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성형 지목하며 “의사 줄면 수입 높은 비급여에 전부 몰려”
(서울=연합뉴스) 곽민서 이동환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의대 증원의 필요성을 부각하면서 김대중(DJ) 전 대통령 시절 사법시험 합격자 증원 사례를 꺼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주재한 제6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의사 증원은 우리 의료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의료 개혁의 필수 조건”이라며 “일단 수를 늘리지 않고는 해결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대중 대통령이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2배로 늘렸다. 그때도 ‘(증원 규모가) 많다’고 했다”며 “과거에 100명 이하로 뽑다가, 300명, 500명 이렇게 늘렸다가, 김 대통령 때 1천명을 뽑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렇게 해서 변호사 숫자가 늘어나니까 법률 전문가들이 사회 모든 분야에 자리를 잡아서 법치주의 발전이 급속도로 진행됐다”며 “우리나라 민주화에도 굉장히 많은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러한 상황을 현재 의료 환경에 빗대면서 “필수의료체계가 완전히 무너졌다. 의사 수를 묶고, 의사 수를 줄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의사가 줄면 수입이 높은 비급여에만 전부 몰린다”며 대표적인 비급여 항목으로는 미용성형을 지목했다. 이어 “치열한 경쟁이 될 수 있게 시장 원리가 작동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의사가) 1년에 350명씩 20년간 줄여서 지금 한창 활동해야 할 의사가 7천명이 줄었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의사 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미용 분야에 의사들이 몰려 수입을 보장받으니 필수 진료가 망가질 수밖에 없다는 게 윤 대통령의 인식이다.
윤 대통령은 “옛날에는 의대 졸업한 여학생들한테는 1등만 소아과에 갈 수 있었다”며 “소아과가 환자도 많을 뿐 아니라 아주 수입도 괜찮고, 지역에서는 인정받는 사회적 신분을 갖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소아과 기피 현상이 벌어진 데 대해 “출산율만 줄어서 그런 게 아니다. 아예 의사를 찾아보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의대 증원과 맞물려 “정부가 책임보험, 의료분쟁 중재·조정에 대한 합리적 제도, 공공정책 수가를 만들어 뒷받침해줄 때 모든 지역이 균형 있게 진료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회의에는 한덕수 국무총리,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비롯해 전국 시도지사, 교육감이 자리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공의 이탈이 장기화할 경우 의료진의 피로도 누적으로 진료 기능 차질이 예상된다”며 시민들의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치과의사 출신인 김영환 충북지사는 “저도 의사이지만 의대 증원은 더 늦출 수도 없고 미룰 수도 없는 문제”라며 “이번 기회에 의과학자를 늘리는 문제에도 정부가 전향적으로 나서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인 강기정 광주시장은 “전남대병원 소아과 정원이 6∼7명인데 1명 빼고는 안 간다. 소아과 정원을 백날 늘려봤자 응하지를 않는다”며 “(증원할) 2천명 중 공공 의사가 몇 명인지를 정확하게 토막을 쳐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그러한 문제를 4대 의료개혁 패키지에서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다”며 “의대 정원만 늘리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답했다.
dh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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