수 없어 사실상 국내 특수선 시장에서 퇴출당할 위기였던 셈이다.

하지만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이 국가계약법 제27조 1항 1호 및 4호 상의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제척기간을 지나 제재 처분할 수 없다”며 입찰 자격을 제한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또 “방위사업법 59조에 따른 제재는 청렴 서약 위반의 전제가 되는 대표나 임원의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아 제재 처분할 수 없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이는 이번 군사기밀 유출이 일반 직원의 개인적 일탈에 불과하다는 판단으로, 방사청 공무원에게 향응을 제공한 한화탈레스(현 한화시스템) 직원이 대표 및 임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회사의 입찰 자격을 제한할 수 없다는 2017년 사례와 비슷한 논리다.

방위사업청 청사
방위사업청 청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 “불법행위 대한 낮은 징계’ vs “이중처벌 피했다”

이번 방사청 결정에 대해서는 “군사기밀 유출이라는 중대한 불법 행위에 대해 예상보다 낮은 징계다”라는 의견과 “입찰에서 감정 등 징계를 받은 HD현대가 이중 처벌을 피했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HD현대가 “국내 함정산업 발전과 수출 증대로 K-방산 성장에 기여하겠다”며 사실상 환영의 입장을 밝힌 데 반해 한화오션이 “기밀 탈취는 방산 근간을 흔드는 중대 과실이므로 재심의와 감사, 경찰 수사를 촉구한다”며 강하게 반발한 것이 이러한 분위기를 방증한다.

HD현대는 지난해 유죄 판결 후 특수선 입찰에서 계속해서 감점을 적용받고 있어 입찰 자격 제한까지 적용받는다면 이중 처벌이 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방사청은 특수선 입찰에서 HD현대중공업에 1.8점의 보안사고 감점을 적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감점은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조선업계의 대체적 해석이다.

하지만 한화오션은 입찰 과정에서의 감점과 입찰 자격을 제한하는 행정처분은 엄연히 다른 징계라고 강조한다.

보안사고 감점은 발주처인 국가가 계약당사자를 고르기 위해 적용하는 기준이고, 이와 별도로 국가기밀과 유출과 같은 중대한 불법행위는 응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HD현대가 선보인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
HD현대가 선보인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

[연합뉴스 자료사진]

◇ HD현대·한화오션 양강구도 유지될 듯

우리나라에서 호위함급 이상 함정을 설계·건조할 수 있는 기업은 HD현대와 한화오션이 유일하다.

HD현대가 국내 특수선 시장에서 배제되면 한화오션의 독점 체제가 구축될 수밖에 없고, 이런 연유로 이번 방사청 결정은 큰 관심을 모았다.

조선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HD현대와 한화오션은 잠수함을 제외한 특수선 분야에서 비등한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잠수한 분야에선 한화오션이 장보고-Ⅰ·Ⅱ·Ⅲ 잠수함을 모두 수주하는 등 독보적 경쟁력을 갖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1975년 최초의 국산 전투함인 울산함 개발을 시작으로 이지스구축함 배치-Ⅰ·Ⅱ를 개발했고, 해군의 중대형 함정 개발사업 23개 중 12개를 독자 개발한 이력이 있다.

특히 회사는 수상함 수출에서 국내 최다 수출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필리핀으로부터 호위함 2척, 초계함 2척, 원해경비함 6척 등 해군 수상함을 모두 수주한 것이 대표적 예다.

한화오션도 1981년 방산업체 지정 후 최근까지 50여척의 수상함을 건조한 만만치 않은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현재 운용 중인 해군 구축함 사업의 모든 라인업(KDX-I,II,III)에서 건조 실적을 가진 유일한 업체다. 아울러 우리 해군이 추진한 총 15척의 구축함 사업 중 7척을 성공적으로 건조한 바 있다.

아울러 최근 10년간 방사청이 주관한 함정사업 입찰 9건 중 5건에서 한화오션은 HD현대보다 기술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밖에도 1998년 방글라데시 해군 호위함을 시작으로, 2010년 말레이시아 훈련함 2척, 2012년 영국 항공모함 군수지원함 4척, 2013년 6월 노르웨이 군수지원함 1척 등을 수주한 바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특수선 시장이 HD현대와 한화오션으로 양분된 만큼 큰 관심을 끈 결정”이라면서 “HD현대의 입찰이 제한되지 않으면서 이 구도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화오션이 선보인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
한화오션이 선보인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

[연합뉴스 자료사진]

vivid@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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